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백소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임으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명했다. 금리 인하와 관세 정책 등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손발이 맞는 인사가 연준 의장 후보자에 이름을 올린 만큼, 향후 미국을 비롯한 국내 금융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가 수년간 쿠팡 사외이사이자 주주로 활동해온 만큼, 현재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논란이 되는 쿠팡에 대한 국내 상황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현지시간) 오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케빈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함을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며 “(워시와) 오랜 기간 알고 지내 온 사이로, 그가 역대 가장 위대한 연준 의장으로 남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워시 전 이사에 대한 후보자 지명을 공식화했다.
지난 1970년 뉴욕주 알바니에서 태어난 워시 후보자는 스탠퍼드대(공공정책학)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1995년부터 약 7년간 월가의 유명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했다. 이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자문역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지난 2006년 35살에 연준 역사상 최연소 이사(2006~2011년)를 지냈다. 당시 연준을 월가 및 백악관과 잇는 가교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금융업계와 정계에서 신뢰를 쌓아왔다.
특히 워시 후보자의 배우자 제인 로더 워시는 화장품 전문 기업 에스티 로더 컴퍼니의 설립자 에스티 로더의 손녀로, 이 회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후원자 중 하나다.
블룸버그와 월스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워시 후보자가 과거 연준 이사 재직 때는 통화 긴축 정책을 선호하는 ‘매파 성향’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부터 통화 완화 및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비둘기파 성향’을 보여왔다고 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후보자가 백악관의 입김이 없이도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워시 후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옹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세 인상으로 인해 미국 내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에 반대해왔다.
이에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과감한 금리 인하를 압박했음에도 이에 소극적 입장을 보여 온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과 달리, 워시 후보자는 단기적으로 적극적인 금리 인하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韓 금리 인하, 정치권의 쿠팡 압박 완화될 듯
워시 후보자가 연준 의장에 올라 적극적인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한국의 금리 정책에도 상당할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올해 상반기뿐 아니라 길게는 올해 연중 내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을 거론해왔다.
하지만 한·미 금리 격차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한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의 흐름에 따라, 국내에서도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시 후보자가 연준 의장에 오르면, 국내 전자상거래 1위 업체 쿠팡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019년 10월부터 쿠팡의 미국 모회사인 쿠팡 아이엔씨(Inc.) 이사회의 사외이사로 활동해왔다. 특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워시 후보자는 지난해 6월 기준 쿠팡 주식 47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는 지난 29일 종가 기준 약 940만 달러(약 136억 원) 규모다.
연준 규정상 연준 이사나 의장은 개별 기업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에 그가 연준 의장 임명 전 쿠팡 보유 주식을 처분할 것으로 보이지만, 벌써 6년 가깝게 쿠팡과 인연을 맺어온 만큼 회사의 글로벌 영향력 증대도 예상할 수 있다.
이에 현재 국내에서 회원 정보 유출 사태로 쿠팡에 압박을 가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미 지난 23일(현지시간) 김민석 국무총리가 백악관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경고성 발언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채널A>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이 내달 출범하기로 했던 ‘쿠팡 바로잡기 태스크포스(TF)’로 잠정 보류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 측이 쿠팡 사태에 대해 민감히 반응하고 나선 만큼, 굳이 더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워시 후보자가 차기 연준 의장에 오르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 수준이 현재보다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연준 의장은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면 연방상원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현재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어, 워시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기까지 난관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