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이명박 면죄부는 삼성-이명박-검찰의 수구부패 3각 동맹의 결과이다”라며 포효를 했다.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로서는 파격적인 폭로이다. 그 기세나 용기는 가상하다만, 논리의 연결고리가 빠져 있다. 바로 현 검찰 관리의 총 책임자 노무현 대통령이다.
정동영 후보 뿐 아니라,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 진보적 시민단체와 심지어 민주노동당조차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사실 상 의도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노대통령의 책임을 은폐시키고 있다. 은폐? 말이 좀 세다.
그러나, 어차피 삼성-이명박-검찰의 수구동맹 역시 근거없이 말만 센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는 증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추론일 뿐이다. 추론이라면, 논리라도 명확해야 하는데, 이들이 노무현이란 존재를 빼주면서, 논리조차 무너져버렸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임명한다. 이번 BBK건 수사를 맡은 정상명 검찰총장과 임채진 총장 모두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했다. 또한 이러한 검찰에 대해서 법무부장관이 감독한다. 그 법무부 장관도 노대통령이 임명했다. 이명박 후보는 아직 단 한 가지의 결정권도 없는 유력 대선후보에 불과하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그가 실제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는 취임날인 2월 25일 이후이다. 2월 24일까지는 검찰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존재는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정동영 후보의 말대로 삼성-검찰-이명박의 3각 동맹이 형성되었다고 치자. 그럼 검찰 총책임자 노대통령은 이런 3각 동맹이 구성될 동안 대체 뭐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냥 멍하니 보고 있었다면 검찰 관리 책임에 대한 직무유기가 된다. 그러나 과연 이게 현실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노대통령이 빠진 채 삼성-검찰-이명박 동맹이 형성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동영 후보와 진보진영은, 이번 검찰의 수사 발표를 대반전의 기회로 삼아, 지지층을 총결집시키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촛불집회의 파괴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검찰 총책임자인 노대통령을 배제한 채, 무작정 검찰과 이명박 후보만 공격하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진정으로 수구부패 동맹과 싸우겠다면, 싸움의 1차 상대는 검찰도 아니고, 삼성도 아니고 이명박 후보도 아니다. 바로 검찰 총책임자 노대통령이다. 우선 정동영 후보와 신당, 그리고 진보단체는 노대통령에게 이번 수사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질의를 해야 한다.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해 노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만약 노대통령이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청와대가 왈가불가할 일 아니다”고 답한다면, 이는 바로 노정권의 5년 간의 검찰개혁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집권 5년 만에 차기 대선주자에 줄서는 수준의 검찰로 변질시켜놓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명박 후보와 싸우기 전에 반드시 노대통령과 먼저 싸워야 하는 진보진영의 운명, 이 운명을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가, 진보진영의 명운을 결정하는 셈이다. 지금처럼 끝까지 부패동맹을 주장하면서, 노대통령의 책임을 은폐하려 한다면, 이들의 진정성은 인정받지 못하고, 노대통령과 함께 진보진영 전체가 침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과 독립을 최고의 치적으로 내세운 노무현 정권이기에 더욱 더 그렇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