법원이 최서원(개명전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특검에 제출했던 이른바 ‘제2의 최순실 태블릿’을 최 씨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동시에 법원은 장시호 씨의 태블릿 제출 알리바이가 믿기 어렵다고 하면서 관련 특검 수사결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10일, 서울중앙지방법뭔 민사211 단독 서영효 부장판사는 최 씨가 특검이 갖고 있는 ‘제2태블릿’을 돌려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 인도 소송 1심에서 “피고(‘대한민국’과 ‘특검’)는 원고(최서원)에게 압수물(태블릿)을 인도하라”며 최 씨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법원은 최 씨에게 청구권이 없다는 ‘대한민국’과 ‘특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 부장판사는 “형사소송법에는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제출자가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일단은 특검 발표에 의하면, ‘최서원은 태블릿을 직접 구입해서 사용한 소유자였다’는 취지였기 때문에 최 씨에게는 소유권자 지위에서 반환소송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서원 씨가 형사재판 과정에서 거듭 ‘제2태블릿’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해온 사실을 근거로 최 씨에게 반환 청구권이 없다고 한 대한민국과 특검 측의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 부장판사는 “최서원 씨가 수사기관 및 형사재판과정에서 태블릿이 본인 것이 아니었다고 진술하거나 사용 일체에 대해서 부인했다고 해도 이는 헌법에 보장된 방어권 차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나 증거물을 부인한 것일 뿐”이라며 “이와 같은 사정 때문에 관련 증거들이 인정된 민사적인 소유권 관계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재판부가 장시호 씨의 ‘제2태블릿’ 입수 및 제출 경위 관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법원이 공식적으로 관련 특검 수사결과의 진위에 의구심을 표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 대한민국과 특검 측은 ‘제2태블릿’의 소유권은 최서원에서 장시호에게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대한민국과 특검 측은 장시호 씨가 2016년 10월 최서원의 자택에서 ‘제2태블릿’을 발견한 순간부터 2017년 1월 5일에 이를 특검에 제출하기까지 장 씨의 주장을 담은 진술조서와 증인신문조서를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서 부장판사는 관련 장시호 진술은 믿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 부장판사는 “설사 장시호 진술 내용이 맞다고 가정한대도, 당시 장시호가 최 씨의 집에서 태블릿을 급하게 가져나온 행동은 국정농단과 관련된 일체의 증거를 인정하거나 또는 은닉하기 위한 조치 차원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장시호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 자체가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언론에 보도된 기사에 의하면 장시호가 원고 집에서 태블릿을 가져나온 시점은 2016년 10월 24일 이후가 아니라, 2016년 10월 초순경 원고의 집에서 태블릿을 갖고 나오는 장면이 CCTV에 촬영됐다”며 “특별검사는 CCTV 장면을 갖고 장시호한테 추궁을 한다. 결국 장시호의 수사 기관 진술 내용을 선뜻 믿을 수 있느냐에 대해선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시호가 태블릿을 들고 나온 시점은 10월 초순이고 특검한테 임의 제출한 날짜는 2017년 1월 5일이었다”며 “이 3개월 동안 장시호는 (태블릿을) 아들한테 줬고 아들은 아들의 여자 친구에게 순차적으로 양도했다고 진술했는데, 장시호, 아들, 아들의 여자 친구가 태블릿을 3개월 동안 사용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도 설명했다.
즉 재판부는 ‘제2의 최순실 태블릿’과 관련해 장시호 씨가 제시한 알리바이 대부분을 믿을 수 없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하지만 애초 윤석열·한동훈의 특검 수사 제4팀의 ‘제2태블릿’을 최서원의 것으로 결론내린 핵심근거는 장 씨의 진술이었다. 이번에 장 씨 진술의 신빙성이 법원에서 배척당하면서 향후 다른 재판에서 관련 특검 수사결과 전체가 법적으로 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은 “태블릿이 최서원 것이란 것도 장시호 진술이었고, 태블릿 소유권을 포기했다는 것도 다 장시호 진술이었는데, 후자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전자 역시 마찬가지가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번처럼 태블릿 반환 문제가 아니라, 향후 태블릿 조작수사 문제만 정확히 쟁점으로 다루는 소송에선 조작수사 결론이 내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최서원 씨는 자신의 태블릿 사용설을 지금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최 씨는 앞서 검찰과 특검이 공식화했었던 자신의 ‘법적 소유권’으로써 일단 태블릿을 돌려받은 후에 과학적 포렌식 감정을 통해서 실사용자가 누구인지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최 씨는 ‘제2태블릿’과 관련 사이버포렌식전문가협회(KCFPA) 등에 의한 이미징파일 감정 결과를 제시하며 이 기기의 잠금장치가 변경되고 원 사용자의 지문정보가 삭제되는 등 특검에 의해 한 달간 기기 증거조작이 이뤄졌음을 주장해오고 있다.
최 씨는 ‘제1태블릿’(JTBC태블릿)에 대해서도 반환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9월, 1심에서 승소했던 바 있다. 해당 소송은 항소심이 진행중이며 8월 25일 선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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