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 = 유용욱 주필 | 가을이 깊어가는 길목, 찬 바람이 불기 직전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이상 난동 현상을 북미에서는 ‘인디언 썸머(Indian Summer)’라 부른다. 동트는 새벽의 서리는 계절의 종말을 고하지만, 한낮의 햇살만큼은 마치 여름처럼 화사하게 내리쬐는 찰나의 계절. 잠시 겉옷을 벗어 던지며 햇살에 도취하지만 지혜로운 이들은 안다. 이 온기는 계절의 이치를 역행하는 봄이 아니며, 들이닥칠 엄혹한 동토(凍土) 직전에 찾아오는 자연의 서글픈 ‘마지막 눈속임’일 뿐이라는 사실을. 2001년 영화 「인디안 썸머(Indiansummer)」는 이 찰나의 거짓된 온기를 삶의 벼랑 끝에 선 두 남녀의 애절한 서사(敍事)로 풀어냈다. 남편 살해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여인 신영과,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던졌던 국선 변호사 준하. 법정이라는 서늘한 벼랑 끝에서 항소심 무죄를 받아낸 뒤 동해안 바닷가에서 보낸 눈부신 며칠간의 일탈, 그것이 그들의 ‘인디언 썸머’였다. 그러나 영화의 진짜 여운(餘韻)은 따스했던 햇살에 있지 않았다. 환각(幻覺) 같았던 자유가 끝난 뒤, 자신이 짊어진 과거의 상처와 진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사형대의 그늘 속으로 걸어
인싸잇 = 유용욱 주필 | 우리는 타인이나 특정 인물을 파악하고 소비할 때 얼마나 자주 ‘프레임’이라는 편리한 도구에 의존하곤 하는가. 매일같이 쏟아지는 뉴스 매체와 자극적인 미디어 환경 속에서 특정 인물에게 부여된 단 몇 개의 자극적인 수식어, 그리고 헤드라인은 복잡다단(複雜多端)한 한 사람의 일생과 신념을 손쉽게 규정짓고 판단을 끝내버린다. 손쉬운 단정과 프레임의 정치학 특히 사회적, 정치적 논쟁의 한복판에 선 인물일수록 대중의 단정적 평가와 낙인은 더욱 빠르고 단단하게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출간된 인싸잇 한민철 기자의 신간 『전광훈, 진실을 향한 투쟁』은 바로 이 지점, 즉 언론과 정치권이 만들어낸 확고한 이미지 프레임과 실제 현장에서 숨 쉬는 사실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간극(間隙)’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이 책은 또 한국 사회에서 가장 극단적인 찬반 평가를 받는 인물 중 한 명인 전광훈 목사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논란을 저자인 한민철 기자가 약 6개월에 걸쳐 직접 현장을 누비며 다각도로 취재하고 직접 발로 뛰어가며 확인을 거듭한, 그래서 나름 최고 수준의 교차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교계의 '이단성(異端性)'
인싸잇 = 유용욱 주필 | 요즘은 제법 바람의 결이 서늘하게 달라졌다. 한여름의 뜨겁던 햇살은 차갑게 스러지고, 길가에 수줍게 굴러다니는 낙엽 한 장에도 가슴 한구석이 쿵 하고 내려앉는 계절이다. 이미 지천명(知天命)을 훌쩍 넘어 어느덧 삶의 종반전을 향해 가고 있는 중 · 노년 남성에게 가을이란, 단순히 트렌치코트 깃을 세우며 한껏 폼이나 잡는 가벼운 시간이 아니다. 지나온 삶의 궤적(軌跡)을 서글프게 돌아보고, 손가락 사이로 허무하게 빠져나간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줍어 들며 나지막이 아픈 긴 숨을 내쉬는 정서적(情緖的) 고독(孤獨) 의 시간이다. 낙엽 떨어지는 길목,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이들에게 가장(家長)이라는 묵직한 이름표, 사회(社會)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속에서 매일같이 조여오는 생존의 압박, 그리고 자신이 속한 조직과 타인의 시선에 부응하기 위해 입어 온 갑옷들.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오롯이 혼자 남겨지는 밤이면, 까닭 모를 쓸쓸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감정이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은 상처를 가슴속에 덮어두었기에 조그만 서정적(抒情的) 자극에도 쉽게 흔들리는 상태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가을의 길
인싸잇 = 유용욱 주필 | 바람의 결이 서늘하게 바뀌는 계절이다. 나뭇잎은 무성했던 녹음(綠陰)을 뒤로한 채 힘없이 길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거리의 사람들은 옷깃을 깊숙이 여미며 차가워진 공기를 비켜선다. 들녘의 풀포기조차 겨울을 맞이할 채비에 분주한 이 무렵,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가을과 겨울로 들어서는 길목은 그저 해마다 찾아오는 계절의 순환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누군가에게는 생애 가장 차갑고 아득한 단절,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잔혹한 겨울의 시작이다. 서늘한 계절, 법정의 문이 닫히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법정(法庭)의 무거운 문이 쾅 하고 닫혔다. 그 육중한 출입문이 닫히며 낸 울림은 법정을 넘어서 하나의 인생이 아득한 절벽 아래로 내던져지는 소리였다. 망치를 들고 업무용 PC 하드디스크를 깨부수고, 메모리 칩을 손발로 구부려 짓밟은 뒤 밭둑과 목욕탕 쓰레기통에 내던졌던 전재수 전 의원실 선임 보좌관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그는 마음에 준비를 할 시간조차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정구속되었다. 자신의 손에 생애(生涯) 처음으로 차가운 수갑이 채워지는 순간, 그가 바라보았을 법정의 천
