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이 박근혜에게 13~14% 앞서있는 것으로 나왔고, 또다른 조사에서는 박근혜가 5~6% 수준으로 격차를 좁힌 것으로 나왔다. 박근혜 지지율이 대체적으로 25~30%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명박 지지율은 33~38%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중간치를 잡으면 35% 지지율 마지노선에 가까이 와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명박 지지율이 35% 수준으로 떨어진지도 이제 20일 정도 되었는데 그 밑으로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요즘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보면 이미 20%대로 떨어지고도 남았을 법도 한데...
그런데 요즘 문득 궁금한 부분이 생기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명박을 지지하는 35%는 누구이며, 과연 그들은 이명박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으며, 어떠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명빠 논객들의 칼럼 및 명빠들의 댓글 분석을 통해 몇가지 팩트들을 정리해보았다.
첫째, 이들은 이명박에게 도덕적 흠결이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다만, 그것 때문에 후보경선에서 낙마한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캠프의 '소이부답'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다. 좀 더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
둘째, 박근혜는 물론,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손학규, 이해찬, 정동영, 한명숙, 천정배, 유시민, 김두관 등과의 상대비교에 있어서 이명박의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특히, 국정운영에 필요한 경륜과 노하우에 있어서 박근혜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보수성향이 강한 한나라당이 외연을 넓히지 못할 경우 정권교체에 실패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 특히, '유신 독재' 이미지와 수구적 경향의 스탠스를 갖고 있는 박근혜로는 한나라당이 본선에서 범여권 후보에게 필패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이것 외에도 다른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략 이같은 주장이 가장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유찬 증인도피, BBK 주가조작, 위장전입 통한 투기 의혹, 처남 김재정으로의 명의신탁을 통한 재산은닉, 이명박 일가의 부동산 투기 의혹, 서울시장 재직중 본인 및 가족에 대한 개발 특혜 의혹 등을 거치면서 스스로의 외연을 점점 축소시켜나가고 있으며, 이로인해 자칫 이명박 골수 지지층들이 여론으로부터 고립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세가지 팩트들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도덕성 흠결'과 '외연확대 가능성' 사이에서 초래되는 모순적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바깥에 있는 중도 혹은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지지자들보다 그 도덕적 기준이 더 엄격하다. 따라서 현재 이명박 지지층에 유입되어 있는 상당수의 중도 혹은 진보성향 유권자들은 이명박과 관련된 의혹이 불거지면 불거질수록 지지 대열에서 이탈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상황을 맞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한나라당 후보의 도덕성이 뒷받힘되지 않는 한 지지층 외연확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며, 이명박이 후보라면 더더욱 그 가능성은 없어지게 된다.
다음으로 능력에 관한 문제이다. 기본적으로 이명박의 능력과 관련 큰 축을 이루는 것은 '청계천'과 '대중교통종합체계'이다. 물론, 현대건설 CEO시절의 활약도 일부 반영될 수 있으나 워낙 오래전 일이다 보니 점차 그 이미지는 퇴색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명박이 그 어떠한 훌륭한 업적을 이룩해놓았다 하더라도 그 스케일이 박정희와 김대중에게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경상도 사람들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명박을 박정희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마찬가지로 전라도 사람들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명박은 김대중과 결코 어깨를 견줄 수 없다.
따라서, 누군가가 확실하게 박정희 혹은 김대중 후계자로서의 자리매김에 성공할 경우 이명박의 능력은 상당부분 평가절하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운명에 직면해있다. 결국, 박근혜가 박정희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하고, 이해찬이나 이인제가 김대중의 후계자로 자리매김할 경우 이명박은 '샌드위치' 신세가 된다. 다시말해 현재 이명박의 트레이드마크인 '능력'은 박정희와 김대중의 업적과 정신을 이어나갈 후계자가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에 누리는 일종의 '틈새 효과'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만일 박근혜가 7월중 지지율에 있어서 이명박에게 역전하여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정책행보를 부각시킬 경우 '경제개발 산파역'으로서의 박정희 이미지 대부분을 흡수해갈 가능성 높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대한 의문이 하나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즉, 지금까지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념적 스펙트럼이나 정책적 지향점에 있어서 과연 어떠한 좌표를 갖고있냐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만일 이명박 지지자가 '도덕성' 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전통적 보수층을 대변하고 있다면 그 심장부인 TK(대구경북)가 박근혜 쪽으로 표 쏠림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부분과 모순적 관계에 놓이게 된다. 다시말해 정말로 이명박의 능력이 탁월하다면 왜 한나라당 최대의 텃밭이자 대한민국 산업화 세력의 심장부로 자리매김해온 TK가 이명박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골수 명빠들의 주장에서 볼 수 있듯이 이명박의 참신성과 개혁성이 한나라당 지지세력의 외연확대를 가능케하여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라면 이것은 중도 혹은 개혁성향 지지층의 본질과 상당부분 배치되게 된다.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중도 혹은 개혁성향 지지층들은 김대중 집권 이후 이인제->정몽준->노무현의 순으로 대안을 선택해왔다. 이 중 이인제는 젊은 지도자라는 '참신성'과 민주화와 산업화를 접목시킬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수년간 유력 대권후보로서의 위상을 가질 수 있었다. 정몽준 역시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초유의 이벤트를 통해 '참심성'이 부각되어 40%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권후보 1위를 질주한 바 있다. 그리고, 대통령선거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한 노무현은 '참신성'과 '개혁성'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돌풍을 일으킨 케이스에 해당된다.
이와같은 중도 및 개혁성향 지지자들의 선택에 비추어볼 때 과연 이명박은 무엇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인가? '참신성'인가? 아니면 '개혁성'인가? 대단히 안된 이야기지만 이명박은 잇따른 의혹 시리즈로 인해 이미 '참신성'에 있어서는 완전한 바닥을 드러냈으며, 지금은 한나라당의 '차떼기'와 부패비리를 대변하는 인물로 부각되어 '개혁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도덕적 흠결, 수구기득권 성향, 구태 이미지 등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능력'을 통해 중도 및 개혁성향 지지자들에게 어필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와같은 논리라면 중도 및 개혁성향 지지자들이 박정희에 대해 입에 거품을 물고 비난할 하등의 이유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명박은 '능력'을 갖고 강력하게 어필해야 할 한나라당 지지층에 대해서는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고, '참신성'과 '개혁성'을 갖고 어필해야 할 중도 및 개혁성향 지지층에 대해서는 도덕성과 구태정치 이미지로 인해 '공공의 적'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미 이명박에게 있어서 '외연확대' 가능성은 소멸되었음을 의미하며, 이제 '능력'을 중시하는 남아있는 보수 지지층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후보경선이 끝나는 시점까지 붙잡을 수 있느냐의 수읽기에 들어갔음을 나타낸다. 그와같은 상황에서 TK 지지율은 박근혜에게 역전당한지 오래고, 한나라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0~15% 우위가 2~3% 수준의 박빙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보수층 붙잡기에 있어서도 이미 모멘텀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같은 분석을 종합해볼 때 결국 이명박 지지율 35%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공중에 떠있는 허상'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도덕성과 개혁성을 포기함으로써 중도개혁 성향 지지층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능력과 신뢰에 있어서 보수층으로부터 점차 외면받는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면 과연 현재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일까? 왠지 이명박 지지층이 현실세계가 아닌 매트릭스 세계에만 존재하는 사이보그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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