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반중·반공주의 주한美대사 임명이 ‘아마도 껄끄러울’ 李 정부

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2기 행정부 첫 주한미국대사 후보로 한국계 여성 정치인 미셸 박 스틸 전 연방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스틸 전 의원은 지난 1955년 한국 이름 박은주로 서울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냈고, 청소년 시기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대학을 다녔다.

 

그는 이후 1975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뒤 대학을 졸업했고, 로스앤젤레스 폭동 사태를 계기로 한인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신념에 정치권에 발을 들이게 됐다.

 

이후 그는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장을 거쳐 2020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낸 미국 내 성공한 한인으로 손꼽힌다.

 

스틸 전 의원은 그의 성장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에 대한 애정이 아직도 깊다고 한다. 여전히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오징어젓갈과 김치 등 한식을 즐긴다고 한다. 특히 미국인 남편(숀 스틸 변호사) 등 가족들과 자주 한인 음식점을 찾을 정도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 일본 거주 경험 덕분에 일본어 구사 능력도 상당한 것은 물론, 일본 통(通)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에 트럼프 정부에서 한미일 동맹에 기여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대사 지명자가 공식 부임하기 위해서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사청문회와 상원 전체 회의의 인준 표결을 거쳐야 한다. 스틸 전 의원이 그동안 의정 활동에 있어 잡음을 일으킨 적이 없었고, 대표적 친트럼프 성향의 인사이자, 무엇보다 주한미국대사가 1년 넘게 공석이었던 만큼 인준 절차가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사 지명자는 상대국의 동의 절차인 아그레망(agrément)을 받아야 취임할 수 있는 만큼, 이재명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7년 12월경, 빅터 차를 주한미국대사로 임명하기 위해 아그레망을 요청했는데,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듬해 1월 미국 측에서 빅터 차에 대한 임명을 취소하며 아그레망을 스스로 철회한 바 있다.

 

이 사례는 미국 측의 결정에 의한 것이었기에, 그동안 우리 정부의 의사로 미국 측의 아그레망을 거부 또는 철회한 적은 없었다.

 

만약 아그레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외교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는 만큼, 향후 이재명 정부도 미셸 스틸 전 의원에 대한 아그레망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여진다.

 

스틸 전 의원에 대한 주한미국대사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에서, 벌써부터 국내 정치권에서는 그의 취임 이후 이재명 정부와 어떤 관계를 형성해 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의 과거 행보에 비춰봤을 때 이재명 정부를 비롯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성향과 크게 부딪힐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스틸 전 의원은 한미일 동맹 강화를 중요시하는 동시에, 반중·반공 성향은 물론 북한 인권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스틸 전 의원은 지난 2023년 4월 28일 미국의 베트남 참전 48주년을 기념하는 하원 본회의장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검은 4월’에는 사이공의 함락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분들 그리고 공산주의를 피해 도망치다 목숨을 잃은 분들을 기억한다. 베트남 공화국(남베트남)의 몰락은 현대사에서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다. 이는 자유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일깨워준다.

 

During Black April we remember the fall of Saigon, those who served in Vietnam, and those who lost their lives fleeing communism. The fall of the republic of Vietnam is one greatest tragedies in modern history. It reminds us that freedom is not free. It reminds us that we are blessed to live in the greatest country in the world.”

 

 

* 검은 4월 : 1975년 4월 30일 사이공의 함락, 즉 베트남 전쟁의 종식을 상징하는 말로, 해외 베트남 공화국 출신자들이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생명을 기리고 고난을 되돌아보는 날을 의미함.

 

또 스틸 전 의원은 지난 2022년 10월 7일 ‘엄청난 영향력(Enormous Power)’이라는 정치 선전 영상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은 MBA 출신들을 위협하고 할리우드를 압박한다. 중국은 미국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에서 제 가족들은 공산주의자들의 지원을 받는 세력의 침략을 피해 고향을 떠나왔다. 그렇기에 저는 학교에서 공산당 선전을 금지하고 중국의 부패한 거래를 막기 위해 싸우고 있다.

 

China intimidates the MBA and strong arms Hollywood. China has enormous power in America. In Korea, my family fled their home from a communist backed invasion; that is why I'm fighting to ban communist propaganda in our schools and stop their corrupt trade deals.”

 

 

실제로 스틸 전 의원의 부모님은 이북 출신으로, 한국전쟁을 계기로 월남해 서울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쟁을 일으켜 자신의 가족을 실향민으로 만든 북한과 중국 공산당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그는 평소 공화당 내에서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는 정치인으로, 지난 2021년 출범한 ‘의회·행정부 중국 위원회’(CECC)에서 중국 인권 침해 및 무역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이어 지난 2023년 1월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미 하원 특별위원회인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대한 하원 특별위원회(United States House Select Committee on Strategic Competitio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Chinese Communist Party)’에 참여해 반중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보장 조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발표하기도 했고, 지난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막아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 가장 먼저 당하는 건 한국이다” “한미관계를 더 강화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대북 강경 태도를 보여왔다.

 

스틸 전 의원은 지난 2024년 2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미국 내 상영을 도운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건국전쟁>을 두고 “역사를 왜곡한 극우 영화”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종합하면 스틸 전 의원은 이재명 정부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성향과는 상당히 반대의 행보를 걸어온 인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강력한 반중·반공 성향의 인물이 주한미국대사로서 국내에서 한미관계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친중·친북 행보로 이들과의 관계를 좁혀 나가려는 현 정부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