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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옥의 4.3학살 연루 탓에 제주경선 연기?

조순형 후보 부친 조병옥의 현대사 자취 혹독한 검증필요

제주 경선 4.3 피해자들 조병옥 비판 현수막 준비

민주당의 제주경선 연기가 유력 대선후보 조순형 의원의 부친 조병옥 박사의 4.3 때의 역할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의 한 인사가 제주 경선에 맞춰 4.3 사건 당시 경찰을 인민무장대로 위장시켜 양민을 학살한 ‘오라리 방화사건’과 당시 경찰총책임자로 미군정 경찰부장이었던 조 박사에 대한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제주도 전체에 걸 계획이라는 첩보를 접했고, 경선 시작부터의 악영향을 고려해 최고위에서 첫 경선지를 제주에서 인천으로 바꿨다는 소문도 나돈다.

실제로 조병옥 박사의 4.3 관련 문제로 지난 2003년 한나라당 제부지부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조순형 의원에게 대신 사과하라는 성명서를 낸 바도 있다. 한나라당 제주지부는 "조 대표의 선친인 고 조병옥 박사는 4.3 당시 미군정 경무부장을 지내며 '제주도민의 90% 이상이 빨갱이들이다. 제주도 전체를 불태워서라도 소탕해야 한다'라는 언급을 했다"며 "조 박사의 당시 언급은 수만에 이르는 제주도 양민들을 희생케 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런 과연 4.3 당시 조병옥 박사는 어떤 역할을 했던가? 가장 중도적인 입장에서 한국현대사를 기록한 전북대의 강준만 교수의 한국현대사산책에는 조병옥 박사의 역할에 대해 상세히 나와있다.

4.3항쟁은 1948년 4월 3일 350명의 무장공비가 제주에 침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사건은 무려 6년 6개월 간 지속되면서 30만 제주 인구의 10%인 3만명이 학살당했다.

해방이후 남로당 제주도당은 제주 우익청년단체 및 치안당국과 끊임없이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제주 치안 전권을 지닌 곳은 경비대로서, 이들은 이러한 충돌에 방관자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다 우익측에서 불을 지른 뒤 "남로당의 짓"으로 꾸미자, 경비대는 결국 토벌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미군정의 지시에 따라 연대장 김익렬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안에서 합의를 이루었다.

첫째, 72시간 내에 전투를 완전히 중지하되 산발적으로 충돌이 있으면 연락 미달로 간주하고, 5일 이후의 전투는 배신행위로 본다. 둘째, 무장해제는 점차적으로 하되 약속을 위반하면 즉각 전투를 재개한다. 셋째, 무장해제와 하산이 원만히 이뤄지면 주모자들의 신병을 보장한다. 또한 귀순자 수용소를 세우되 군이 직접 관리하고 경찰의 출입을 통제한다.

그러나 협상 사흘만에 오라리에서 방화사건이 벌어지는 이른바 오라리 사건으로 협상을 깨지고 경비대의 총공격이 시작되었다. 김익렬은 훗날 이렇게 증언했다.

"경찰은 폭동진압에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과오와 죄상을 은폐하기 위하여 오히려 폭동을 조장, 확대하려고 하였다. 경찰들은 폭도를 가장하여 민가를 방화하고는 폭동의 소행으로 선전하고 다녔고, 이렇게 되자 폭도들도 산에서 내려와 각 지서를 습격하여 중지되었던 전투가 다시 개시되었다.”

조병옥, 경비대 김익렬조차 좌익으로 몰아

이러한 김익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사람이 바로 조순형 의원의 부친 조병옥 박사였다. 미군군정단장 윌리엄딘을 따라온 당시 경무부장 조병옥 박사는 김익렬의 보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공격했다.

"조병옥은 김익렬의 설명은 잘못된 것이고, 증거물과 사진첩도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김익렬을 가리키며 ‘저기 공산주의 청년이 한 사람 앉아 있소’라고 외치면서, 김익렬의 아버지는 국제공산주의자로서 소련에서 교육을 받고 현재 이북에서 공산주의 간부로서 활약하고 있으며, 김익렬은 자기 아버지의 지령을 받아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익렬이 조병옥의 발언에 격분해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이자 회의는 난장판이 되었다.”

이 건으로 김익렬을 해임당하고, 그뒤 무차별 학살이 시작되었다. 향후 제주에서 벌어지게 될 대량 학살극에서 이루어진 미국의 배후 역할은 결코 오인(誤認)이나 오해(誤解)에 의한 건 아니었다. 미군정 보고서는 3ㆍ1사건 이전까지 제주섬에서 공산주의자에 부화뇌동해 일어난 소요는 상대적으로 적었고 경찰에 대한 즉각적인 반발이 4ㆍ3을 촉발하는 원인이 됐다고 기록하였다. 그러나 4ㆍ3이 일어나자 미군정 정보보고서는 군대, 경찰, 우익 청년단체의 토벌을 ‘레드 헌트’로 명명했다. 민중을 ‘사냥’해야 할 인간 이하의 ‘동물적 대상’으로 격하시킬 학살극의 어두운 그림자가 점점 제주를 뒤덮게 되었다.

당시 경무부장 조병옥의 역할은 제주 남로당과 우익청년단체의 충돌 속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일이었다. 특히 경찰과 우익단체가 조작으로 꾸민 일을 밝혀내야 했음에도, 오히려 이를 보고한 김익렬 연대장을 해임시키며 시종일관 강경책을 주도했다. 당시 미군정의 토벌은 국내 경무부장의 조언에 의지했으므로, 4.3 학살 건의 책임은 조병옥에 절반 이상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병옥은 검증된 바 없다

조순형 후보는 늘 선친 조병옥 박사를 존경해왔다. 표현에 있어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존하는 것을 능가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야 혹독한 과거사 검증을 거쳤지만, 조병옥 박사에 대해서는 야당 지도자 이외에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사실 그는 이승만 정권 하에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다, 막판에 권력 싸움 때문에 갈라섰을 뿐이지, 야당 정치인의 길을 걸은 바가 없다.

만약 조순형 의원이 공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다르다. 특히 단일화의 대상인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조병옥 박사의 4.3, 여순, 보도연맹등 대 학살사건의 연루 건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질 것이다. 조순형 의원이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민주당과 조후보는 과거사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그 시발점이 민주당의 제주경선이 될 것이고, 민주당이 이 때문에 제주경선을 연기했다면,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연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제주경선을 없앤다 하더라도, 여당에서 이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조순형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완주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선친 조병옥 박사 문제에 대해 집중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 어차피 다른 당 후보들이 다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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