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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는 박상천에 서울 출마를 요구하라

호남의 패권주의자들은 모두 수도권으로 올려보내야

결국 박상천 민주당 대표의 공동대표 등록 요구로,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은 사실 상 무산의 길로 가고 있다. 대선 전의 통합 결렬이 의결기구 지분의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박상천 대표의 지위 문제인 것이다. 물론 박상천 대표 측은 개인의 욕심이 아니라, 민주당 당원들의 자존심 문제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신당과 손학규 대표 측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박상천의 변명은 그야말로 변명일 뿐이다. 손학규 대표는 신당의 총선 수도권 승부에 정치적 명운을 걸고 있다. 어차피 호남은 전 석을 다 얻어도 본전이다. 수도권에서 최소 40석 이상을 건져야만, 100석 정도의 야당이라도 할 수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다.

그 점에서 박상천 공동대표 체제는 손학규 대표의 짐일 뿐이다. 박상천 대표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박상천 대표의 얼굴이 TV 한번 나올 때마다, 수도권의 득표율이 올라가겠는가, 떨어지겠는가. 단 한 표의 도움도 안 될 뿐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이 객관적인 진단이다. 그럼 대체 신당과 손학규 대표가 왜 박상천에 공동대표 자리를 주어야 한다는 말인가. 등록만 하지 않고, 공동대표 이름이라도 주겠다는 손학규 대표 측의 배려에, 오히려 박상천은 감사히 생각해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박상천 개인이 아닌, 진짜 민주당을 지켜온 지지자나 당원들의 마음은 또 그렇지 않다. 기상천외한 대통령 탈당과 신당창당으로, 대통령을 만든 민주당이 하루아침에 야당으로 전락하고, 총선에서 참패했을 때도, 민주당을 떠나지 않은 지지자들에겐 자존심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특히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에서 호의호식(?)하다 넘어왔다는 점에서, 당대 당 통합을 하면서, 공동대표 자리 하나 갖지 못한다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겐 가슴아픈 일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되,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 심지어 영남권으로 계속 확장해온 정당이었다. 민주당이 확장하지 못하는 순간, 호남은 그 자체로 고립되는 운명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물론 신당마저 호남으로 밀려내려오면서, 호남은 또다시 고립되어버렸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운영할 당시부터, 김민석, 추미애, 신기남, 천정배 등, 젊은 정치 신인을 수도권에 전면 배치하여 승부를 걸었던 것이다. 즉, 민주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지만, 실제로 민주당의 주역들은 수도권에서 보수정당과 승부를 거는 진취적인 정치인이었다. 오히려, 호남에서 편안히 3선, 4선 하는 정치인들은 쳐내야할 구태세력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의 민주당과 신당의 상황은 어떤가? 벌써 수도권 승부는 포기하고, 호남으로, 호남으로 내려가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단 3석밖에 얻을 수 없다는 참혹한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에 숨어서 어떻게 패거리들 뱃지나 달아볼까, 궁리하는 박상천의 민주당과 신당이 합당해봐야 무슨 시너지가 있겠는가.

손대표 입장에서는 민주당은 현재 자산이 아니라 부채이다. 총선 시작도 하기 전에, 박상천과 그의 호남 패거리들의 먹거리나 챙겨주어야 하는 신세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손대표가 법적인 공동대표를 수락해주는 조건으로, 박상천과 그의 호남 패거리들에 수도권 출마를 내거는 것이다.

이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지금도 호남지역을 기웃거리는 박지원, 김홍업, 김홍일 등 구태정치세력들을 한칼에 날려버릴 수 있다. 박상천과 그의 패거리들이 수도권 출마를 단행해주면, 구태세력들이 호남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할 명분을 쥘 수 있다.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신당의 정동영 세력 등 호남의원들 역시 손쉽게 물갈이 할 수 있다. 박상천이 수도권 출마하는데, 무슨 명분으로 그들이 호남에서 버티고 있겠는가. 즉 호남은 정치신인으로 채우고, 조금이라도 지명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수도권에서 승부를 걸게 하는 것이다.

이는 향후의 당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도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현재 수도권 상황은 손학규 대표가 직접 출마해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럼 수도권에서 전체가 전멸을 당하게 된다면, 총선 이후 당은 호남에서 살아남은 세력이 장악하게 된다. 만약 박상천 등이 호남공천으로 당선하게 되면, 당은 박상천 및 호남세력이 득세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지난 총선 이후, 오직 호남지역 의원만 살아남아, 당이 호남 자폐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의 상황과 똑같은 것이다. 총선 한 번의 패배가 문제가 아니라, 영영 재기도 불가능해질 수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호남의 패권주의자들은 모두 수도권으로 올려보내고, 호남은 정치력은 없지만 전문성을 갖춘 신진세력으로 채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원내는 젊은 전문가 그롭이 운영을 하되, 당은 낙선했지만, 자신을 희생한 수도권 출마자들이 운영하면 되는 것이다.

손대표는 현재 법적 공동대표 문제로 박상천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어찌보면 쓸데없는 시간낭비이다. 법적이 아니더라도, 박상천이 공동대표 되어 호남 출마하는 순간, 수도권 승부는 포기해야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차라리 손대표는 박상천에 법적 공동대표를 보장해줄 테니, 박상천 본인은 물론, 최인기, 유종필 등 민주당의 호남 세력들 모두 수도권 출마를 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어라. 그 대신, 손대표 역시 이낙연, 김효석까지 포함한 신당의 호남 의원들의 절반 이상을 수도권으로 올려보내야 한다.

이 정도의 결단이 따라주어야지, 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은 시너지가 나는 것이다. 만약 손대표가 이런 요구를 했는데도, 박상천이 받아들지 않는다면, 손대표는 공개적으로 민주당의 협상 파트너를 바꿀 것을 요구하면 된다.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신인 정치인하고도 붙어서 이길 자신없는 사람은 민주당 대표도, 신당 공동대표도 할 자격이 없다.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하고도, 수도권 출마가 무서워, 호남에서 숨어서 뱃지 달겠다는 박상천 대표야말로 바로 민주당 당원들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손대표가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신민주포럼 등 민주당 개혁세력이 손대표에 직접 요구하라. 민주당의 자존심을 위해 법적 공동대표직을 갖는 대신, 그 사람은 물론 조금이라도 이름이 알려진 호남출신 정치인은 모두 수도권 출마를 하겠다고 말이다. 박상천 대표가 죽었다 깨도 호남에 숨어서 뱃지나 달겠다 하면, 신당의 공동대표 몫을 교체해야 한다. 호남출신이지만 수도권 출마를 하겠다는 사람이 공동대표를 맡아야 한다. 만약 이렇게까지 제안을 했는데도, 손대표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박상천 대표를 내몰고, 각자의 길을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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