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직접적으로 BBK 검찰 수사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일요일 밤 방송된 KBS 방송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본질을 외면하면 안된다. 노 대통령은 진상규명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후보는 "검찰은 법무장관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법무장관은 엉터리 수사를 감행한 검찰에 대해 직무감찰을 실행해야 한다"며 "만일 법무장관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노 대통령은 법무장관을 경질해야 한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압박했다.
정동영 후보의 노대통령의 검찰 관리 책임 추궁은 때늦은 감이 있으나, 그 방향은 적절한 것이다. 지금의 검찰총장은 11월 말에 노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임채진씨이다. 이때는 이미 BBK 관련 김경준의 귀국이 확정되었던 때이다.
노대통령이 의지만 있었다면, 신임 검찰총장 인사 때부터, BBK 수사를 확실하게 하도록 방침을 정해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그 많은 검찰 후보 중 삼성의 떡값을 받은 의혹이 있는 자를 지명했다. 처음부터 BBK 수사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정동영 후보 측은 이때부터 노대통령과 임채진 검찰 총장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검찰의 수사발표 이후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노무현과 이명박의 연대설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검찰 수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노대통령과 검찰에 뒤통수를 맞아버렸다.
이제와서 그가 노대통령과 검찰을 공격하니,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러한 의혹을 제기하는 게 의미가 없는 일은 아니다.
우선, 대통합민주신당의 이해찬 선대위원장은 검찰총장 탄핵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과 이회창 측, 그리고 민주당의 협조만 있으면 얼마든지 국회 통과가 가능하다. 특검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장관이 직무감찰을 하지 않는다면, 법무부장관 해임건의안 제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검찰총장에 대한 1차적 관리책임은 법무부장관에 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이 검찰총장 탄핵안과 법무장관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사실 상 그가 이명박 후보와 직접적인 딜을 하지는 않았다 해도, 최소한 미필적 고의로 검찰의 부실수사를 눈감아주었다는 의혹은 입증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는 대선 이후, 신당과 민주당 등의 정계개편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민주진영이 분열된 가장 큰 이유는 노대통령의 실정이고, 다시 통합되지 못하는 이유도 노대통령의 실정이다. 노대통령이 검찰의 권력 유착에 눈을 감아 한나라당 집권에 간적접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면, 이를 명분으로 당내의 친노세력을 척결한 뒤, 민주당과의 합당을 도모해볼 수도 있는 일이다.
이 점은 정동영 후보 뿐 아니라, 연일 정치개입을 시도하는 이른바 어용 시민사회 세력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검찰만 공격할 뿐, 검찰 감독 책임자는 노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 등 친정권 매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받은 한자리와 궁물에 대한 양심 탓일까?
대선은 이미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선거는 대선만 있는 게 아니다. 다음 총선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노대통령의 실정과 검찰 관리 실패를 추궁하여, 노무현 개인의 실패를 민주진영 전체가 덮어쓰는 일을 막아야 한다.
정동영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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