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LG家 상속 분쟁’ 구광모 승소·차명지분 의혹 해소 이끈 ‘생부’의 진술

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달 LG가(家) 상속재산을 둘러싼 1심 재판에서 승소했다.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일부 언론매체는 구 회장이 상속 과정에서 차명 지분도 물려받아 현재 유지 중이며, 이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구 회장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특히 구 회장이 이번 사건에서 승소하고 차명 지분 의혹을 해소하는데 ‘생부’의 과거 진술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2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구광현)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미망인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김영식 여사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4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LG가의 상속재산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수년째 이어진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일부 언론매체는 구 회장 등 LG 오너일가의 ‘차명 지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강유식 전 LG그룹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 때 법정에 현출된 LG 내부 지배구조를 설명하는 녹취록 내용을 토대로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여기서는 “구 씨 일가 수십 명의 이름으로 주식이 흩어져 있지만, 실질적인 지분과 의사결정 권한은 극히 제한된 소수 그룹이 행사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들어, LG그룹이 ‘주주단 지분’이라는 형태로 친족간 명의의 지분을 분산해 놓고, 실제 지배권은 직계 중심의 핵심 그룹이 세대별로 관리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친족 전체가 지분을 나눠 가진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해당 지분을 통한 실질적인 영향력은 그룹 회장이 행사해 사실상 차명 지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김영식 여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LG 오너가 전체가 보유한 주주단 지분이 ㈜LG 발행주식의 약 43.4%” 그리고 “주주단 지분에서 구광모 회장이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비율이 60% 후반대”라는 내부 발언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 회장의 공식적인 ㈜LG 보유 지분이 약 15%이지만, 주주단 지분 13%를 통해 실질 지분율이 28%를 넘어선다며, 이것이 고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이어진 차명주식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생부’가 확인해준 “주주단 지분은 있어도, 차명 소유는 아니다” 주장

 

이번 1심 재판 결과를 <인싸잇>이 상세히 분석한 바에 따르면, 김 여사 측은 “고 구본무 회장이 차명재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LG 재무관리팀이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차명주식을 포함한 구광모 회장의 지분율이 상속재산에 포함된 지분율보다 훨씬 많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럼에도 구 회장이 자신들에 차명재산에 대해 알리지 않은 기망행위를 함으로써, 고 구본무 회장의 상속재산 범위와 평가가 왜곡됐다는 것이다.

 

 

먼저 이 사건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LG그룹의 ‘주주단 지분’은 실체가 있었다. 오너가, 특히 그룹 회장의 ㈜LG 등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예금까지 더해 내부에서는 ‘주주단 경영재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는 LG그룹 재무관리팀이 특별히 관리해왔다.

 

이 주주단 지분은 다른 불순한 목적이 있다기보다, 회장이 LG그룹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개별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목적이라는 오너가 사이의 합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룹 회장이 주주단 지분을 포함해 LG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보유한 경영재산도 후임 그룹 회장에 그대로 이전했고, 이를 통해 구광모 회장에게도 상속됐다는 설명이다.

 

사실 LG그룹이 창립 이래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해온 만큼, 이는 세간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물론 오너일가 사람들이 직접 주주단 지분, 주주단 경영재산의 존재를 밝히면서 법원의 판결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이 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큰 쟁점은 이 주주단 지분의 차명 소유 여부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김 여사 측 주장과는 다르게 구광모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는 차명 지분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어떤 증거를 살펴봐도 어떤 재산이 차명재산인지에 대한 아무런 주장 입증이 없다”고 판시했다.

 

김 여사 측은 고 구본무 회장의 차명재산으로서 누락한 상속재산 내역을 확인하겠다고 했지만, 재판 변론종결일까지 차명재산을 특정하지도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구 회장에 대한 차명재산 의혹을 해소하는데 그의 생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발언도 재판부에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구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주주단 지분뿐 아니라 주주단 경영재산 중 예금에 대해서도 상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측은 해당 주주단 경영재산 예금 관련 상속회복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판단하며 과거 구본능 회장은 진술 내용을 반영했다.

 

구본능 회장은 LG그룹 상속 분쟁 관련 형사사건에서 “LG 사주일가들이 실제로 자기 명의로 어떤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자기 명의 주식이 거래됐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재무관리팀이 관리하는 사주 일가 재산은 실제 그 명의자의 재산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라는 차명재산 관련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한다.

 

“사주일가들은 ㈜LG와 관련된 주식 등 자기 명의 재산이 있는지를 모르거나 얼마나 자기 명의로 돼 있는지 모르는 건 맞다. 그래도 그 명의 재산이 명의자의 것은 맞다.”

 

“㈜LG 관련 자기 명의 재산이 있다 하더라도 처분은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LG 주식은 함부로 처분할 수가 없어서 돈이 필요해 주식을 팔고 싶으면 구본무 회장에 허락받아야 했다. 허락받아도 그 주식은 (회장) 직계가족이 사야 하는데 직계가족이 자금이 없으면 매수할 수가 없기에 자금 여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여력이 있을 때만 사주 일가가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오너일가가 그룹사 지분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고, 이는 회장의 허락이 필요한 주주단 경영재산이라는 걸 거듭 확인시켜줬다.

 

물론 이는 당사자가 가지고 있더라도 실제 소유권 행사에 대한 제약이 있다는 점에서 차명의 형태처럼 보일 수 있다. 다만 각자 재산은 명의자의 것으로 ‘회장의 허락만 받으면 지분을 처분해, 매각 자금을 개인 재산으로 귀속한다는’는 조건도 있는 만큼, 엄밀히 말해 차명재산이라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사실 이런 재산 소유 형태는 가족경영을 추구하는 국내 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재판을 통해 구광모 회장은 상속재산 분할 리스크에 관한 부담을 더는 동시에,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제기돼온 차명주식 등 논란도 “근거가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토대로 루머로 일단락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