인싸잇=심규진 | 2014년 발표된 페이스북 실험은 감정이 전염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연구진이 이용자 약 69만 명의 뉴스피드에서 긍정적인 게시물의 노출을 줄이자, 이용자들이 쓰는 글에서도 긍정적인 표현은 줄고 부정적인 표현은 늘었다. 부정적인 게시물을 덜 보여주자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타인의 감정은 화면에 머물지 않았다. 그것을 읽는 사람의 언어로 옮겨갔다. 영화 「암살자(들)」 논란에서도 주목할 것은 분노의 전염이다. 다만 영화에 대한 반감이 광고와 배우에게 번졌다는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에는 상대 진영의 분노와 응징 방식이 진영의 경계를 넘어 되돌아왔다. 보수 관객들은 이제 자신들이 겪었던 방식으로 항의하고 있다. 그 전례가 스타벅스 사태다. 지난 5월 스타벅스는 5·18 기념일에 ‘탱크데이’라는 텀블러 판촉 행사를 진행했다.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도 사용했다. 부적절한 기획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부적절한 표현과 의도적인 역사 모독은 같은 판단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광주 희생자와 시민들의 투쟁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했다. 도덕적 책임을 넘어 행정적·법적·정치적 책임까지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가을 엽서 25 주광일 가을바람 선선해도 가을햇볕 따갑구나 잡것들 설치는 세상 착한 사람 숨어 살고 푸른 하늘 높아져도 마음 쓰라린 가을날 가슴 깊이 추모하네 한평생 떠돈 김시습 2026.9.25. □ 주광일 1943년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1965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제5회 사법시험 합격했다. 1979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을 수료했다. 검사로 있으면서 면도날이라고 불릴 만큼 일처리가 매섭고 깔끔하며 잔일까지도 직접 챙겨 부하검사들이 부담스러워했다. 10.26 사건 직후 합동수사본부에 파견돼 김재규 수사를 맡았으나 "개혁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원대복귀되기도 했다.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있을 때 자신이 직접 언론 브리핑을 했던 인천 북구청 세금 횡령 사건, 인천지방법원 집달관 비리 사건 등 대형 사건을 처리했다.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차장검사로 있던 1989년 9월 18일부터 나흘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지역법률가회의에 참석하여 '한국경제 발전 과정에 있어서의 외자도입법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대전고등검찰청 차장검사로 있던 1992년 8월
가을 엽서 24 주광일 오늘은 추분입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니 새벽 바람이 더욱 서늘해진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는 밤의 길이가 더욱 길어지겠지요. 길어져가는 가을밤 우리들의 소박한 꿈도 작은 대추 한 알처럼 단단하게 영글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대추 한 알을 영글게 하였던 한가위 햇살처럼 흐뭇한 가을 한철을 소망해봅니다. 2026.9.23. □ 주광일 1943년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1965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제5회 사법시험 합격했다. 1979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을 수료했다. 검사로 있으면서 면도날이라고 불릴 만큼 일처리가 매섭고 깔끔하며 잔일까지도 직접 챙겨 부하검사들이 부담스러워했다. 10.26 사건 직후 합동수사본부에 파견돼 김재규 수사를 맡았으나 "개혁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원대복귀되기도 했다.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있을 때 자신이 직접 언론 브리핑을 했던 인천 북구청 세금 횡령 사건, 인천지방법원 집달관 비리 사건 등 대형 사건을 처리했다.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차장검사로 있던 1989년 9월 18일부터 나흘간 홍콩에서 열린
