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思] ‘공포의 수요일’이 청년에 던진 교훈... 우리가 놓친 ‘불변의 법칙’

 

인싸잇=강원준 기자 | 예측 불가의 시대다. 지난 4일, 한국 증시는 ‘역대 최악’의 폭락장을 연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급락하면서 20분 동안 거래를 강제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는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했다는 것으로, 당연히 이날 주식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거래가 재개된 이후 낙폭은 오히려 더 커졌다. 코스피는 장중 전날 대비 12.64%, 코스닥은 14.1% 넘게 추락했다. 1시간에 100포인트 넘게 오르내리는 극단적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하락장을 저가 매수로 떠받친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투자 관련 커뮤니티 곳곳에 패닉에 빠진 현 상황을 토로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세계 금융 시장에서 한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상 초유의 ‘공포의 수요일’을 기록한 것이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날보다 12.06% 하락하며 미국 9·11 테러 직후였던 2001년 9월 12일(-12.02%)의 낙폭을 넘어섰다고 한다. 지난 1983년 1월 4일 코스피 첫 공표 이래 하락률과 하락폭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환시장 역시 요동쳐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1500원을 돌파했다.

 

일본 정계의 반전, 상상은 현실로

 

예측을 비웃는 일은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벌어졌다. 지난달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 결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은 단독으로 개헌 발의가 가능한 310석(전체 465석 중 3분의 2)을 넘어서는 316석을 싹쓸이하며 압승했다.

 

불과 1년 4개월 전인 지난 2024년 10월 총선에서 단독 과반을 잃으며 휘청였던 자민당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기존 198석에서 무려 118석을 늘리며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단일 정당이 개헌선을 넘어선 것은 일본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지난 1955년 창당한 자민당의 역대 최대 의석이었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시절의 300석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다카이치 총리는 여소야대의 절체절명 위기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의 역사를 썼다.

 

리스크의 본질: 누구의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 것

 

불과 1개월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본의 선거와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인한 국내외 증시의 패닉 등을 경험하며, 세상에는 정말 ‘처음 벌어지는 일’들이 순식간에 몰아닥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직전 1개월보다 좀 더 늘려서 바라보면, 노동시장에는 AI(인공지능)와 로보틱스가 유례없는 파동을 일으키고, 외교적으로는 미·중 패권 전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전개된다.

 

과연 미래를 예측하는 게 의미가 있나 할 정도로 소위 말하는 현타(현자타임)에 빠질 때가 있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세상이니 완벽한 대비란 있을 수 없고, 결국 이 치열한 흐름에서 쓸려 내려가지 않으려면 운이 좋기를 바라는 게 우리 청년들에게는 가장 현실적이라는 생각마저 들기 때문이다.

 

최근 인류사를 뒤흔든 거대한 사건들을 반추해 보자. 코로나19, 9·11 테러, 미국의 대공황.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발생하기 전까지 그 누구의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위 말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이다. 진짜 치명적인 위험은 우리가 대비하고 있는 영역이 아니라,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지점에서 터져 나온다.

 

예측할 수 없다는 그 속성 자체가 리스크를 정복 불가능한 것으로 만든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리스크는 대책을 세우는 순간 더 이상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결국 향후 10년간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가장 큰 위협 역시, 이 순간 아무도 언급하지 않고 있는 ‘무언가’일 확률이 높다. 불확실성이야말로 리스크가 가진 가장 날카로운 무기인 셈이다.

 

모건 하우절이 던진 화두: 변하는 것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

 

이 혼란의 시대에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관점을 바꿀 것을 제안한다. 사람들은 늘 그에게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이 변할 것인가”를 묻지만, 그는 정작 중요한 질문은 “앞으로 10년 동안 변하지 않을 것은 무엇인가”라고 단언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물은 바로 경제 칼럼니스트 모건 하우절(Morgan Housel)이다.

 

지난 2018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투자 심리 보고서 ‘돈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Money)’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어느새 2020년대 들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경제경영서 저자가 됐다.

 

그가 2024년 새롭게 내놓은 「불변의 법칙(Same as Ever)」(이수경 옮김, 서삼독, 2024)은 바로 이 ‘변하지 않는 본질’에 대한 탐구서다.

 

모건 하우절은 이 책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인간 불변의 법칙이 담긴 23가지 이야기를 전한다.

 

돈과 투자의 영역은 물론 그 너머 인생과 성공, 인간의 욕망과 행동 편향을 두루 다루며 다각적이고 통합적인 메시지를 함축해 낸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인간 심리의 일관성: 욕망과 두려움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 행동의 동인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매번 새롭지만, 그 뒤에는 익숙한 감정의 패턴이 반복된다.

 

2. 반복되는 역사의 패턴: 역사는 똑같이 되풀이되지 않지만, 인간의 실수와 투기 열풍, 거품과 붕괴의 사이클은 수없이 재현된다. 과거 행동 이해가 미래 대비의 열쇠다.

