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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신드롬, 조중동 스스로 키웠다

'이회창 신드롬'의 피해자는 이명박 아닌 조중동 보수언론


대선을 1개월 여 앞둔 상황에서 1위 후보는 지지율 55%를 얻어 2위 후보와 무려 40% 가까운 차이를 기록하고 있고, 1·2위 후보 이외에는 단 한사람도 10%대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혜성처럼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20% 가까운 지지율을 얻으면서 일약 2위로 올라섰다. 이와 같은 일은 전세계 어떠한 선거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이며, 정치적 '다이내미즘'의 상징인 한국에서도 사상초유의 일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번 대선 정국은 한국 정치사에 길이길이 남을 수많은 신기록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거대정당의 대권후보가 경쟁상대인 다른 거대정당에 입당하여 경선을 치루는 초유의 일이 빚어졌다. 그리고, 지지율 4~5%대의 대선후보 3명이 후보단일화를 통해 뭉쳤음에도 그 누구와도 연대를 성사시키지 못한 또 한명의 4~5%대 후보에게 단일후보가 참패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벌어졌다. 신기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야당 후보경선에서 무려 20만명에 달하는 선거인단 현장투표에서 이긴 후보가 5,000여명에 불과한 여론조사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패배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또다른 범여권 정당에서는 지지율 1%에도 미치지 못했던 후보가 지지율 4~5%로 오랜기간 독주해온 후보를 제압하는 '파란'도 연출했다.

그야말로 통합민주신당, 한나라당, 민주당 등 주요 정당의 후보 경선이 모조리 '이변'과 '파란'으로 끝이 난 것이다. 이와같은 일은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된 지난 1987년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지난 1992년과 1997년에는 김영삼과 이회창이 천신만고 끝에 후보가 되었지만 김대중은 특별한 경쟁상대 없이 본선에 직행했다. 그리고, 반대로 2002년에는 노무현이 천신만고 끝에 후보가 되었지만 이회창은 어떠한 위협이나 도전도 없이 곧바로 본선에 직행했다. 이처럼 집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양대세력 중 한 쪽이 손쉽게 본선에 직행해온 일종의 관행을 깨고 올해 정당 후보경선은 '파란'과 '이변' 속에 시끄럽게 막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이변'과 '파란'이라는 것은 대단히 예외적일 뿐아니라 그 확률이 대단히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모든 정당에서 '이변'과 '파란'이 연출되었다면 이는 더 이상 '이변'도 아니고 '파란'도 아니다. 결국, 이와같은 현상은 현장 민심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민심이 기대하고 요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매스미디어의 총체적 실패라고 보는 것이 정답이다.

현장 민심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단계에서 이미 언론의 편향성이 전제되었고,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인 왜곡이 이루어졌다면 과연 어떠한 일이 벌어지게 될까? 유권자들은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게 되고, 이에 근거하여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게 되는데 실제 투표일이 가까워올수록 언론보도와 현장민심 간 극심한 괴리를 피부로 느끼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바꿀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이변'과 '파란'을 낳게 된다. 올해 끝난 각 정당들의 후보경선은 모두 이와같은 과정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처럼 오랜기간 민심을 왜곡해온 언론에 대한 불만이 '민심의 유동성 증가'라는 형태로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그 편향성이 가장 지독한 조중동 보수언론이 타겟이다.

이같은 민심 왜곡의 첨병으로 활용된 것이 바로 '여론조사'이다. 그런데 유독 올해 만큼은 거의 모든 여론조사기관에게 있어서 '무덤'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한나라당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상황에서 보수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한결같이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15% 이상 앞선다고 보도했고, 심지어 일부 언론은 투표일 하루 전에 득표율 차이가 2~3% 박빙으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특정 후보가 7~10%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박근혜 후보의 1.5%차 승리였다. 그리고 이명박 후보는 20만에 이르는 선거인단 현장투표 패배에도 불구하고 5,000여명에 불과한 여론조사 응답자들의 '몰표'에 힘입어 후보 자리를 꿰차게 된다.

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통합민주신당 후보경선의 경우 처음에는 거의 모든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이 '손학규 우세'를 점쳤다가 이해찬-유시민-한명숙 후보단일화 이후에는 '이해찬 우세'로 돌아었지만 결국 최종승자는 정동영 후보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경선에서도 당초 압도적 우위를 기록하며 무혈입성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조순형 후보가 낮은 득표율로 인해 중도 하차한 가운데 이인제 후보가 최종승자로 낙착되었다. 이처럼 주요 정당들의 후보경선을 살펴보면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의 승패 예측율은 '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같은 '어이 없는'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다보니 이제 유권자들은 보수언론들과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에 한없는 '비웃음'과 '불신'을 보내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결과 '이명박 후보 지지율 60%'라는 팩트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며, 범여권 후보 3명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그 절반 수준인 25%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명박은 한방이면 보낼 수 있다'는 발언을 범여권 인사들이 스스럼없이 하는 기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바로 이와같은 상황에서 '이회창 후보출마설'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이것은 곧바로 극대화된 민심의 유동성을 자극하여 '이회창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통상적으로 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벌어지는 현상은 '밴드웨곤 효과'와 '언더도그 효과' 두가지 밖에는 없다. '밴드왜곤 효과'는 사표 방지 심리와 메인스트림 형성 욕구가 겹침으로써 1위 후보에게 '표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언더도그 효과'는 2위 후보가 막판 상승세를 타며 1위 후보와의 격차를 좁혀나갈 경우 이를 일종의 재미있는 게임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부동층'들이 대거 2위 후보에게로 쏠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단히 놀랍게도 대선을 불과 30여일 앞둔 한국에서는 '밴드웨곤 효과'도 '언더도그 효과'도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도리어 이와는 전혀 반대로 아직 출마선언조차 하지 않은 정치인에게 20% 가까운 표가 갑작스럽게 몰리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용어 자체가 있는지 궁금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이회창에게 몰려들고 있는 20%의 정체는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에 의해 조작되고 강요된 대선정국 프레임에 대해 총체적 불만과 불신을 갖고있는 유권자들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오랜기간 자신들의 의사에 반하여 강요된 프레임이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이회창이라는 정치인의 등장을 통해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문국현과 심대평을 지지했던 상당수의 지지자들 또한 이들과 유사한 멘탈리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애시당초 득표율의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이들과 달리 1997년과 2002년 두번에 걸쳐서 1,000만표가 넘는 득표를 기록한 이회창은 이들 장외 유권자들의 오랜 기다림과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충분한 대안과 희망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것이야말로 '이변'의 진원지다.

이같은 측면에서 볼 때에 '이회창 돌풍'의 최대 피해자는 이명박이라기 보다는 도리어 조중동 보수언론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이들의 여론조작에 동원된 여론조사기관들에게 있어서도 일정부분 위기인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그들에게 언론과 동일한 수준의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강요하기는 어렵다고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책임은 사실상 조중동 보수언론이 혼자 부담해야될 몫이 된다.

작금의 위기가 조중동 보수언론의 위기로서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아마도 당분간 조중동은 극명한 '이회창 죽이기'에 돌입하면서 자신들에게 향해있는 창검과 화살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회창 돌풍'이 더욱 거세진다면? 바로 그 시점이야말로 조중동은 회사의 명운을 건 일생일대의 '도박'을 감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만일 그것이 두렵다면 자신들의 과오를 씻기 위해 스스로가 대선정국의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며, 이것은 이들 언론들이 거꾸로 '이명박 죽이기'의 선봉에 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이들의 최종선택은 무엇일까? 또한번의 무모한 도박일까? 아니면 뒤늦은 후회와 반성일까? 그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대선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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