가을 엽서 23 주광일 맹물 같이 물러 터진 가을날 조락하는 가을빛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나, 가깝고도 먼 숲으로 사라지리라. 그 숲 속에서 찿을 길 없이 흔적도 없이 나, 잊혀지더라도 결단코 후회하지 않으리라. 2026.9.23. □ 주광일 1943년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1965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제5회 사법시험 합격했다. 1979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을 수료했다. 검사로 있으면서 면도날이라고 불릴 만큼 일처리가 매섭고 깔끔하며 잔일까지도 직접 챙겨 부하검사들이 부담스러워했다. 10.26 사건 직후 합동수사본부에 파견돼 김재규 수사를 맡았으나 "개혁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원대복귀되기도 했다.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있을 때 자신이 직접 언론 브리핑을 했던 인천 북구청 세금 횡령 사건, 인천지방법원 집달관 비리 사건 등 대형 사건을 처리했다.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차장검사로 있던 1989년 9월 18일부터 나흘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지역법률가회의에 참석하여 '한국경제 발전 과정에 있어서의 외자도입법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대전고등검찰청
인싸잇 = 유용욱 주필 |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자, 한 국가 공동체가 공유하는 기억의 성역(聖域)이다. 객관적 사실(Fact)의 튼튼한 반석 위에 쌓아 올린 역사적 기억은 시대의 이정표이자 사회적 통합을 유지하는 기둥이다. 그 기둥이 정파적 목적이나 상업적 흥행을 위해 흔들릴 때, 사회는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과 인지적(認知的) 균열(龜裂)을 겪게 된다. 최근 극장가를 둘러싸고 대중적 분노와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암살자들』을 바라보는 필자의 시선은 참담함과 비통함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영화는 예술과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과 창작물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었으나, 그 실상은 픽션(Fiction)의 탈을 쓴 지능적 역사 왜곡이자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을 정략적으로 부관참시(剖棺斬屍)하는 문화적 탈선에 다름아니다. 역사는 성역(聖域)인가, 흥행(興行)과 선동(煽動)의 소모품인가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국립극장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영부인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라는 엄혹한 역사적 비극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서사(敘事)의 핵심 골격으로 채택한 것은 확정된 사법적 진실도, 냉철한 국제 외교 사료(史料
가을 엽서 21 주광일 2026년 9월 21일 성 마태오 사도 복음사가 축일에 나는 울었네. 천상 기쁨에 젖어 감사하며 속울음 울었네. 육신은 비록 쇠잔해졌어도 마음은 어린 아기 같아서, 소란스런 밤에도 단잠을 잤다네. 2026.9.21. □ 주광일 1943년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1965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제5회 사법시험 합격했다. 1979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을 수료했다. 검사로 있으면서 면도날이라고 불릴 만큼 일처리가 매섭고 깔끔하며 잔일까지도 직접 챙겨 부하검사들이 부담스러워했다. 10.26 사건 직후 합동수사본부에 파견돼 김재규 수사를 맡았으나 "개혁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원대복귀되기도 했다.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있을 때 자신이 직접 언론 브리핑을 했던 인천 북구청 세금 횡령 사건, 인천지방법원 집달관 비리 사건 등 대형 사건을 처리했다. 서울지방검찰청 북부지청 차장검사로 있던 1989년 9월 18일부터 나흘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지역법률가회의에 참석하여 '한국경제 발전 과정에 있어서의 외자도입법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대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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