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FC] 트럼프 대통령의 다카이치 총리 공개 지지 선언, 日 선거 개입인가

일부 국내 언론사, 트럼프의 다카이치 지지 발언 두고 ‘선거 개입’ 비판
日 여론조사서 자민당 압승... 이미 굳어진 총선 판세
트럼프의 ‘다카이치 신뢰’ 발언을... ‘日 정치 개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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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치러지는 일본 총선을 앞두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정치 개입’ 또는 ‘일본 개헌에 힘을 싣는 발언’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재 미-일 외교 분위기와 일본 내 선거 판세, 현지 정치권 반응을 종합해 보면 이러한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와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과잉 해석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중의원 총선거를 이틀 앞둔 시점인 지난 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자신이 강력하고 힘세며 현명한 지도자이며 자기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점을 이미 입증했다”고 적었다. 

 

이어 “난 3월 19일에 다카이치 총리를 백악관에서 맞이하기를 기대한다”며 “다카이치 총리는 그녀와 그녀의 연합(연립여당)이 하는 일에 대해 높게 평가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난 미국 대통령으로서 영광스럽게도 그녀와 그녀의 매우 존경받는 연합이 대표하는 바에 완전하고 전면적인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일본 총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거나 “이번 발언으로 일본의 개헌 행보에 힘이 실릴 것” 등의 내용으로 다수의 보도가 쏟아졌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이번 선거에 개입하고 있고,  아무리 미국의 대통령이라도 타국의 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발언이 부적절하다거나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논조의 보도였다.

 

이미 기울어진 일본 총선 판세

 

이번 일본 중의원 선거를 둘러싼 기본적인 전제부터 짚을 필요가 있다. 선거 국면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일본 주요 언론과 여론조사에서 집권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우세, 나아가 안정적인 승리 예측이 이어졌다. 

 

단순히 집권당의 유지 여부를 넘어 의석 확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흐름이었다. 2월에 들어서도 일본 언론과 정치권 전반에서는 자민당의 압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석이 우세했다.

 

대표적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약 19만 4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해 중의원 총선 판세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자민당은 198석을 넘어, 전체 465석 중 과반인 223석을 단독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나아가 자민당이 중의원 내 17개 전 상임위원회에서 과반을 확보하고, 위원장까지 독점하는 ‘절대 안정 다수’ 기준인 261석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반면 중도개혁연합은 현재 167석을 크게 밑도는 60~87석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고,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 역시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국민민주당의 경우 현 수준인 27석을 유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자민당은 전체 289개 소선거구 가운데 약 180곳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비례대표 의석 역시 기존 60석에서 10석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일본 내에서는 이미 수치와 설문조사에 근거한 자민당 압승 전망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가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현재 자민당의 압도적인 우세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과 같은 외부 변수로 형성된 것이 아닌, 이미 장기간 누적된 정당 지지율과 야권 분열 그리고 지역구 경쟁력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뜻이다. 

 

선거 결과는 투표 이전부터 상당 부분 예측 가능한 상태였으며, 막바지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로 흔들릴 수 있는 구도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국내 일부 언론 매체는 이 기본적인 맥락을 생략한 채, 특정 발언이 마치 선거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 변수였던 것처럼 보도했다. 이를 두고 사실관계의 누락이자 독자 판단을 흐리는 자의적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트럼프 발언, ‘정치 개입’ 아닌 ‘신뢰·결과 전제로 한 외교 메시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의 핵심은 일본 총선 자체보다, 선거 이후의 권력 구조를 전제로 한 발언에 가깝다. “위대한 나라 일본의 중요한 선거”라는 표현과 함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를 높이 평가하고, 향후 백악관 회동과 미·일 협력을 언급한 대목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하기에도 현 지지율 판세를 보더라도 다카이치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나온 외교적 수사 발언으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국제정치에서 주요 동맹국 지도자를 향한 이런 메시지는 이례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반복돼 온 관행에 가깝다.

 

그럼에도 일부 보도는 ‘외교 메시지’를 ‘정치 개입’으로 재구성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발언에 日 정치권 반응은 ‘무덤덤’… 정파별 온도차만 확인돼


국내 일부 언론의 해석과 달리, 일본 정치권 전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변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외교적 맥락에서 해석하거나,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반응이 우세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60~70%대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선거 판세가 사실상 굳어졌다는 인식이 일본 정치권 전반에 퍼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 지지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의 보수 성향 군소정당인 가미야 소헤이 참정당 대표는 지난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지지 발언을 보도한 일부 언론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역시 그렇지. 이러니 벽이 두터울 수밖에 없지(やっぱりな。そりゃ壁は厚いわけだ)”라며 짧은 반응을 남겼다.

 

이는 가미야 대표의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내정 간섭’으로 문제 삼기보다, 현역 정치인으로서 선거에 직접 출마하며 겪어온 기득권 구조의 높은 장벽을 되짚는 자기 체험적 평가로 해석된다.

 

 

반면 일본 내 대표 좌파 정당으로 불리는 일본공산당은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시이 가즈오 일본공산당 의장은 같은 날 SNS를 통해 “선거 기간 중 외국 정상의 특정 정당 지도자에 대한 ‘전면적 지지’ 표명은 국제법에 반하는 난폭한 내정 간섭”이라며 일본 정부가 미국 측에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일본 내부 반응은 ‘선거 개입’으로 수렴되기보다는, 정파별 기존부터 가지고 있는 시각 차이만 보여주고 있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이 마치 일본 정치권에서 엄청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처럼 묘사한 것은 실제 현지 상황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뢰의 미·일 관계… 검증 없는 ‘개입’ 단정의 한계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간의 관계는 이번 발언으로 갑자기 형성된 것이 아니다. 양측은 이미 지난해부터 안보, 통상, 대중국 전략 등 주제를 중심으로 교류와 메시지 교환을 이어왔다. 이번 발언은 그 연장선상에 놓인 공개적 확인에 가깝다.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서, 향후에도 집권 가능성이 높은 지도자를 향해 신뢰와 협력 의지를 드러내는 것은 전략적으로 자연스러운 외교 방식이다. 특히 전세계가 주목하는 자신의 SNS에 직접 거론할 만큼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 노선이 트럼프 대통령에 신뢰를 얻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를 선거 국면에서의 ‘한 나라의 정치 개입’으로 해석하는 것은, 외교 행위 전반을 국내 정치 프레임으로 축소하는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설령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그 발언이 일본 총선 결과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거의 모든 현지 언론의 분석과 여론조사 결과는 자민당 절대 우세로 판세가 굳어진 상황이라 말하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일본 선거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건 사실관계도 맞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