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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의 가짜인생⑦] 김정민의 몽골국립대 박사학위, 진품과 확연한 차이

한 눈에 조악한 품질…몽골국립대 “같은 해 학위증 양식은 모두 같다”…2017년 진품 학위증 양식에서 벗어나

유튜브가 사기꾼들의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다. 인기를 위해 학력을 속이고 거짓 경력을 자랑한다. 과거의 범법 행위나 부도덕한 행실까지 미화한다. 이런 가짜들은 유튜브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정치권력에 기웃대기도 한다. 반중(反中) 유튜버를 자처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유튜버 김정민 씨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김정민 씨의 가짜박사 논란을 취재한 본지는 최근 김 씨의 학위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취재한 내용의 절반 가량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개인의 사생활 문제가 아니라, 21대 총선 출마 경력이 있는 공인에 대한 공적 검증이다. 김 씨의 가짜박사 논란은 그 너저분한 해명만큼이나 사실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 본 기획 시리즈는 기사 문체보다는 가급적 쉽게 읽히도록 단행본 문체로 풀어나간다. - 편집자 주 


원본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나 품격을 흔히들 ‘아우라(Aura)’라고 표현하다.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저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1936)에서 아우라를 예술 작품이 지닌 고유한 본질이라고 정의했다. 벤야민은 원본만이 아우라를 발산하며, 복제된 경우 아우라는 사라진다고 했다.

시뮬라시옹(Simulation) 이론으로 유명한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모사(模寫)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는 현상을 설명한 프랑스 철학자다. 그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복제된 현실을 ‘하이퍼 리얼리티(Hyper reality)’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현대사회는 실재가 아닌 것이 더욱 실재처럼 행세하는 하이퍼 리얼리티의 세계라고 우려했다.
 

첨단 복제기술을 경험하는 현대인이면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다. 하지만 ‘가짜박사’ 김정민 씨의 학위증은 보드리야르의 이 같은 우려도 가볍게 불식시킨다. 그가 공개한 학위증은 하이퍼 리얼리티와 거리가 멀다. 누가 봐도 한눈에 가짜라고 판정할 수 있다. 아우라는커녕 차라리 패러디(parody)에 가까워 웃음을 유발한다.
 
김 씨가 자신의 몽골어 학위증을 처음 공개한 건 지난해 9월 6일 방송에서다. 이전에는 영어로 된 학위증을 공개했었다. 당시 그를 가짜박사로 의심하던 네티즌들은 다른 몽골국립대 박사학위증은 죄다 몽골어로 써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 학위증만 왜 영어냐는 것이다. 이런 반박에 김 씨는 1년 넘게 시달렸다. 그러던 지난해 9월, 마침내 보란 듯이 몽골어 박사학위증을 공개했다.


차라리 공개하지 않는 것이 나았을지 모르겠다. 그가 회심의 미소와 함께 내놓은 몽골어 박사학위증은 ‘가짜 박사’라는 심증을 오히려 확신으로 만드는 강력한 물증이 되어버렸다. 그의 학위증은 한 눈에 조악한 기운이 감돌았다. 학위증 본문이 수평으로 반듯하지 못하고 전체가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본문 글자가 학위증 테두리를 넘어간 부분까지 보였다. 몽골국립대 ‘진품’ 학위증에선 볼 수 없는 특징들이다.
 


왜 유독 자신의 학위증만 다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그는 나름의 해명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27일 방송에서 “몽골국립대는 9개의 단과대학 건물로 이루어졌다”며 “각 단과대학(인문대, 사회대, 공대 등)마다 졸업증(박사학위증) 양식이 다르다”고 했다. 
 
그 사례로 2015년 이 대학 정치학 박사를 취득한 박정후 씨는 사회대학 소속의 정치학과 출신이고, 자신은 같은 정치학 박사이지만 국제관계대학원 소속이므로 학위증 양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몽골국립대는 여러 단과대학의 연합체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학위증도 제각각이라는 그럴싸한 ‘썰’도 풀었다.
 
하지만 본지 특별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이는 거짓이었다. 본지는 김 씨의 해명이 사실인지 몽골국립대에 직접 문의했다. 이 대학 졸업담당자 또는 졸업증명을 담당하는 교직원 4명에게 확인한 결과 “박사학위증은 단과대학 구분 없이 전부 양식이 똑같다”는 공통된 답변을 얻었다.
 
