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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 막으려 MBC를 영리기업으로 둔갑시킨 방문진

무능력한 방문진 이사들의 궤변에 대해 언제든 공개토론해 봅시다

방문진 이사로서 활동하시는 김우룡 이사장님을 비롯한, 남찬순, 문재완, 김광동, 차기환, 최홍재 선배님들께 드립니다. 지난해 선배님들이 중심이 되어 8기 방문진이 출범한 이후, 솔직히 MBC개혁 관련하여 단 한 건도 흡족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진에 대한 비판을 자제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저도 방문진 이사로 지원을 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선의의 비판이라도, 방문진 지원 탈락자가 비판을 하게 되면 “자신이 방문진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비판을 한다”라는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당사자의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았으나, 사적인 내용을 공개하겠습니다. 김우룡 이사장님과 문재완 이사, 최홍재 이사 등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활동을 함께 했던 분들은 다 기억하실 겁니다. 민주당 추천의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이 미디어위 출신들은 MBC 등 공영방송 이사직에 진출하지 말자고 제안했을 때, 최홍재 이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에 응햇습니다. 그때 저는 “바로 그러한 시각이야말로 공영방송 이사직을 하나의 감투로 보는 오염된 시각”이라 반박했고, 저는 저희 청년기업가들의 모임 실크로드CEO포럼의 결의사항 그대로 방문진 이사직에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던 것도 기억하실 겁니다.

그뒤 제 스스로 미디어위 활동 과정을 보고, 최홍재 이사야말로 MBC 개혁에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라 판단했기에 수차례에 걸쳐서 술까지 사면서 방문진 이사직에 지원하도록 설득했습니다. 심지어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인 양문석 위원에게까지도 “당신의 문제제기는 의미는 있으나, 오히려 공영방송 이사직을 감투로 인식하는 잘못된 구도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최홍재 위원 같은 사람이 지원해야 되는 것 아니냐”, “갑작스런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응답한 것은 의미가 없으므로 최홍재 위원이 지원하는데 문제삼지 말라”고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방문진에 임명된 이사들과 위로주를 함께 했던 이유

그뒤 제가 실크로드CEO포럼의 추천으로 지원하다보니, 최홍재 이사와 추천 영역이 겹치게 되었다는 말을 전해들은 뒤, “만약 겹치면 저를 제외시키라”는 뜻을 지인을 통해 방통위에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의 제 판단은 안 하겠다는 사람을 “반드시 함께 해야한다”고 끌어들인 당사자로서의 책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지원 당시부터 고민했던 부분, 제가 MBC 개혁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100%의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디어워치가 발행을 시작한지 5개월 정도 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제가 만약 방문진 이사로 임명된 뒤, MBC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치에 훨씬 못미친 성과를 냈을 경우, 미디어워치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었습니다. 즉 어떻게 보면 미디어워치라는 제 개인의 회사의 이익과 MBC라는 공공의 회사(방문진이 사장 공청회 반대 입장을 관철시키면서 갑자기 “MBC는 영리회사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의 이익 사이에서 저는 전자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입장이었습니다. 미디어워치의 비전 하나 믿고 밤새 함께 일하는 직원들까지 고려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는 방문진 이사 임명이 결정된 바로 그날에 국회 미디어위에서 활동한 선배들과 함께 문재완, 최홍재 이사에게 위로주를 사기도 했습니다. 그날도 분명히 했지만, 격려주가 아닌 위로주였습니다. 방문진의 활동이 매우 험난할 것이라는 점이 명확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철지난 사적인 내용을 공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의 방문진 이사들이 과연 방문진 이사에 지원할 때,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하고 MBC 개혁에 나설 의지를 내적으로 확인해봤냐는 점을 묻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8월부터 방문진의 행적을 검토해보면 그 헌신에 대한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미디어워치를 통해 방문진이 MBC를 개혁할 수 있는 건수들을 대체 몇 개를 잡아드렸습니까? 이옥경 이사장 시절의 MBC 경영진에 대한 편법적 임명, ‘100분토론’ 시정자의견 조작 및 허위보고, 후보자에도 없었던 시청자위원을 불법적으로 임명한 건, 도미니카 대사의 발언 왜곡 뿐 아니라, 보도 전체가 조작된 ‘뉴스데스크’ 건 등등, 굵직한 것만 4건입니다. 엄기영 사장 해임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제껏 감사 한번 제대로 한 적 없는 엄사장 최측근인 한귀현 감사 하나만 교체해서, 자체 진상조사 들어갔으면, MBC의 조작 및 부실경영 총책임자들이 줄줄이 엮여나올 만한 사안이었습니다. 그 당시 방문진은 “진상조사를 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 “감사 시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방문진이 위험해진다”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진상조사를 앞장서서 막았습니다. 야권 이사들이 막은 게 아니라 여권 이사들이 막은 겁니다. 미디어워치 뿐 아니라, 방송개혁시민연대(대표 김강원) 측에서 제기한 수많은 부실경영 의혹도 역시 단 한 건도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단 한 가지도 MBC의 죄과를 묻지 못하니, 당연히 엄기영 사장과 노조는 기세등등하고, 국민들은 “현 정부가 MBC를 장악한다”라는 선전선동에 휘둘리게 된 겁니다. 이 때문에 엄사장에 대한 해임여론이 조성되지 않으니, 결국 이에 영향을 받아 방문진은 “조직 안정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엄사장을 유임시켰습니다. 그러다 엄사장의 죄과를 단 하나도 묻지 못한 채, 방송민주화의 영웅으로서 제 발로 걸어나가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방문진의 행태들이 “내 사익을 포기해서라도 MBC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진 사람들의 자세가 맞냐는 겁니다. 그런 의지가 있는데도 해내지 못했다 그러면 그것은 이제부터 능력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방문진 이사들은 우파시민사회와의 동료의식을 버렸습니다

