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총선 때도 김유찬과 난타전 벌여
96년 15대 총선 서울 종로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명박은 선관위에 선거비용을 보고할 때에 약 7,100여만원을 신고하였다. 그런데 이는 꼴찌를 기록한 ´장군의 딸´ 김을동(송일국의 어머니, 탤런트)의 9,300여만원 보다 훨씬 적고, 3등에 그친 노무현의 7,300여만원 보다도 적은 것이었다. 문제는 선거 당시 이명박 캠프의 인원과 활동상황이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도 장난이 아니었다는 데에 있었다. 특히, 선거에 동원한 아르바이트인력 일당을 2만원으로 신고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경쟁후보 측에서는 통상적인 일당이 3만원이고, 선거의 경우 4~5만원이 관행인데 2만원인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캠프 인력이 타 후보와 비교도 안되는 6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것도 쟁점이 되었다.
결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명박 선거운동에 대한 전면 실사를 시작했고, 그런 가운데 자금담당 참모였던 김유찬이 새정치국민회의 당사에서 폭로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김유찬이 9월 10일 기자회견을 하자 이명박 측은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그는 이광철 등 비서진들을 총동원하여 김유찬 검거령을 내렸고, 김유찬을 잡아온 이명박은 회유와 협박을 일삼다가 김유찬으로부터 끝내 ´해외로 도피하겠다´는 결단을 얻어냈다. 마음이 바뀔까봐 두려웠던 이명박은 이광철 차량 트렁크에 현금 2,000만원을 싣고 김유찬 일가족 4명에 대한 홍콩행 비행기표 4장을 구매토록 했고, 미화 1만 8천달러를 ´도피자금´으로 건네주었다. 그런 가운데 혹시라도 김유찬이 결정을 번복할까봐 이광철에게도 오사카행 비행기 표를 끊어주고 그로 하여금 공항 출국심사대를 통과하여 김유찬의 탑승 여부를 확인토록 한 것이다. (당시 출국기록 없이 입국기록만 있는 것에 의구심을 품은 검찰에 의해 사건의 단서가 잡히게 된다.)
치밀한 정치공작으로 한숨을 돌린 이명박은 출국에 앞서 김유찬으로부터 강제로 받아낸 편지 한장을 들고 그 다음날 유유히 기자회견을 하면서 김유찬의 기자회견이 국민회의 측의 ´정치공작´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당기게 된다. 그런데 그 후 범죄인 도피에 관여했던 이명박의 측근들이 구속되고 난 후 수사가 급진전되고, 검찰의 끈질긴 설득으로 인해 97년 6월 김유찬이 자진 귀국함으로써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그리고, 이명박에 대한 1심 유죄 판결이 97년 9월 11일 내려지게 된다. 이로 인해 신한국당 측은 ´정치공작´이라고 한 것에 대해 국민회의 측에 공식 사과했으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이명박에 대한 출당 논의가 거세게 일었다가 이명박이 YS 비자금을 폭로하겠다며 강삼재 당시 사무총장에게 협박하는 등 '너 죽고 나 죽자'로 일관함에 따라 이명박에 대한 징계절차를 포기하게 된다.
당시 이명박의 행보를 보면 몇가지 중요한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팩트를 조작하고 은폐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만일 당시 이명박이 선거법 위반 사실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백의종군 선언을 했더라면 혹 뱃지가 떨어지더라도 불명예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으며, 당의 전투력 여하에 따라서는 해당사건을 '야당탄압' 사례로 몰고가면서 뱃지를 지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유찬으로부터 거짓 진술서를 받아내고 해외로 도피시키는 조작과 은폐 쪽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생명과 신한국당의 위상을 함께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
둘째, 조직적인 언론플레이를 통해 진실을 호도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당시 방송과 신문들은 김유찬 기자회견을 성사시킨 인물이 안기부장 출신인 이종찬이라는 점 때문에 너무도 쉽게 국민회의 측의 '정치공작' 가능성 쪽에 무게중심을 이동시켰고, 당시 국민회의 대변인이었던 정동영은 조중동을 통해 연일 제기되는 정치공작 의혹 보도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김유찬이 해외로 도피한 상황에서까지 이명박 측의 입장을 옹호하였다는 점이다. 만일 국민회의 측이 정치공작을 자행했었다면 누구에게나 오해를 살 수 있는 '해외도피'를 성사시켰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 더욱이, 김유찬이 해외도피를 하면서 "이 모든 것이 국민회의 측의 정치공작이었다"는 진술서를 이명박 측에 전달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로인해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이명박 측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결정적 정황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의 ABC가 범인은 범행으로 인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 않는가? 거액의 촌지와 성접대를 매개로 형성된 '이명박 장학생'들이 그야말로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였던 순간이다.