상식에 가까운 얘기지만, 학위증 양식은 대학 측에서 엄격히 관리한다. 몽골국립대 학칙에는 지정된 인쇄소에서 박사학위증을 만들도록 규정해놓았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서울대 교무처 학사과 관계자는 “서울대의 경우 ‘학위수여규정’에 따른 기본양식을 바탕으로 폰트와 디자인이 박혀있는 양식이 시스템에 보관돼 있다”며 “발급은 단과대나 다른 곳에서 절대 할 수 없다. 단과대학에서 학위수여자 명단을 가져오면 교무처 학사과에서 확인 후 인쇄하고 각 단과대에 전달한다”고 말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시스템이다. 

본지 취재팀은 이처럼 몽골국립대 박사학위증이 단과대학 구분 없이 똑같은 양식을 쓴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유튜브 채널 락TV의 최락 대표가 몽골국립대 학위증을 정밀 분석한 결과를 ‘가짜인생’ 시리즈에 소개하기로 했다. 최 대표는 각종 영상 소프트웨어(SW)를 오랜 기간 다뤄온 영상편집 분야 실무 전문가다.  
 
최 대표는 같은 대학에서, 같은 해에 발급된 학위증이라면, 본문 내용(이름, 전공분야, 논문명 등)만 제외하고는 학위증의 전체 틀이나 각 요소의 프레임 위치가 전부 같아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분석했다. 예를 들어 서명이 위치한 부분은 한 치의 오차 없이 똑같아야 한다는 것. 이는 본지와 인터뷰 한 몽골국립대 졸업담당자의 설명과도 부합한다. 담당자는 “모든 학위증은 하나의 포맷과 규정으로 발급된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먼저 박정후 박사의 2015년 학위증 사진과 대학 홈페이지 학위수여식 기사에 첨부된 2015년 학위증을 비교했다. 이들 사진은 저마다 다른 각도로 촬영됐기 때문에, 영상 툴을 이용해 사진을 정면 방향으로 똑바로 세우는 작업을 먼저 해야 했다. 여기에는 사진 원본을 왜곡시키지 않고 각도를 조금씩 조절해가는 전문가의 정밀한 반복 작업이 필요하다.
 
사진 속 학위증을 똑바로 세우고 나면, 각 요소가 차지하는 프레임의 위치를 비교할 차례다. 그 결과 2015년 박정후 박사의 학위증과 2015년 학위수여식에 등장한 학위증은 전체 테두리는 물론, 학위증 상단의 제목 프레임, 상단 왼쪽 금박으로 새겨진 대학 로고, 본문 내용이 들어가는 프레임, 몽골국립대 총장 및 교수들의 서명이 들어가는 프레임, 학위증 하단 왼쪽 큐알코드와 하단 오른쪽 홀로그램 스티커의 위치가 모두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최 대표는 같은 원리를 적용해 2018년 학위수여식 기사에 첨부된 박사학위증 사진 2장을 비교했다. 역시 결과는 같았다. 각 요소의 위치는 일치했다. 



이어 2017년 학위수여식에 등장한 진품’ 학위증과 문제의 김정민 씨 학위증을 비교했다. 그 결과 예상대로 김 씨 학위증은 각 요소 프레임이 제멋대로 위치해 있었다. 본문 내용이 좌우로 프레임을 한참 벗어나 테두리까지 튀어나간 것은 물론 서명이 들어간 프레임 역시 좌우로 더 삐져나왔다. 학위증 하단 왼쪽의 큐알코드와 오른쪽 홀로그램 스티커 옆 문구도 조금씩 위치가 벗어나 있다.  





이같은 분석은 김 씨의 박사학위증이 2017년 진품’ 학위증과는 다른 양식이란 점을 알려준다. 만일 같은 양식이었다면, 2015년, 2018년 비교 사례처럼 각 요소 프레임의 위치가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결국 김 씨의 학위증은 대학에서 공식 지정한 인쇄소가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따로 만들어졌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분석을 끝낸 최 대표는 “김 씨의 박사학위증은 확실히 가짜”라고 단언했다. 

김 씨는 최근 방송에서도 자신의 학위증을 당당히 공개했다.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아우라 없는 김 씨의 박사학위증은 이렇게 여전히 인터넷 공간을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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