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강인준 기자 | 최근 네이버 지식인에서 유명인들의 과거 답변이 의도치 않게 노출되는 사고가 언론미디어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언론에서는 이 사고에 대해 플랫폼의 관리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런데 주목해 볼 부분은 이들 언론들의 무분별한 보도 행태였다. 언론이 유출된 답변을 ‘재료’로 삼아, 사실상 2차 확산을 돕는 방식으로 기사 클릭을 끌어모으는 듯한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미 노출된 정보’라는 면죄부
사고로 잠깐 노출된 화면을 캡처하고, 당사자 이름을 붙여 ‘과거 발언’으로 기사화하는 순간 그 정보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띤다. 개인의 과거 흔적이 포털의 검색·SNS 공유를 통해 확산되고, 원래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정보가 기사라는 권위를 입고 ‘박제’된다.
“어차피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이라는 말은 그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변명 중 하나다. 그러나 대중이 우연히 스쳐볼 수 있는 노출과 언론이 취재물처럼 정리해 전국적으로 재배포하는 행위는 영향력이 다르다. 노출의 책임이 플랫폼에 있다고 해서 확산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非 공익적 보도의 확산, 결국 공동체 소통 막아
언론이 개인의 사생활 영역을 다루기 전에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정보가 권력 감시나 공적 의사결정 검증에 필요한가, 사회적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한가 그리고 같은 문제의식을 원문 공개 없이도 전달할 수 없었나 등의 질문이다.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남는 건 ‘유명인의 과거’를 구경하게 하는 호기심 장사에 불과하다. 유출된 답변이 범죄·부패 같은 중대한 공적 사안이라면 상황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다수 사례가 사적 고민, 일상적 발언, 단편적 농담에 가깝다면, 실명과 결합해 재유통하는 것은 공익보다 낙인 효과가 훨씬 크다.
지식iN 같은 서비스는 익명성과 맥락 위에서 굴러간다. 누군가는 가벼운 질문을 하고, 또 그걸 가볍게 답한다. 그 글이 시간이 지나 다시 실명 프로필과 연결된다면, 문제는 개인적 문제를 넘어 대인관계와 사회적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언젠가 내 글이 내 이름으로 묶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질문은 줄고, 참여는 위축된다. 단순히 한 사람의 실수를 조롱하는 기사보다 더 큰 피해가 생기는 이유다. 플랫폼의 오류가 공동체의 소통을 위축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언론의 ‘확산’이 그 위축을 굳혀버린다.
언론이 해야 할 ‘진짜 보도’
이번 사건에서 언론이 주목할 부분은 유명인의 답변 내용이 아니라 그 구조다.
어떤 업데이트·연동 과정에서 잘못 설정한 건 무엇인지, 노출 범위(기간, 대상, 노출 방식)가 어디까지였는지, 피해자에 어떤 통지와 구제 절차가 제공됐는지, 익명-실명 데이터의 분리 원칙은 지켜졌는지, 재발 방지책(기본값, 옵트인 구조, 권한 검증, 로그 감사)이 마련됐는지 등의 질문을 던져 문제를 개선하고, 또 다른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공익 보도를 준비하기 위한 핵심이다.
‘누가 무엇을 썼다’만을 나열하는 건 가장 쉬운 방식이지만, 가장 부적절한 보도로 이어질 수 있다. 플랫폼은 실수를 고치고 넘어가지만, 기사로 박제된 개인은 검색 결과 속에서 오래 남는다.
최소한의 윤리... ‘원문·실명·확산’을 끊어라
언론이 정말 이 사건을 다루고 싶다면 최소한의 자제 장치가 필요하다. 실명과 원문을 결합해 공개하지 말 것, 캡처 이미지와 키워드로 검색 확산을 돕지 말 것, 내용이 꼭 필요하다면 비식별화·요약으로 대체할 것 그리고 사건의 중심을 ‘누군가의 과거’가 아니라 ‘왜 이런 일이 가능했나’로 옮기는 것 등이 그것이다.
유출은 불의의 사고가 될지는 몰라도, 유출을 클릭거리로 만드는 건 고의다.
유출을 비판한다면서 유출을 소비시키는 언론은 플랫폼의 오류를 고발하는 척하며 사실상 오류의 공범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자극적인 ‘파묘’가 아니라, 재발을 막는 구조적 취재다. 언론이 그 선을 넘는 순간, 우리는 또 하나의 유출을 목격하는 게 아니라 유출이 산업이 되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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