셋째, 끝내 이 모든 사건이 자신의 정치공작의 발로였다는 것이 들통이 난 시점에서조차 이명박은 당과 당원들에게 송구스러움과 부끄러움을 느끼기 보다는 도리어 YS 비자금을 걸고 넘어지며 당이 자신을 죽이려고 할 경우 총력을 기울여 당을 죽이겠다는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 사람의 본심은 그 사람이 위기에 처했을 때를 보면 알 수 있다고들 한다. 당시 '벼랑 끝'에 몰려있던 이명박의 안중에 신한국당과 당원들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존재감 자체가 없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의 언행은 마치 자신의 정치생명이 끝나는 순간 신한국당과 당원들도 모두 장렬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위험한 발상 속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국민회의 측이 이명박의 '정치공작 뒤집어씌우기'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함으로써 신한국당은 강삼재 사무총장과 김철 대변인이 공개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회의 측에게 '백배사죄'하는 수모를 겼었다. 집권여당으로서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이명박이라는 단 한사람의 거짓말, 조작과 은폐에 의해 이루어졌던 것들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명박의 '한나라당 죽이기' 제1라운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도 의혹해명 전혀 하지 못하고 있어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특징은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자신을 향해 쏟아져나오고 있는 수많은 의혹들에 대해 이명박 측은 거짓말, 조작과 은폐로 일관하고 있다. 매형이 추진하는 개발사업이면 거의 하나도 빠짐없이 처남이 따라다니면서 부동산 투자를 하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막대한 이익을 실현하고, 천억대의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세금과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과연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의 불문율 중 하나가 친구와 돈거래를 하지 말라는 것이고 가족간에는 더더욱 돈거래를 금기시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친인척간 수십차례의 부동산거래가 이루어졌다는 것에 대해 과연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혹, 그것이 모두 투기가 아닌 정상적 거래였다 할지라도 '뭔가 이상한 가족'이라는 부분 만큼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조중동 언론이 이명박 감싸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당시와 비슷하다. 김유찬 양심선언 중 진실과 부합되지 않는 부분이 일부 있다고 할지라도 과거 충복이었던 수행비서가 양심선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충격적인 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조중동은 김유찬을 배신에 능한 거짓말쟁이 사기꾼으로 부각시키는데에만 총력을 기울였다. 김유찬이 제기한 이명박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추적할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 도리어 김유찬측과 박근혜측이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다며 이를 일방적으로 '네거티브'로 몰아가고 있다. 아니, 비리를 고발하는 내부 고발자가 모든 물증을 완벽하게 갖고 있다면 이 나라에 검찰과 언론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지금까지 이명박과 관련하여 제기된 수많은 의혹 중 조중동이 앞장서서 밝혀낸 것은 단 한건도 없다. 요즘 같아서는 도대체 조중동이라는 언론이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거액의 촌지와 성접대를 통해 형성된 '이명박 장학생'들의 맹활약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현재의 이명박의 행보 역시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한나라당을 죽이겠다는 사고의 연장선 상에 머물러있다. 기본적으로 현재의 검증 국면 속에서 한나라당은 중대한 딜레마에 봉착해있다. 현재 이명박과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적당히 눈감아 줄 경우 지난 10년간 자신들이 내세워온 원칙과 명분을 모두 잃어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차떼기' 이미지 극복을 위해 당원들과 함께 그 숱한 역경을 견뎌왔고, '공작정치'의 망령을 떨치기 위해 대권-당권 분리 및 당운영의 투명성 제고를 실현해왔고, 부동산투기 정당과 웰빙정당의 오명을 벗기 위해 엄격한 윤리강령을 도입했고, 그동안 치러진 각종선거에서 비리와 탈법 사례가 있다며 수많은 공천신청자들을 탈락시키는 산통을 겪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지금 이명박 한사람으로 인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명박 대권포기 하지 않으면 한나라당 자체가 위험해져
따라서 현재 한나라당이 살기 위해서는 이명박이 대권도전을 포기하고 정계를 은퇴해야만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이 지난 10년간 애써 쌓아온 공든탑이 보존되어 정권교체를 이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명박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한나라당을 끝까지 방패로 내세우며 자신의 부정적 이미지를 한나라당에 고스란히 이입시킬 경우 한나라당은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어쩌면 10년전 당 지도부 및 당원들을 향해 협박했던 그 방식을 지금도 그대로 쓰고 있는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한나라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원들이 총궐기하여 이명박을 대권게임에서 끌어내려야만 한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중 점잖은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와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바로 그 점을 역이용하여 이명박은 당이 죽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끝까지 당을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있다. 결국, 그는 당이 완전히 몰락하는 순간까지도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할 사람이다. 이것은 한나라당의 불행이다.
바로 이것이 현재 이명박이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죽이기' 제 2라운드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