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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VS 박상천, 호남은 공천 전쟁터

박상천, 시작부터 모바일 공천 반대, 난항 예상

통합민주당 후보의 7-80%가 호남 출마

말 많고 탈 많았던 신당과 민주당이 오늘 전격적으로 통합에 합의하며 통합민주당을 발족시켰다. 내용적으로는 민주당의 박상천 대표가 결국 법적 공동대표를 포기하면서, 손학규 대표의 신당에 굴복한 셈이다. 물론 그 대신 공천에 관한 내용을 합의문에 포함시키는 등 실리를 챙기는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2003년 열린우리당의 창당으로 분당 된 양당은 5년여만에 다시 통합이 된 것이다.

양당의 통합으로, 총선의 예비후보들은 호남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정통적 야당 유권자들의 표심을 모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신당과 민주당의 의원 및 예비후보들은 일제히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통합민주당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희망섞인 전망만을 하기는 어렵다.

현재 구 통합신당의 예비후보 중 절반 이상 호남권에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대선 결과 호남을 제외하곤 그 어디에서 당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의 전 예비후보가 호남에서 출마하는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산술적으로만 통합신당은 무려 7-80%의 후보가 호남에 몰려있는 형국이다.

그 호남세력 역시 각 정동영 세력, 김대중과 구민주당 세력, 그리고 민주당의 박상천 세력 등으로 분류되어있다. 여기에 전문성과 참신성을 바탕으로 한 신진 정치그룹까지 가세하여 호남은 그야말로 공천 대 전쟁 전야나 다름없다.

통합민주당의 성패는 바로 이 호남의 공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홍업, 박지원 등도 공천 기준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 공천 기준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포괄적인 윤곽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만약 한나라당과 같이 “벌금형 이상의 전과자는 공천 신청 불허”라는 기준이 성립되면, 징역형을 받은 김홍업, 박지원 등은 탈락이다. 김홍업, 박지원 등의 공천 탈락은 손대표가 바라는 호남의 개혁공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김대중과 구 민주당 세력의 지원으로 당대표가 된 손학규 대표가, 과연 이 기준을 적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회의적이다. 만약, 김대중 세력의 힘에 밀려, 이 정도의 기준도 적용할 수 없다면, 호남의 개혁공천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이 기준이 가능하다 해도, 문제는 첩첩산중이다. 일단 노무현 정권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정동영의 전북세력, 구태세력으로 낙인찍혀있는 박상천 세력에 대한 공천 문제는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김홍업과 박지원의 공천에 대해서라면, 명확한 법적 기준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후자는 애매하다. 벌서부터 호남의 중진들은 “대체 무슨 기준으로 호남의 개혁공천을 할 것이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손대표는 궁여지책으로 모바일 투표 제도를 도입하겠다 했지만, 이는 조직력에서 앞선 구 정치인들에 유리한 제도이다. 모바일 투표만으로 공천 기준을 마련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첨부해야 하는데, 과연 이것이 객관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냐는 말이다. 더구나 박상천 공동대표는 벌써부터 모바일 공천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명분은 조직동원 폐해라지만, 실질적으로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민주당 출신들의 불이익을 막아내겠다는 것이다.

또한 호남의 제 세력마다, 각기 약점이 다른 점도 고민거리이다. 정동영 세력은 국정실패, 김대중 세력은 부패, 박상천 세력은 구태가 약점이다. 이 약점들에 대해서, 어떻게 가중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각 세력의 생존이 달려있다. 즉 부패를 때려잡기 시작하면 김대중 세력이 몰락하고, 국정실패를 때려잡으면 정동영세력이, 구태를 때려잡으면 박상천 세력이 몰락한다. 무엇을 중요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계파의 생존이 결정되므로, 공천 기준은 어떻게 잡아도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호남이 바라는 것이 통합이 아닐 수도 있다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는 공천 기준을 마련하는 순간부터, 당은 혼란에 휩싸이고, 공천을 단행하는 순간, 제2의 분당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만약 이것이 두려워, 무난한 공천을 했다간, 자타가 공인하는 역시 무난한 죽음으로 끝날 판이다.

이 문제를 가장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당 중진들의 솔선수범과 헌신이다. 특히 호남의 중진들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맏형 노릇을 해야할 박지원 비서실장이 공천이 곧 당선이나 마찬가지인 목포에 깃발을 꽂고, 민주당의 박상천 세력 역시 호남의 지분을 요구하며, 정동영 세력 역시 “이대로 죽지 않겠다”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좀처럼 희생적 결단으로 당을 살려낼 중진이 보이지 않는다.

호남 쪽 중진들은 벌써부터 제 3신당론을 띄우고 있다. 그 만큼 손대표의 리더십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더구나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백낙청, 함세웅 등 구 민주화세력 원로들에 자문을 구하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불안한 징조이다. 민주화운동시절부터 같이 패거리를 형성해온 원로들은 개별 정치인 및 세력들과 인적 관계로 얽혀있다. 손대표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박재승 위원장 역시 대한변협 회장, 한겨레신문 감사, 국회4.3 위원회 위원장 등 조직활동을 하여. 오히려 검사 생활만 해온 안강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보다 독립성 측면에서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모든 계파들이 박재승 위원장의 부임을 환영했던 것은 아닐까.

호남의 숙원이라는 통합에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통합이 정말 호남 유권자 사람 하나하나의 염원인지, 아니면 단지 여의도 정치판에서의 염원인지는 공천을 시작하면서부터 드러날 것이다. 오히려 호남은 섣부른 물리적 통합보다는 과거의 실정과의 단절, 책임, 헌신을 통해, 더 많은 지역에서 지지를 받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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