MBC PD출신이자, 언론학자이며, MBC관련 논문도 작성한 김우룡 이사장님은 형식적으로 제외하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대체 MBC개혁을 위해 얼마나 공부를 해왔고, 그 실력을 바탕으로 외부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왔던가요? 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으로서,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로서 포털과 MBC의 유착고리를 중심으로 공부하며 싸운 사람의 입장에서, 방문진의 다수는 투쟁의 공간에서 본 일이 없습니다. 물론 법률가, 정치학자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서 얼마든지 MBC개혁에 나설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영역에서 MBC개혁을 위해 싸워온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들의 협조를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제가 방문진 비판을 자제해온 두 번째 이유가 나옵니다. 언론개혁을 위한 당파적 기관지로서의 미디어워치와 방문진 이사들 간의 동료의식 때문입니다. 그러나 방문진은 지금껏, MBC개혁을 위해 힘써온 사람들에게 동료의식을 보여준 바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제가 볼 때는 너무나 명확한 건이지만, 방문진 입장에서 “애매하여 진상을 밝혀내기 어렵다” 판단한 건이라 하더라도, 밑에서 싸우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이를 밝혀주는 것이 동료의식입니다.

어차피 미디어워치도 단지 외부에서 비판하는 언론일 뿐이므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러나 최문순 사장 시절부터 MBC내부에서 온갖 탄압를 받으며 한직으로 몰려난 공정방송노조 등등의 사람들의 의견을 얼마나 수용해주었습니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돈으로 MBC 하나 바로잡아보겠다고 규탄집회를 연, 정통우파인사들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고려해보셨습니까? 조금 거칠고, 논리적 비약이 있는 주장이 있다 해도,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되고, 방문진의 전문성으로 가다듬어주면서 함께 가야 하는 사람들과의 동료의식이 있냐는 겁니다.

그 어려운 조건에서도 몸으로 싸워온 검증된 애국우파단체 50여개가 MBC 사장 한번 제대로 뽑아보자고 공개검증대회를 요청하면, 현실적인 난제가 있더라도 CBS나 BBS 같은 사례를 연구하여 간접적으로라도 이들의 뜻을 최대한 수용해주어야 합니다. 이를 단칼에 “MBC는 영리기업이다”라는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거절하는 것을 보고, 저도 더 이상 방문진 이사들을 동료로 보지 않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비판을 자제해야할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저는 지금 상황에서 제 판단 그대로, 방문진 이사로 임명되지 않은 것은 제 인생에서 크나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만약 현재 방문진 이사로서 MBC개혁을 이 지경으로 좌초시켰으면, 미디어워치가 먼저 무너졌을 겁니다. 미디어워치는 제 능력과 의지에 따라서 10년, 20년 세계적인 미디어회사로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방문진 이사직은 기껏해야 남의 회사 대주주 법인으로서 임기 3년짜리입니다. 대체 남의 회사에서 뭘 두려워하고 있으며 뭘 얻으려는 것인지, 스스로 반성과 성찰을 해보라고, 감히 권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언론계 혹은 시민사회 영역에서의 선배들로서 제 비판이 너무 과하다 생각하신다면, ‘100분토론’ 진상조사를 막을 때는 상법을 무시하면서 “방문진이 조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더니, 사장 후보 공개 검증을 막을 때는 “MBC는 상법 상 영리회사이다”라고 주장하는 그 궤변에 대해서 언제든지 공개 토론을 해볼 것을 제안드립니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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