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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한 시대정신, 낡은 이분법으로 박근혜 못이겨

한나라당 지지율, 52%. 이회창 대세론 때도 없던 일


이회창 대세론 당시도 50% 지지율 넘지 못해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가 56%대 31%로 대 손학규 후보와의 경쟁력에서, 처음으로 이명박 후보와 대등한 결과를 보였다. 아직 이명박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는 10%대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나, 범여권 후보를 상대로 경쟁력을 갖춘 것은 한나라당 경선판은 물론 전체 대선판에서도 획기적인 일로 분석된다.

2002년 대선은 새천년 민주당의 국민경선 이전까지만 해도 이회창 대세론에 이인제 대항마론이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당시 이회창 대세론은 <이회창 대통령은 없다>라는 책을 집필한 이태준씨의 일갈대로, 신문이든 방송이든 이회창 비판론을 쓰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지지율 차이를 보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르다. 새천년 민주당이 국민경선을 앞두고, 후보자간 토론회를 시작한 직후인 2002년 2월 10일 한겨레신문사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회창 45%, 이인제 36% 등 단지 9% 차이에 불과했다. 비단 한겨레조사 이외의 다른 조사에서도, 이회창과 이인제의 지지율 차이는 10%를 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회창 대세론이 정가를 장악했던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다. 2002년 당시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26%였다. 라이벌 정당이던 새천년 민주당은 18%였다. 약 8%의 차이이다. 이회창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30%대를 넘지 못했으며, 새천년 민주당의 지지율은 10%대 후반을 유지했다.

즉, 이인제 후보 측은 10%의 범위 안에서 끝까지 이회창 후보를 추격하고 있었고, 당내 지지율 역시 10% 안쪽에서 유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고정 지지층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노무현 후보는 노풍을 일으키고,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10%의 핸디캡을 역전할 수 있었다.

2007년, 현재 범여권 경쟁력 1위 후보 손학규와 한나라당의 정통성을 계승한 박근혜의 지지율 차이가 무려 25%이다. 정당의 지지율은 더 형편없다. 50%를 넘나들고 있는 한나라당의 지지율과 달리, 범여권은 열린우리당이 8%대, 통합민주당이 5%에 머물고 있다. 제3지대의 범여권 신당이 출범한다 해도, 이 수준을 넘을 것 같지는 않다. 세 당 모두 합쳐서 20%대를 턱걸이하기 바쁘고, 한나라당과 무려 30%의 격차가 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양분해서, 집권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대선과 관련하여 두 가지를 시사해준다.

첫째, 기계적 통합으로 진보와 보수로 양분한 대선결과에서 한나라당에 승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정당지지율에서 50%를 확보한 한나라당의 경우, 이명박이든 박근혜든 누구 하나로 대선후보가 정해질 때, 순간적으로 60%대의 고공지지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박근혜 후보로 결정될 경우, 대역전승이라는 요인까지 겹쳐, 당 지지율을 훌쩍 뛰어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범여권 정당과 후보가 기계적으로 반 한나라당 연합을 구성하여 뭉친다 해도, 지지율 상승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손학규 후보가 범여권 지지율 1위를 고수하는 것은 그나마 노무현 정권의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합세할 경우 손학규 후보의 현재 지지율조차 빠질 가능성도 크다.

둘째, 더 이상 보수와 수구세력의 이미지가 대선구도에서 그리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정통보수의 이미지가 적은 이명박 후보가 범여권 후보와의 경쟁력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통보수의 박근혜 후보의 경쟁력이 이명박 후보와 대등하게 평가되고 있다. 특히 손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당지지율보다 높은 55%를 확보한 것도 큰 힘이다. 즉 보수의 이미지로도 얼마든지 국민의 과반 이상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범여권의 독재자의 딸이라는 공격이 무력화되는 이유이다.

통합민주당의 조순형 후보는 자신의 경쟁력에 대해 “반노무현 정서가 무려 80% 이상이다. 한나라당이 50%를 가져간다 해도 30%는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한 바 있다. 이인제 후보 측에서도 “어차피 이번 대선은 누가 더 노무현과 화끈하게 싸우냐의 판이다”라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김영환 후보 측은 “범여권 통합해봐야, 당신들 왜 열린우리당에 남아있지 않고, 여기 와 계십니까, 라는 질문 하나면 국민들은 돌아선다”며 역시 기계적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이분법의 시대정신 변했지만, 범여권의 정치인들만 몰라

이들의 논리는 기존의 진보와 보수 양분하여, 무조건 5:5 싸움이 된다는 구태의연한 대선승리법칙을 넘어서는 것이다. 오히려 노무현 정권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정권 재창출의 욕심을 버리지 않는 범여권 후보들에 싫증나서 한나라당으로 돌아선 합리적 중도성향의 유권자를 찾아오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일 수도 있다.

박근혜의 55% 지지율이나 한나라당의 52% 지지율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공정한 경선룰을 채택하고, 치열한 상호검증을 하고, 이벤트쇼라 욕먹어도, 그래도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 위해 최초로 후보청문회 등을 하는 등, 한나라당의 자구노력의 결과이다. 이제 점차 대선에서 잔재주는 통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구 민주당 조직인 민주정우회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여당인지 야당인지도 모를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범여권의 여의도 정치인들만 이렇게 변한 시대정신을 읽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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