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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의 눈으로 왜 박근혜를 주목하는가

박풍의 대세론과 당위론


영남권에서 형성된 ‘박풍(朴風.박근혜 바람)’은 12일 이 시각 현재 서울.호남을 제외한 전국 각지를 무서운 기세로 휩쓸고 있다.

충청권을 강타한 ‘박풍’은 이미 경기.인천 등 서울 인근의 수도권 지역에 상륙한 상태다.

따라서 이명박 후보가 최후보루로 여기는 서울이 ‘박풍권’내에 들어가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실제 서울에서 ‘이명박 대세론’이 조금씩 붕괴되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내일신문이 지난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핵심 지지기반인 서울지역에서 10.7%포인트(49.9%→39.2%)나 크게 빠졌다.

이로 인해 박 후보와의 격차는 오차범위를 조금 벗어난 수준으로 대폭 좁혀졌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두 후보의 지지도가 역전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런데도 각 언론은 ‘박풍’을 보도하는 데 지나치게 인색하다.

실제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은 ‘이명박 대세론’이 무너지고 있다는 현실을 마지못해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을 ‘박풍’에서 찾지 않고 있다.

단지 이 후보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한데서 오는 ‘반사이익에 불과한 것’으로 폄하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후보로 하여금 ‘경쟁력 없는 후보’라는 인상을 풍기게 하는 동시에, 비록 이명박 후보가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더라도 ‘불가피한 선택을 하라’는 은근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물론 부동산 투기의혹과 주가조작 의혹 등 이 후보와 그의 친인척을 향해 제기된 각종 의혹들이 ‘대세론’을 무너뜨리는 데 일정정도 작용했음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대세론’을 꺾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의혹’이 아니라, ‘박풍’이 했다고 보는 게 맞다.

우선 박 후보는 정책능력에 있어서 다른 후보들보다 한 수 위다. 이 점에 대해서는 ‘경제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내건 이명박 후보조차 박 후보의 경제정책을 베끼기 할 정도니 두말 할 나위없을 것이다.

실제 박 후보 캠프의 이혜훈 의원은 지난 9일 “이 후보의 `Me Too(나도)` 전법이 또다시 시동을 걸었다.

경제성장율 7%공약도 그랬고 규제완화 공약도 그랬고 복지공약도 그랬고 박후보 공약이 발표 된 후 몇 개월이 지나면 어김없이 유사한 공약을 융단폭격 하듯이 쏟아낸 전력을 이번에도 되풀이 했다”며,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후보의 감세정책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을 꼬집어 질책한 바 있다.

이는 박 후보가 이미지만 강한 것이 아니라, 콘텐츠에 있어서도 여타의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즉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박 후보는 최근 ‘국민화합 지도자’가 될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상태다.

무엇보다도 먼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간의 해묵은 갈등을 치유하려는 흔적이 그의 행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설명에 앞서 필자는 지난 해 11월 2일, 개인적으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기 어려운 ‘단 하나의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당시 필자는 <장준하.박정희, 그의 아들.딸의 만남>이라는 칼럼을 통해, 박 후보가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씨 등 그 유족과 만나 화해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 화해가 따르지 않는 한 아무리 박 후보의 정책이 우수하다고 해도 민주화세력이 박 후보를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 필자는 박근혜 진영의 한 사람을 만난 자리에서 “70년대와 80년대 격동기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특히 그 시대의 학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너무나 뚜렷한 공과(功過)가 있다. 지금 박정희 향수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경제발전에 미친 공로에 국한되는 것이다.

그가 민주발전에 걸림돌이 됐던 일, 민주화 운동을 탄압했던 과오(過誤)마저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다.

박 후보를 지지하고 싶어도 이 문제 때문에 선뜻 지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박 후보가 가해 당사자는 아니다.

이런 면에서 박 후보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후보가 이 매듭을 풀어야 한다. 아버지의 공과(功過) 중 과(過) 부분에 대해 시인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면 된다.

그러면 국민들의 가슴에 응어리진 한(恨)도 자연스럽게 풀어질 것이다. 부친의 잘못에 대해 그의 딸이 사과하는데,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하고 조언했었다.

그리고 이 같은 화해가 이뤄지지 않는 한 민주화에 동참했던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박 후보가 지난 11일 드디어 고 장준하 선생의 미망인 김희숙씨를 만났다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온 것이다.

이날 만남은 박 전 대표가 서울 일원동에 있는 미망인의 아파트를 방문해 전격 이뤄졌다.

‘사과’의 의미를 담은 장미 꽃다발을 들고 찾은 그는 김씨의 두 손을 꼭 잡고 “장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을지 생각하며 진심으로 위로 드린다”고 말을 건넸다. 그때 박 후보의 눈시울은 발갛게 물들었다.

김 씨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오늘 만남이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산업화 세력을 대표하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딸과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고 장준하 선생의 미망인 만나 32년간 해묵은 응어리를 풀어낸 것이다.

이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세력간의 화해가 이뤄지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박 후보의 민주세력과의 화해 행보는 이번만은 아니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타계한 ‘재야 민주화운동의 대부’인 고 홍남순 전 변호사의 빈소를 찾기도 했으며, 최근 출마선언을 하면서는 민주화 세력에게 사과의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했었다.

실제 박 후보는 1개월 전 대선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 박정희 정권 당시 민주화 운동을 하다 고생했던 사람들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당시 염창동 당사에서 당 대선 경선 등록을 마친 후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아버지 시대에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린 산업화의 주역들을 존경한다.

그와 동시에 저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 오신 분들의 희생과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제 아버지 시대에 불행한 일로 희생과 고초를 겪으신 분들과 그 가족 분들에게 저는 항상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제가 진심으로 이 분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은 민주주의를 더욱 꽃피우고 나라를 잘 살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한다. 산업화, 민주화 세력이 손을 잡고 새로운 선진한국을 건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필자는 “이 소식은 필자로 하여금 20여년 이상을 가슴앓이 하도록 했던 응어리를 한꺼번에 풀어지게 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는 칼럼을 썼다.

이는 화합과 상생을 추구하는 ‘박근혜 표’ 정치로, 감히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의 ‘전매특허정치’로 평가받을만 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극단적인 ‘편 가르기’ 정치에 이골이 난 국민들에게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화합·상생의 모습은 매우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결국 박 후보를 지지하지 못할 ‘단 하나의 이유’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필자가 박 후보를 다시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어쩌면 그는 이제 마지막 남은 갈등인 동서화합을 이뤄내기 위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일지도 모른다.

결국 ‘박풍’이 ‘대세론’을 뛰어 넘어 ‘당위론’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필자는 언론인이다. 따라서 그를 지지하지 못할 단 하나의 이유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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