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당시 서부지법 사태를 교사했다며 재판에 넘겨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43개 발언’이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전 목사의 유튜브 방송과 집회 등에서 발언을 서부지법 사태 교사 혐의의 근거로 보고 있다. 이에 전 목사 측은 오히려 발언 어디에서도 “서부지법 사태를 일으키라”는 취지의 명시적 지시와 부추김, 적어도 이를 유추할 만한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박지원) 심리로 열린 전광훈 목사에 대한 특수건조물침입교사·특수공무집행방해교사 등 혐의의 1심 공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은 전 목사에 대한 공소사실을 밝히며, 지난 2025년 1월 19일 발생한 서부지법 사태를 그가 부추겼다며 당시 발언을 설명했다.
검찰은 2025년 1월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반대 집회에서 “이제 국민저항권이 완성됐다” “내가 지금 광화문의 총사령관이다. 지금부터 내 말 안 들으면 총살이다” “서부지방법원 주소를 띄워달라. 우리는 빨리 그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등 전 목사의 발언을 들어 그가 서부지법 사태를 교사했다고 봤다.
이러한 발언들이 다음 날인 1월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이에 분노한 이들이 서부지법 경내로 무단으로 침입하는 과정에서 경찰공무원들을 폭행하고, 법원 시설물을 파손하도록 교사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 공소장에 2024년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유튜브 채널과 교회 예배, 현장 집회에서 나온 전 목사의 발언을 정리했다. <인싸잇>이 입수한 공소장에 담긴 전 목사의 해당 발언을 전부 파악해 본 결과 43개에 달했다.
그중 일부 발언을 날짜와 장소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유튜브 방송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이 나왔기 때문에 그 이후에 나머지 위반하는 것이 위법이지, 위헌이지, 처단해야 하는 것.”
“나는 광화문 총사령관으로서 여러분에게 명합니다. 다 나오기를 바랍니다.”
- 2024년 12월 14~15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유튜브 방송
“오늘 우리가 혁명의 날이지 않습니까. 혁명하는 것이 이것이 헌법위반이에요?”
“이건 헌법이 보장한 겁니다. 절대 불법이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 헌법재판소에서 판정 안 받아도 됩니다.”
- 2024년 12월 21일 광화문 집회
“광화문 총사령관으로서 오늘 저는 선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된 것을 원상 회복시킬 것을 선언합니다. 더이상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을 부르지 마세요. 이것은 헌법 위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국민의 저항권이기 때문에 오늘 우리는 국민의 저항권을 완성했습니다.”
“저는 광화문의 총사령관으로서 당당히 선포합니다. 국민저항권은 완성이 된 것입니다.”
- 2024년 12월 31일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이후 유튜브 방송
“국민저항권으로 지금 이 시간도 나는 명령합니다. 이번에 체포영장 다 무효입니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 법원 전부 불의에 빠진 거에요. 전부 다 이거에 대해 항거를 해야 하는 거야.”
- 2025년 1월 3~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
“체포영장을 허가해준 판사는 북한으로 보내버려야 해. 그러면 과연 계엄령이 법적으로 헌법적으로 잘 됐느냐 못 했느냐 이제 최고의 권위는 국민혁명의장이 가지고 있어요.”
“여러분 저는 이 광화문을 전체 지휘하는 총사령관이라는 거 여러분 인정하십니까.”
“우리는 국민저항권을 가지고 헌법재판소도 해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체제 전체가 다 바뀌는 거에요.”
- 2025년 1월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
“만약 경찰들도 덤비기만 하면 감방을 반드시 처넣을 것입니다. 국회의원들도 300명 다 감방에 처넣어야 하는 거야.”
- 2025년 1월 14일 유튜브 방송,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
“이제는 구체적으로 국민저항권을 내가 선언만 했지만, 이제는 현실화 시키려고 지금 우리가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앙선관위와 공수처를 비롯해 지금 계속 엉뚱한 짓을 하는 놈들은 다 처형시켜야 합니다.”
“내가 만약 공수처든지 경찰이든지 만약 여기를 진입하면 여러분들 기죽을 필요 없어. 국민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는 권위가 있으니까.”
- 2025년 1월 16~17일 집회
“반드시 이번 토요일(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적 피의자 심문기일) 국민의 저항권을 발동하여 4·19 혁명같이 발동해서 윤석열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에서 모시고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혁명으로 맞짱을 떠야 돼요.”
“이 권력 행사를 내일(1월 18일)하려고 합니다.”
“내일 국민저항권을 나는 광화문의 국민혁명의장으로서 내일 반드시 폭탄적인 발언을 할 것이고, 국민저항권 선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내일 이후로 서울구치소에서 갇혀 있을 필요가 없어요.”
- 2025년 1월 18일 광화문 집회
“이제 제가 선언하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헌법 정신에 따라 헌법에 입각하여 중대한 선언을 하겠습니다. 이제 국민저항권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구성될 광화문 국민저항위원회를 통하여 이제 대한민국을 통치해 나갈테니까, 여기에 만약에 반발하거나 반국가세력이 개입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처단받을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지금 광화문의 총사령관이잖아요. 지금부터 내 말 안 들으면 총살이에요. 총살.”
“서부지방법원 주소를 한 번 띄워 주세요. 우리는 빨리 그쪽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 2025년 1월 18일 서울서부지법 인근 집회
“헌법 위의 권위인 국민저항권으로 우리는 맞짱 뜨기로 했습니다.”
