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심규진 | 최근 민주당 내부의 권력 지형을 지켜보며 영화 <좋은 친구들(Goodfellas)>의 서사가 떠오른다. 마틴 스코세이지가 그려낸 이 걸작은 단순한 조폭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정통성을 가진 시스템’과 ‘실리와 폭력으로 무장한 외부자’들이 결탁하고, 결국 파멸에 이르는 권력의 생태학을 다룬 보고서에 가깝다.
‘메이드 맨(Made Man)’의 순혈주의와 시스템형 권력
영화 속 마피아 본체는 철저히 이탈리아계 혈통과 규율을 중시한다. 이른바 메이드 맨 시스템이다. 다른 피가 조금이라도 섞이면 메이드가 되지 못한다.
유대계·아일랜드계 혈통이 섞인 세 친구는 그래서 정통 계보원으로서 메이드가 되지 못하고, ‘associate’에만 머문다.
과거의 행적이 투명하게 추적되고(tracked down), 조직의 생리를 체득한 이들만이 주류가 된다.
지금의 친문 세력이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다. 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정통성 그리고 당의 공적 계통을 장악해 온 ‘혈통적 일체감’이다. 이들은 보안과 통제가 가능한 구조 안에서 움직이며, 자신들만의 문법으로 조직을 관리한다.
친문 시스템을 조율하는 인물은 문재인이 대중 정치 기반을 확고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컬트적 팬덤을 거느린 김어준이라고 할 수 있다.
김어준 문법이 해체된다면 친문의 근간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김어준은 이재명에게 과시하듯 대규모 토크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그가 그 어떤 보수 인사에게도 단 한 번도 고소한 적이 없었는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친명 극좌 성향의 유튜버 ‘열린공감’을 고소한 것은 진영 내 패권의 질서를 놓치면 끝장이라는 절박함이 반영된 행보로 읽힌다.
최근 김어준은 이재명의 아내 김혜경에게 ‘여사’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고 ‘김혜경 씨’라고 부르며, 김민석 총리와 기싸움을 벌이다가 친명 지지층으로부터 “선 넘는다”는 비난을 받았고, 구독자가 약 2만 명가량 줄었다고 한다.
‘토미’의 광기와 기존 문법의 파괴
반면, 헨리와 지미, 토미는 실력과 대담함으로 치고 올라온 외부자들이다. 특히 토미(조 페시)의 캐릭터는 흥미롭다. 그는 거침없는 공격성과 기존의 룰을 조롱하는 일탈을 통해 권력을 쥐고 상대를 압도한다.
현재의 친명계가 보여주는 행보도 이와 유사한 에너지를 가진다. 변방에서 급성장한 동원력, 기존 정치의 문법을 파괴하는 과감함 그리고 사법·행정 체계마저 힘으로 휘어잡으려는 태도는 단기적으로 조직을 장악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하지만 영화에서 토미는 경찰이 아니라, 자신이 그토록 갈구했던 마피아 조직에 의해 처형된다.
시스템의 금도를 넘어서는 순간, 조직은 생존을 위해 그를 배제하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문재인 정부 시절 경기지사임에도 대북 방문 등에서 사실상 소외됐던 경험, 김성태를 통한 대북 송금 및 대북 사업으로 존재감을 증명하려 했던 행보, 이화영을 평화부지사로 임명하며 운동권 원로 이해찬의 후견을 갈구했던 과정 등은 그 과정에서 무리수를 동반했다는 점에서 영화의 서사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지미’의 편집증과 증거 인멸의 굴레
지미(로버트 드 니로)는 냉혹하다. 거액을 탈취한 후, 그는 공범들을 하나둘씩 제거한다. 증거를 없애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권력이라는 마약에 취할수록 불안과 편집증은 깊어진다. 과거의 공범은 이제 동지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잠재적 배신자가 된다.
성남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인연들이 유명을 달리하거나 갈등을 빚는 현재의 풍경은 지미의 차가운 미소 뒤에 숨겨진 공포와 묘하게 겹쳐 보인다.
결론: 누가 시스템이 되고, 누가 제거될 것인가
뿌리 없는 권력은 위기 국면에서 내부 시스템에 의해 가장 먼저 거부당한다. 이익과 공포로 맺어진 카르텔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균열에 훨씬 취약하다.
영화의 끝에서 헨리가 증언대에 서듯, 화려해 보이는 권력의 성벽도 누군가의 증언 혹은 내부의 결단 하나로 균열이 시작된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그 갈림길 위에 서 있다.
정통성 기반의 계보 정치가 생존을 위해 외부자를 밀어낼 것인가, 아니면 이익 중심의 카르텔이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할 것인가.
영화는 범죄 조직의 이야기로 끝나지만, 권력의 본질은 시대와 공간을 불문하고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시스템의 주인인가, 아니면 소모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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