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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발표한 ‘약가제도 개선방안’ 중 국산 제네릭 약품의 약가 인하 방침을 쟁점으로, 제약업계 종사자와 전문가 그리고 보건복지부 관계자 간의 열띤 찬반 의견이 오갔다.
토론회 전체가 영상 촬영돼 유튜브에 업로드됐고, 다수의 언론을 통해 이날 참가자들의 의견이 보도됐다. 그만큼 현재 제네릭 약가 인하 이슈가 제약업계뿐 아니라 미디어에서도 관심이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인싸잇>도 이 논란을 다룬 지난 12일 자 「[데스크 칼럼] 일본의 약가율, 한국 제네릭 약가 인하의 명분이 될 수 있나」제하의 보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당 토론회 영상을 접하며 참가자들의 여러 의견을 참고했다.
그런데 참가자 중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의 발언에 의문이 생겼다. 이날 김 대표는 현재 제약 현장의 다섯 가지 고충과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세 가지 건의를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김 대표는 보건복지부가 현재 제네릭 약가 인하의 명분이자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일본과 프랑스의 약가 수준을 분석하며 아래와 같이 언급했다.
“정부가 제시한 제네릭 의약품 약가 수준이 40~50%인 일본과 프랑스를 분석하며, 2024년 코트라의 발표에서 약가 인하를 단행한 일본의 경우 제네릭 의약품의 약 23%인 4064개 품목이 공급 부족 및 생산을 중단했고…”
일본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일본 내 1만 6019개 의약품 중 2224개(14%)가 경우인 공급 정지(5%)와 제한적 출하(9%)에 해당했다. 이중 제네릭 의약품이 60%가량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약 1330개의 제네릭 의약품이 공급 정지나 제한적 출하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본 제약업계에서는 이런 상태를 ‘통상출하이외(通常出荷以外)’라고 부르고 있다.
이는 김 대표가 언급한 4046개와는 꽤 차이가 있다. 물론 김 대표는 2024년 코트라 발표라고 말했기에 앞선 후생노동성의 통계와는 시기상 1년 정도의 간격이 있다.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김 대표가 인용한 코트라 발표는 2024년 3월 기준 일본제약단체연합회의 조사 결과인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로 당시 코트라는 일본제약단체연합회의 조사를 참고했다고 밝히며 “일본 내에서 제조업체가 모든 주문에 응할 수 없는 ‘한정적 공급’, ‘공급 중단’이 된 의약품은 2024년 3월 기준 4064개 품목에 달했다”며 “이는 약가 등재된 전체 의약품의 23.9%며, 제네릭 의약품으로 한정할 경우 32.1%까지 상승한다”고 말했다.
일본제약단체연합회가 월별로 공개하는 ‘의약품 공급 현황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통상출하이외’ 부분 중 4064라는 수치가 나오는 달은 2024년 중 3월 통계가 유일하다.
해당 자료에서 세부 공급 현황에는 전체 품목 중 ‘통상출하이외’의 비중이 23.9%로, 후발품(後発品) 즉 제네닉의 경우에는 32.1%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통상출하이외 의약품이 전체 품목에서 따진다면 23.9%인 4064개 그리고 제네릭(후발품)은 전체의 32.1%인 2713개라고 기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제네릭 의약품의 약 23%인 4064개 품목이 공급 부족 및 생산을 중단했다’는 김 대표의 말은 착오에서 비롯된 발언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반도체, 자동차, 선박 시장 규모가 1400조가 안 된다(?)
이날 김 대표는 토론회 발언 서두에 아래와 같이 말했다.
“아시다시피 글로벌 (제약) 시장은 1440조, 우리나라는 24조로 1.3%”라며 “반도체, 자동차, 선박 다 포함해도 1400조가 되지 않는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데이터 서비스 제공을 전문으로 하는 아이큐비아(IQVIA)의 지난 2024년 통계(Global Use of Medicines 2024 Outlook to 2028)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제약시장의 규모는 약 1.6조 달러로 한화 약 2300조 원(2023년 당시 기준 약 한화 2093조 원)에 달한다.
아이큐비아는 글로벌 제약시장의 규모가 2024~2026년까지 각각 1.7조, 1.8조, 1.98조 달러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큐비아에 통계에 따르면, 김 대표가 언급한 ‘1440조’는 2019년(1.2조 달러) 이전의 시장 규모에 해당한다.
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4월 발간한 「글로벌 바이오헬스산업 시장 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제약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으로 1조 7487억 달러(한화 약 2522조 원)에 달했다. 이는 앞선 아이큐비아가 발표한 수치와 거의 일치한다.
심지어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신약 강국으로 도약하는 약가 정책, 제네릭 중심 구조를 넘는 제약산업 전략’ 토론회에 참석한 홍정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이사는 “2023년 기준 글로벌 제약시장은 약 2600조 원 규모”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역시 아이큐비아 및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제시한 수치와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김영주 대표가 언급한 ‘1440조’는 과연 어디에서 나온 수치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그는 “반도체, 자동차, 선박 다 포함해도 1400조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6305억 달러로, 지난해 7000억 달러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직 반도체만으로는 제약 시장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 규모까지 포함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장 조사 전문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24년 2.4조 달러(약 3457조 원)에 달한다. 특히 글로벌 시장 조사 전문 기관 모르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에서만 자동차 시장의 규모가 1조 400억 달러(약 1500조 원)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라면 몰라도 자동차가 제약에 글로벌 시장 규모에서 뒤질 업종이 아니라는 건 굳이 전문가가 아니라더라도, 시장조사 서칭만 하더라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홍정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이사조차 지난달 15일 국회 토론회에서 “2023년 기준 글로벌 제약시장은 약 2600조 원 규모로 반도체 시장보다 2.5배에서 3배가 크고 자동차 산업과는 비슷한 규모”라고 말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 분석기관 맥시마이즈 마켓 리서치(Maximize Market Re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 시장의 규모는 2024년 기준 1621억 달러(약 222조 원)에 달했다.
또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의 지난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선박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에 1530억 달러 그리고 2024년 1650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두 기관의 조사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
정리해 보자면, “반도체, 자동차, 선박 다 포함해도 1400조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은 제약업계뿐 아니라, 미디어에서도 주목하는 이슈다. 복수의 토론회와 숱한 언론보도 및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국민들이 이 문제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은 명확한 정보를 전할 의무가 있다.
특히 전문가가 말한 잘못된 정보 하나는 다른 언론이나 학술, 통계기관 등이 인용해 이를 확산할 위험이 있다.
“일본은 제네릭 의약품의 약 23%인 4064개 품목이 공급 부족 및 생산을 중단했다” “글로벌 제약 시장은 1440조” “반도체, 자동차, 선박 다 포함해도 1400조가 되지 않는다”는 김영주 대표의 발언에 대해 토론회 당시 같이 참석했던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현재까지 아무도 이의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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