 

3. 불확실성의 본질: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며 위험은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온다. 인간 행동 이해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하우절이 강조하는 이 법칙들의 저변에는 “세상은 변해도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날카로운 통찰이 깔려 있다.

 

100년 전 대공황기에 사람들이 느꼈던 공포와 지금 우리가 폭락장 앞에서 느끼는 공포의 질량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기술은 AI로 진화했지만, 그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뇌는 여전히 수만 년 전 원시 시대의 본능, 다시 말해 위험으로부터 도망치거나 무리에 휩쓸리는 본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를 맞추려는 ‘점성술적 예측’에 에너지를 쏟는 대신, 우리는 스스로에게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일 지수가 얼마가 될까”가 아니라 “지수가 어디까지 떨어져야 내 이성이 마비되고 공포가 나를 지배할 것인가”를 아는 것이 진정한 리스크 관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우절은 예측할 수 없는 외부 변수에 매달리기보다 절대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그것이야말로 불확실성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구명보트이기 때문이다.

 

LVMH, 상품이 아닌 ‘역사’와 ‘욕구’를 팔다

 

이러한 ‘불변의 법칙’을 비즈니스 현장에서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프랑스의 LVMH다.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모엣 헤네시(Moët & Hennessy)의 약자를 합쳐 탄생한 이 기업은 현재 75개에 이르는 유명 브랜드를 소유한 세계 최대의 사치재 제조 기업이다.

 

 

지난 2024년 5월 기준 LVMH의 시가총액은 약 570조 원으로 글로벌 패션 기업 중 압도적 1위이며, CEO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 역시 <포브스> 선정 ‘세계 최고 부자’ 1위에 등극했다.

 

그가 유독 명품 브랜드 인수에 집착하는 이유는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나눈 일화에서 잘 드러난다.

 

아르노 회장은 잡스에게 물었다. “과연 30년 후에도 사람들이 아이폰을 쓸까요”라고 묻자, 약간 빈정이 상한 잡스가 “글쎄요, 그럼 당신이 파는 명품은 30년 후에도 건재할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에 아르노는 여유롭게 응수했다. “그건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30년 후에도 사람들은 변함없이 고급 샴페인에 취해 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상품이 아니라 ‘역사’를 팔고 있기 때문이죠”라고.

 

LVMH의 브랜드들은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 유행과 기술에 좌우되는 전자기기와 달리, 남들과 차별화되고 싶은 인간의 '불변의 욕구'에 주목했기에 그들의 가치는 영원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레이 달리오가 증명한 ‘흔들리지 않는 나침반’

 

그렇다면 우리는 이 변동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변화의 속도가 무시무시한 시대다. 기술과 환경은 눈을 뜨면 바뀌어 있고, 선택의 기준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이런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쉽게 흔들리고 군중 심리에 휩쓸리기 쉽다.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더 단순하고 분명한 ‘원칙’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2017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원칙(Principles)」을 통해 그 해답을 제시했다.

 

미국 100대 부자 반열에 오른 투자의 거장인 그는, 사실 어린 시절 부모 말도 잘 듣지 않고 공부에도 큰 취미가 없던 낙제생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남의 간섭을 극도로 싫어하는 독립적인 성향을 재정적 목표로 승화시켰다. 12살 때부터 스스로 돈을 벌어 주식 투자를 시작했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대중과 반대로 가는 독립적 의사결정’을 배웠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성공 원칙이 되었다.

 

그가 평소의 은둔자적 생활을 깨고 이 책을 쓴 이유는 명확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하며 쏟아진 세간의 관심을 개인의 영광으로 돌리는 대신, ‘남의 성공을 돕는 일’에 쓰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남다른 성과를 낸 비결이 타고난 천재성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 속에서 처절하게 터득한 ‘행동의 원칙’ 덕분이라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인간이라는 사실, 그리고 자신만의 원칙

 

레이 달리오나 워런 버핏, 빌 게이츠 같은 대가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그들의 행동 양식은 아주 이른 시기부터 독립적이었으며, 철저히 자신만의 원칙에 따라 움직였다는 점이다.

 

원칙은 나를 구속하는 딱딱한 규칙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해주는 나침반이자, 안개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돕는 이정표다.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투자이든, 커리어든 각자만의 원칙을 정립하는 일이다. 급변하는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지금 당장 변해야 한다”고 다그치지만, 거장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기술은 변해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으며, 그 본성을 다스리는 것은 오직 단단한 원칙뿐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라 감정에 흔들리는 ‘인간’이다. 공포의 수요일에 투매를 하고, 30년 뒤의 미래보다 당장의 수익률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불변의 법칙’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예측할 수 없는 리스크와 롤러코스터 같은 시장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다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맞추려 애쓰기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을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 위에서 나만의 원칙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격변하는 시대, 우리 청년들을 지탱해 줄 단 하나의 원칙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야말로 1500원 환율과 폭락하는 지수보다 훨씬 더 중요한, 향후 70~80년 남은 인생에 대한 본질적인 투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