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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마법의 무기, 뉴질랜드에 침투한 중국 공산당’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 그들의 남태평양 지배 공작이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뉴질랜드가 중국 공산당에 의해 침투당해 국가 전복 위기에까지 처하게 됐다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마치 달에서 옥토끼가 발견됐다는 말처럼 허황되다는 느낌부터 받을 것이다. “뉴질랜드”와 “중국”, 양국은 일단 물리적 거리부터가 그렇지만, 뭔가 접점이랄게 전혀 없는 국가들로 보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라고 하면 우리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인상부터가 ‘남태평양의 스위스’이기도 하다. 뉴질랜드는 건국 이래 다른 나라와 갈등, 분란이 있었던 경우가 사실상 없으며, 호주와 더불어 태평양에서 오직 두 곳인 백인 위주의 국가로, 많지 않은 인구,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정치환경이나 복지제도도 북유럽에 못지않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반쯤은 천국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곳에서 어떻게 음험한 이미지의 중국 공산당이 노골적으로 활보하게 됐다는 말인가.



본서 ‘마법의 무기, 뉴질랜드에 침투한 중국 공산당(Magic Weapons : China's political influence activities under Xi Jinping)’은 바로 그 원인과 배경, 실태를 뉴질랜드 현지 지식인의 시선에서 담담하게 고발하고 있는 책이다. 이번 한국어판 책은 원 저자인 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교(University of Canterbury)의 앤-마리 브래디(Anne-Marie Sharon Brady) 교수가 2017년 9월에 미국의 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동명(영어)의 첫 논문을 바탕으로, 이후 2021년까지 앤-마리 브래디 교수가 발표한 관련 논문들 내용을 미디어워치 출판사가 일부 보강해 재편집해 출간한 것이다. 

뉴질랜드를 시금석으로 한 중국 공산당의 국가 잠식 통일전선공작

앤-마리 브래디 교수는 이 책을 통해서 2012년도에 시진핑 중국 주석이 권력을 거머쥐게 된 이후, 시진핑 본인이 ‘마법의 무기(법보·法寶)’라고 칭한 바 있는 통일전선공작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태평양의 미국 동맹 중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뉴질랜드에 어떻게 침투해 들어오게 됐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앤-마리 브래디 교수는 뉴질랜드에 대한 중국 공산당 침투 사례 연구를 통해 시진핑 시대의 해외 정치 공작 활동은 마오쩌둥 시대에 확립된 방식을 계승하면서도,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야심을 담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중국 공산당은 왜 하필 뉴질랜드를 노렸을까. 뉴질랜드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넓은 해양 영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에 특히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은 물론, 남극 대륙에 대해서까지 종주권,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다. 값싼 경작지, 적은 인구, 그러면서도 청정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뉴질랜드는 ‘파이브아이즈(Five Eyes)’로 알려진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로 대표되는 앵글로색슨 첩보동맹의 일원이다. 중국 입장에선 호주보다도 훨씬 더 취약한 연결고리인 뉴질랜드를 ‘파이브아이즈’에서 이탈시킬 수만 있다면 세계 패권국 지위 확보에 있어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뉴질랜드 국회와 언론, 대학을 좌지우지한 중국 공산당

뉴질랜드 제도권 정치에서 중국계의 입김은 이전부터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민국가로서, 중국계 인구가 이미 뉴질랜드 인구의 5%나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제부턴가 중국 공산당이 대사관과 영사관, 그리고 갖가지 통일전선조직을 활용하여 중국계 교민사회를 완전히 통제, 감시함으로써 중국계 뉴질랜드인들에 대한 정치적 지배권을 확립해버렸다는 데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에 더해 중국계 기업들에 대해서 본토에서의 사업기회 등 이권을 제공, 뉴질랜드에서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여러 조직과 정치인에게 각종 자금을 지원토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일당독재 중국 본토를 방불케 하는 상황에서 뉴질랜드 중국계 교민사회에 정치적 다양성이 생기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뉴질랜드 국회에는 중국 공산당의 구미에 철저히 맞는 중국계 정치인들, 심지어 전직 중국 공산당원이자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정보관계자(양젠(杨健, Yang Jian) 의원의 사례), 그리고 사실상의 통일전선공작원(레이몬드 후오(Raymond Huo) 의원의 사례)까지 속속 진입하는 일이 벌어지게 됐다.

물론 몇몇 중국계 정치인들만으로 뉴질랜드가 중국에 완전히 잠식될 수는 없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비중국계 뉴질랜드 현지 정치인들도 하나둘 적극 포섭, 친중파로 돌아서게 만드는 공작도 병행해 추진해나갔다. 이는 물론 중국 공산당이 그간 여느 국가들에서 펼쳐온 통일전선공작과도 같은 방식으로, 바로 전직 총리, 전직 시장 등에게 직위, 자금 등을 제공해 먼저 우군으로 끌어들이면서, 특히 국가적 문제에 대한 관점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정부부터 차례차례 중국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도록 공략해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앤-마리 브래디 교수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는 존 키(John Key) 전 총리, 제니 쉬플리(Jenny Shipley) 전 총리, 밥 하비(Bob Harvey) 전 와이타케레(Waitakere) 시 시장 등이 관련 타깃이 되어 일대일로를 찬양하는 등 중국 공산당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게 됐다.

