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UAE, OPEC·OPEC+ 탈퇴 선언… 60년 ‘오일 카르텔’ 균열 가속

인싸잇=이다현 기자 | 아랍에미리트(UAE)가 5월 1일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를 탈퇴한다. UAE 정부는 28일(현지시간) 국영 WAM 통신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OPEC 산유량 기준 3위 회원국의 이탈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가격 조율 체계가 구조적으로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쿼터 없이 증산”…탈퇴 배경은

 

수하일 무함마드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은 로이터 통신에 “사우디를 포함해 어떤 나라와도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며 독자 결정임을 명확히 했다. UAE는 탈퇴 후 점진적 증산을 예고했다.

 

UAE의 현재 원유 생산 능력은 하루 약 480만 배럴로, OPEC 쿼터에 따라 300만∼350만 배럴 수준으로 제한돼 왔다. UAE는 2027년까지 생산 능력을 하루 500만 배럴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리서치 기업 리스타드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대표는 CNBC에 “UAE 이탈로 OPEC은 구조적으로 약화됐다"며 “잉여 생산 여력의 대부분이 사우디와 UAE에 집중돼 있었다”고 분석했다.

 

탈퇴 시점도 주목된다. 현재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으로 세계 원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 상태다. 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푸자이라 수출항을 보유하고 있어, 해협이 재개방될 경우 OPEC 쿼터 없이 독자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다.

 

런던 베이즈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탐바키스 교수는 CNN에 “해협이 열리면 UAE는 공급 공백을 채우기 위해 빠르게 증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우디와의 갈등 ‘수면 위로’

 

이번 결정은 사우디와의 관계 악화와 맥락을 같이한다. 양국은 예멘·수단·리비아·소말리아 내전에서 각기 다른 진영을 지원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사우디가 UAE의 지원을 받는 예멘 분리주의 세력을 공습하면서 충돌 직전까지 갔다.

 

UAE는 이번 탈퇴 발표 당일 사우디 주재 GCC(걸프협력회의) 정상회의에 국가 수장 대신 외무장관을 파견하는 데 그쳤다.

 

경제적 경쟁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사우디는 UAE를 모델로 한 탈석유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추진하며 UAE에 집중됐던 투자·관광 수요를 잠식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캐런 영 선임연구원은 BNN블룸버그에 “이번 탈퇴는 중국 등 주요 에너지 소비국과의 관계에서 UAE가 사우디와 경쟁 구도를 갖겠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사우디 전 수석 에너지 고문 모하메드 알사반은 알자지라에 “OPEC+는 23개국이며 한 나라가 빠진다고 큰일은 아니다”라며 UAE의 탈퇴를 서방의 영향을 받은 정치적 결정으로 규정하며 파장 최소화에 나섰다.

 

유가 변동성 확대…장기적으론 하락 압력

 

 

단기적으로는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공급 충격이 이미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어 즉각적인 시장 변동은 제한적이다. 브렌트유는 현재 배럴당 약 117달러 수준으로 수주 만에 최고치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하락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OPEC의 결속력이 약화될수록 유가 하락 리스크가 커진다”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탈퇴 후 OPEC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약 28%로 떨어지며, OPEC+를 합산해도 42%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호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OPEC을 두고 “전 세계를 뜯어먹는 유가 담합 조직”이라고 공개 비판해왔다. 로이터는 “UAE의 탈퇴는 트럼프의 승리”라고 해석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로빈 밀스 CEO는 “OPEC은 이전보다 영향력이 줄겠지만 소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거 카타르·에콰도르·앙골라 탈퇴를 거치면서도 OPEC은 적응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UAE의 이번 결정은 2019년 카타르의 OPEC 탈퇴 이후 최대 규모의 이탈로, 회원국 이탈에 불안을 느끼는 다른 나라들의 연쇄 탈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