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아카데미워치 (학술/대학)


배너

[김정민의 가짜인생①] ‘가짜박사’ 유튜버, 국제학술대회에 ‘연세대 교수’로 참석한 사연

유튜버 김정민, “내 논문이 너무 뛰어나 초청받은 것”...“투물르출룬 박사가 연세대 교수로 참가하도록 배려”

유튜브가 사기꾼들의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다. 인기를 위해 학력을 속이고 거짓 경력을 자랑한다. 과거의 범법 행위나 부도덕한 행실까지 미화한다. 이런 가짜들은 유튜브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정치권력에 기웃대기도 한다. 반중(反中) 유튜버를 자처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유튜버 김정민 씨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김정민 씨의 가짜박사 논란을 취재한 본지는 최근 김 씨의 학위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취재한 내용의 절반 가량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개인의 사생활 문제가 아니라, 21대 총선 출마 경력이 있는 공인에 대한 공적 검증이다. 김 씨의 가짜박사 논란은 그 너저분한 해명만큼이나 사실관계가 얽히고설켜 있어 본 기획 시리즈는 기사 문체보다는 가급적 쉽게 읽히도록 단행본 문체로 풀어나간다. - 편집자 주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은 1960년대 미국에 실존했던 희대의 사기꾼 이야기를 담았다. 고교 중퇴자에 불과한 주인공 프랭크 애버그네일은 정교한 위조 기술과 탁월한 연기력을 발휘, 하버드 의대를 수석졸업한 의사, 예일대 법대를 나온 변호사, 팬암 항공사의 젊은 파일럿처럼 선망 받는 전문직으로 끊임없이 신분 사칭을 하며 140만 달러 가량의 큰돈을 챙기다 FBI에 붙잡혔던 인물이다.
 
유튜버 김정민 씨가 대학교수를 사칭하고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7개국 외교관, 정보당국자, 저명한 국제정치학자들 앞에서 자신의 논문을 당당하게 발표하는 모습은 흡사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한 장면과 같다. 만일 이 영화가 한국에서 리메이크 된다면 김 씨는 유력한 주인공 후보 중 한 명이 될지도 모른다.



 
김 씨는 2014년 6월 14일 몽골 외교부가 주관하는 몽골 최대의 학술행사 ‘울란바토르 대화’에 연세대학교 교수 자격으로 참석한 바 있다. 추후 기사로 밝히겠지만 본지의 취재 결과 ‘울란바토르 대화’ 참가 당시 김 씨는 본인의 주장과 달리 박사과정 학생도 아니었다. 당연히 국내 유명 대학의 교수도 아니었다. 그는 한국과 몽골, 카자흐스탄을 떠다니며 동북아 고대사와 에너지 전략을 설파하고 다니던 정체불명의 청년이었다.

김 씨는 2011년경부터 카자흐스탄국립대 국제관계학 박사라는 신분을 사칭했다. 2016년경부터는 ‘몽골국립대 국제관계학 박사’를 프로필에 추가해 마치 박사학위를 2개나 갖고 있는 젊은 학자인양 행세했다. 2017년경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김 씨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마치 국제정치학계의 핍박받는 이단아인 것처럼 자신을 포장했다. 그는 반중친미(反中親美)라는 구호와 함께 음모론을 가미한 국제정치 해석으로 단기간에 최고의 인기 유튜버 반열에 올랐다.




김 씨의 몽골국립대 박사 사칭을 조사하던 본지 취재진은 그가 유튜브 방송에서 서너 차례 밝혔던 2014년 6월 몽골 최대의 학술행사 ‘울란바토르 대화’에 초청받게 된 ‘썰’에 주목했다. 당시 본지는 김 씨의 몽골국립대 박사과정 입학연도가 정확히 언제인지 추적하고 있었다. 그가 밝힌 입학연도가 오락가락해서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 씨의 해당 방송 내용을 토대로 추가 취재한 결과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이후 기사에서 밝히겠다.)
 
그 과정에서 김 씨가 방송에서 반복적으로 밝혔던 ‘울란바토르 대화’에 초청받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진위 여부를 따로 취재했다.
 
김 씨는 2018년 10월 23일 방송에서 “당시 박사과정 학생에 불과했지만 내 논문을 발표시키려고 대회 주최 측에서 특별히 연세대 교수로 참가하도록 배려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8월 20일 방송에서는 대회 초청장을 공개하면서 “당시 대회를 주관하던 투물르출룬 박사가 나를 초청했다”며 “왜? 내 논문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에”라고 주장했다.
 
이 방송에서 김 씨는 당시 투물르출룬 박사와 나눴던 대화도 자세히 소개했다. 투물르출룬 박사가 “내가 이번에 ‘울란바토르 대화’를 주관하고 있는데 너도 참가할 의사가 있어?”라고 김 씨에게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흔쾌히 수락하면서, “(학생 신분 민간인인) 제가 참가하는 게 가능해요?”라고 묻자, 투물르출룬 박사는 “내가 도와주겠다” “너 이 논문 나가서 발표해도 돼.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어”라고 화답했다는 것. 그러면서 투물르출룬 박사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손을 써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송이 나간 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는 대회 주최 측이 양해를 했다고 해도 공식적인 자리에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연세대 교수’를 사칭한 것은 범죄라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 씨의 대학교수 사칭 문제를 일찌감치 지적하고 나선 ‘도장깨기TV’ 등 일부 유투버들도 그의 해명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여러 차례 방송했다. 하지만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인지 검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논란만 있은 뒤 김 씨의 연세대 교수 사칭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지금도 김 씨는 자신의 ‘무용담’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