정치 공작에 있어서 언론 대응 문제가 빠질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은 뉴질랜드 중국계 교민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먼저 현지 중국어 매체들에 대한 통제권부터 대대적으로 확보해나갔다. 이들 중국어 매체들은 콘텐츠를 모두 중국으로부터 공수받는 것은 물론, 언론인들이 정기적으로 중국에 가서 교육까지 받고 온다. 중국 공산당이 이들에게 노골적으로 보도지침을 내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뉴질랜드의 기성 주류 언론들조차 뉴질랜드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에 대한 보도는 늘 조심한다. 애초 뉴질랜드 언론인들이 중국을 취재차 방문때마다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공공연하게 비용을 지원받아온 상황에서 뉴질랜드 언론들의 중국에 대한 보도가 객관적, 중립적이길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뉴질랜드 현지 대학도 통일전선공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뉴질랜드 대학들의 유학생 중 1/3이 중국계인 상황이고, 이 중국계 유학생들은 현지 중국 대사관의 비호 속에서 뉴질랜드의 지성들이 신장위구르, 티베트, 홍콩 등 중국의 인권 문제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조직적 압력을 넣고 있으며, 뉴질랜드 대학들을 통해 서방의 각종 선진 기술, 정보를 탈취하는데도 한몫 하고 있다.

탄광 속 카나리아 역할을 해준 앤-마리 브래디 교수와 뉴질랜드

중국 공산당에 의해 자국 주권이 통째로 잠식당하는 사상 초유의 안보 위기를 최초로 고발한 이가 안온한 환경에서 계속 학문 활동에 정진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실제로 ‘마법의 무기’ 논문 발표 이후 앤-마리 브래디 교수에게 일어난 일들이 그 자체로 중국 공산당의 뉴질랜드 침투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게 됐다. 그녀는 중국 공산당 관계자 또는 추종자로 추정되는 이들로부터의 협박은 물론, 연구실과 집에서 차례로 영문을 알 수 없는 도난 사건이 발생했고, 강의 현장에서도 수상한 자들이 잠입했다. 그녀의 수난에 결국 저신다 아던 총리와 인터폴이 관여하는 일까지 벌어졌을 정도다. 앤-마리 브래디 교수는 마치 자신의 처지를 변호하듯 뉴질랜드의 처지를 변호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뉴질랜드는 중국의 정치 공작에 맞서 자신을 지키면서도 경제 보복을 당하지 않으려는 여타 약소국들을 위해, 마치 탄광 속의 카나리아처럼 위험을 예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태평양에서 중국 공산당의 야심은 비단 뉴질랜드 침투 하나 정도에서 멈추지 않는다. 중국은 올해(2022년) 4월 뉴질랜드 북쪽 섬나라 솔로몬 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해 뉴질랜드는 물론, 호주와 미국에도 큰 충격을 줬다. 협정의 핵심은 이 지역에 중국인들을 보호 목적으로 한 중국 인민해방군의 파견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이다. 5월에는 실제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남태평양 8개국을 순방하면서 이 지역을 중국의 세력권으로 다지는 외교활동까지 벌였다. 중국이 뉴질랜드를 포함한 남태평양 전체를 자신들의 세력권으로 포섭해 미국의 태평양 봉쇄망을 뚫고 대만 문제로도 입지를 크게 강화하려는 의도가 확실히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크다.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도 중국의 은밀하면서 고압적인 정치적 영향력 확대 활동이 위험 수준에 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한국이 중국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같은 누가 봐도 강대국의 경우보다는, 우리와 입지와 이해가 상대적으로 비슷한 뉴질랜드와 같은 중견국(middle-country)의 상황과 대응이야말로 더 큰 교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앤-마리 브래디 교수의 논문은 옆 나라인 호주의 지성사회에 특히 큰 가르침을 줬으며, 이에 중국 공산당의 호주 침투전복 공작 현실을 고발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의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의 출간을 이끌어내는데도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민주 ‘마법의 무기’로 중국 공산당에 맞서야

약소국과 중견국은 강대국처럼 자기가 원하는 일을 다른 국가에 강제할 힘이 없다. 뉴질랜드는 그렇기에 앤-마리 브래디 교수 등의 제안을 좇아 먼저 자신의 체제부터 되돌아보고 강화시키는 일, 회복력(resilience) 강화에 집중했다. ‘피서픽 리셋(Pacific Reset)’으로 대표되는 남태평양에서의 뉴질랜드 주도권 재확립, 파이브아이즈 공동성명서 동참과 5G 네트워크에서의 화웨이 배제 검토, 그리고 뉴질랜드안보정보청(NZSIS)을 중심으로 한 외세의 정치공작과 관련한 대대적인 정보공개 캠페인 등이 바로 그렇게 나온 대중국 회복 정책이었고 여러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최근 나토 정상회의에서 대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한국, 일본, 호주와 함께 뉴질랜드가 초청받았고, 4자가 별도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었는데, 분명 뉴질랜드의 경험과 정책이 폭넓게 논의되었을 것이다.

앤-마리 브래디 교수는 권위주의 초강대국의 횡포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만의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는 그것이 내부에서 오건 외부에서 오건 결국 더 많은 자유민주주의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위협과 도전은 자유민주국가에서는 어떤 면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또다시 꽃피울 기회이기도 하다. 그녀가 이 책 마지막에 던진 낙관과 이상은 중국 대응과 관련해서는 늘 비관론, 현실론만 넘쳐나는 한국 지성사회가 시급히 접수하고 검토해야 하는 고언일 것이다.

“우리 민주제도에도 역시 ‘마법의 무기’가 존재한다. 바로 우리 손으로 정부를 선택할 권리, 법치를 통한 권력의 견제와 균형, 상무위원회와 언론위원회 등의 규제 기관, 법적으로 보장되는 학계의 비평과 양심, 표현과 결사의 자유, 그리고 제4의 집단, 즉 전통 언론과 뉴미디어 등이다. 이제 우리가 가진 이 마법의 무기를 사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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