“지금부터 모든 공무원, 경찰들, 모든 사람들은 이 국민저항권에 따라야 해.”
“만약 거기서 거슬리거나 반역죄를 한 놈들은 반드시 깜방 갈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윤석열, 오늘 안에 우리가 석방시켜 드릴테니까. 판사님 잘 들으세요. 광화문을 우습게 보지 마세요. 광화문은 국민의 모든 뜻을 대변하는 결사체입니다.”
“만약에 오늘 석방시키지 않고 판사가 기각을 만약에 했다고 하면 우리는 서울구치소를 들어가서 강제로라도 왜 국민저항권이 최고의 권위니까,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에서 모셔 나와야 되는 것입니다.”
- 2025년 1월 18일 유튜브 방송
“이제는 우리의 권리가 국민저항권으로 왔단 말이에요. 왔으니까, 우리는 이제 그리고 반국가세력들은 감방에 갈 준비를 해야 하고.”
“우리는 국민저항권이 왕이니까, 이걸 집행해서 정상화되면 3개월 안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돌려주려고 그래요.”
판례가 말하는 ‘교사’ 발언... 범죄 실행에 이를 정도 돼야
일부 언론은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이 사건 공소장을 입수해 위 발언 중 ‘총살’, ‘광화문 총사령관’ 등 자극적인 일부 단어를 헤드라인에 붙여 다소 비판적 논조로 보도했다.
전 목사의 이번 사건에서의 발언이 과장되고, 공격적이며,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은 어느 정치 진영을 막론하고 나온 바 있다.
다만 ‘부적절함’과 서부지법 침입(특수건조물침입) 및 경찰 폭행(특수공무집행방해)을 교사한 행위라는 건 엄밀히 차원이 다르다.
본지가 여러 법률전문가를 통해 취재한 바에 따르면, 대법원 판례(1991.5.14. 선고 91도542)에 따라 막연히 “범죄를 하라”는 등의 행위만으로는 교사 행위가 될 수 없다.
물론 교사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행의 일시와 장소, 방법 등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피교사자에게 특정해 교사할 필요는 없지만, 이들이 일정한 범죄의 실행을 결의할 정도에 이르게 하면 교사범이 성립된다.
해당 판례의 사건에서 피고인 A는 평소 상습적으로 물건을 절도한 B와 C로부터 해당 절도품을 19회에 걸쳐 사들였고, 어느 날 이들에게 드라이버를 주면서 “돈도 필요할텐데, 열심히 일하라(도둑질을 하라)”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A는 절도 교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부인했지만, 대법원은 “종전에 하던 범위의 절도를 다시 계속하면 그 절도품을 사주겠다는 의사로, 절도의 교사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근 판례(2023.10.11.선고 광주지방법원)를 살펴보면, 노동조합 지부장 D씨는 지난 2022년 4월경 노조원들과 임금협상 투쟁을 위한 집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로 “모든 것은 지부장이 책임지겠다. 앞으로 전진”이라고 외쳐, 노조원들이 회사 외부에서 대치하던 경찰들에 폭행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D씨가 노조원들로 하여금 다중의 위력을 보여 치안유지에 정당한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들을 폭행하도록 교사했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교사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전진”이라는 뚜렷한 의사를 표현했다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위 판례들에 비춰봤을 때, 전 목사에 대한 교사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의 발언이 서부지법 사태를 일으킨 이들이 범행을 실행하게 할 정도가 돼야 한다.
다시 말해, 범행을 실행하는데 발언이 막연하지도 않아야 하며, “1월 19일 새벽 3시에 서부지법에 침입해 경찰을 때리고, 법원 곳곳을 둔기로 부수라”는 식으로 범행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는 않더라도 대법원 91도542 사건과 같이 교사자의 드라이버를 건네며 “열심히 일하라”는 발언만으로 피교사자가 바로 범행을 실행할 정도로 공통된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재판부, 檢에 “어떤 행위가 교사라는 것인지 공소사실 재검토하라”
앞서 언급했던 대로 공소장에 기재된 전광훈 목사의 발언에는 시청자 또는 청중들에게 “서부지법에 무단으로 들어가 폭행을 행사하라”는 명백한 범행 의사가 담기지 않았다.
특히 “국민저항권을 행사한다”거나 “처단해야 한다” “경찰들이 덤비면 감방에 처넣어야 한다” “반드시 처단받을 준비를 해야 할 것” “총살” 등 다소 과격한 발언을 나왔다고 해서, 이것이 경찰을 폭행하고 법원에 무단으로 난입해 시설물을 훼손하는 등의 범죄 행위를 부추기기에 충분했다고 보기에도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전 목사의 발언 중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석방시켜 드리겠다”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에서 모셔 나와야된다”라는 부분을 과거 경찰 수사 과정에서부터 교사 행위 중 하나로 문제 삼았지만, 이 역시 대상이 서울구치소로 실제 범행이 이뤄진 서부지법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이 사건 교사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첫 공판에서 전 목사 측 변호인단은 교사 행위를 부인하며, “공소장 어디를 보더라도 피고인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서부지법에 침입하라고 한 발언은 없다”며 “국민저항권을 주장하는 건 합법적 내용으로 불법을 교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 역시 이날 검찰 측에 “방조범·교사범 판례를 보면, 범죄 사실을 특정해야 하는데,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의 어떤 행위가 교사 행위에 해당하는지 공소사실을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전 목사의 어떤 발언이 서부지법 사태를 일으킨 피의자들이 범행에 이르기 위한 지시 또는 부추김에 해당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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