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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명 칼럼] 청와대와 지상파 보도본부장들은 왜 만났을까

친문 비리 헬게이트 열린 청와대의 조급증인가?

좌파 매체 비평지 미디어오늘이 최근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문재인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강기정 정무수석이 11월 중순 광화문 한 식당에서 지상파 보도본부장들과 만났다는 것이다. 청와대 사람들과 만난 지상파 3인은 김종명 KBS 보도본부장, 정형일 MBC 보도본부장, 심석태 SBS 보도본부장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청와대 쪽 인사는 지상파 한 곳의 보도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고 타 방송사 보도를 비판했다고 한다. 이 매체는 청와대 인사의 비판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다만,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의 압박성 발언은 아니었고,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조국 사태 이후 청와대 국정운영 방향 및 구상,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과 최근 언론 보도와 저널리즘 문제 등을 가볍게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통상 정부 측 인사와 보도 책임자의 만남으로 추정할 수 있는 청탁 혹은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기사는 전체적으로 이들의 만남이 별것 아니라는 것처럼 작성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을 약속했다.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실제 방송사 간부가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또는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가 직접 압박을 가했다는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언론 탄압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 보도 개입으로 비칠만한 행위에 대해 청와대가 살얼음판을 밟듯이 조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만남을 두고 집권 후반기 및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지상파3사 보도 책임자와 유연한 관계 설정에 나서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이런 해석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권 실세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담은 태양광 사업 관련 KBS 보도에 외압을 넣었다고 직권남용,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까지 당한 사람이 현재 국민소통수석이다. 그러고도 지상파 보도본부장들과 은밀히 만났다. 이게 살얼음판 밟듯 조심하고 있는 모습인가. 상상하기 힘든 대범함이다. 

조국 사태는 단지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범죄사건이 아니라 지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큰 권력형 게이트로 가고 있다. 요컨대 조국이 연루된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은 백원우, 윤건영, 이호철, 김경수, 천경득 등 국민이 잘 아는 권력실세들 뿐 아니라 이전엔 들어본 적이 없는 그림자 실세들의 이름까지 불러내고 회자될 정도로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호형호제한다는 송철호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대통령 주위 실세들이 경찰 공권력과 작당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은 울산시장 선거는 흘러가는 꼴로 봐선 3.15부정선거를 능가하는 최악의 부정선거란 타이틀은 따 놓은 당상이다. 청와대 권력과 부패경찰이 정치공작을 벌인 이 사건 역시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이 외에도 세간에서는 또 다른 게이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아직 신문에 이름이 나오지 않은 숨은 실세와 연루됐다는 자들의 이름도 여기저기 떠돈다. 



부당거래와 내부자들

그래서 궁금하다.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윤도한 수석은 얼마나 자신이 있기에 저렇게 당당할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지금 상황에서 지상파 보도본부장들과 은밀히 만나는 배짱을 부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윤도한 수석은 업무상 그럴 수 있다 치자.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수석은 공식자리도 아닌 따로 자리를 만들어 국민 몰래 지상파 보도본부장들을 만난 것이다. 더군다나 그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 온갖 권력형 게이트에 대해 지상파 보도를 놓고 칭찬과 비판이 오갔다는 것 아닌가. 누가 봐도 지상파 보도본부장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는 얘기다. ‘청와대 측 사람들이 압박성 발언을 한 것은 아니고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수준’이라는 것도, 청탁이나 외압은 없었다는 것도 한쪽의 이야기고 이들의 부적절한 회동을 보도한 친정부 언론의 보도일 뿐이다. 막말로 ‘마사지’가 잔뜩 들어간 이 보도를 어떻게 그대로 믿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들어 지상파, 특히 KBS와 MBC가 어용 언론으로 타락해버린 사실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현 정권과 동지나 다름없는 언론노조 출신 사장과 경영진에 주력 인력도 언론노조로 채워져 있다. 그들이 지상파를 장악한 만큼 자발적 어용의 성격이 짙은 게 현재 몰골 아닌가. 그런 그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는데, 하필이면 왜 지금 청와대와 보도본부장들이 만났을까. 친문권력의 비리 헬게이트가 열린 현재 청와대가 믿을 건 이들 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 아니었을까. 친문좌파 권력이 우군처럼 여기는 한겨레나 경향신문, 인터넷 매체도 권력형 비리게이트 보도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그러한 필자의 추론이 더 합리적인 것 아닐까. 윤도한 수석은 “몇 달 전부터 그쪽에서 만나자는 요청이 있었고 처음으로 만났을 뿐”이라고 했지만 믿기 어렵다. 최근 사태가 아니라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만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소통 차 만났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진즉 만나지 않고 하필이면 지금인가. 

지상파 보도본부장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청탁 의혹 등 위험을 감수하면서 먼저 만나자 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럼에도 만일 지상파 쪽에서 먼저 만나자 했다는 윤 수석 말이 맞는다면 지상파가 중간광고 등 청탁을 넣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정말로 그런가. 청와대와 지상파 사람들, 이들은 피치 못하게 꼭 만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어느 모로 봐도 그건 현재 정권의 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게 필자의 추론이다. 예컨대 <황교안 ‘단식 투쟁’ 돌입…“뜬금없는 민폐 단식”> 이란 MBC 뉴스데스크 20일 보도도, 28일 KBS 뉴스9의 단독보도 <황교안, 한유총 입법 자문…고문 변호사도>란 보도를 보자. 야당에 불리한 보도가 하루 이틀 된 게 아니지만 한층 더 노골적이지 않나. 앞으로 어떤 보도들이 나오느냐를 보면 그날 회동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들의 만남이 하필이면 친정부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도 의미심장하다. 기사를 보면 군데군데 열심히 마사지하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누굴 위해서일까. 청와대가 매우 다급하다는 방증 아닐까. 어찌됐든 그들의 은밀한 회동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영화들이 떠오른다. 영화 ‘부당거래’와 ‘내부자들’이다. 영화적 상상력이 단순히 상상력에 그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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