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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번 글은 네이버 블로그 등을 통해 한의학을 비판해온 문화비평가이자 과의연 특보인 서범석님의 시리즈 한의학 비판 글인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입니다. 서범석님은 스타일리스트로서의 필치에 더해 한의학 문제를 바라보는 보다 풍부한 관점을 제시해주고 계십니다. 귀한 원고를 투고해주신 서범석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전 글 :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 (4) : 고대의학들의 유사점과 차이점 ②


역사적으로 볼때, 인류 나이 분포도를 나이 많은 사람 인구가 위로 가도록 그리면 피라미드 모양이 된다. 즉, 나이 적은 사람이 가장 많고 나이 많은 사람이 위로 갈수록 줄어드는 형태였다는 말이다. 적어도 지난 12,000년 동안은. 현대에 이르러 평균 수명이 획기적으로 증가하였기 때문에 세계 인구의 전반적인 노령화는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전통적인 피라미드 형태에 변형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2050년이 되면 연령대별 인구 분포도의 차이가 사라져 평평한 막대 모양이 되거나 오히려 고 연령층의 분포도가 저 연령층을 역전하는 역피라미드 형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게 고대중국의학 덕이 아님은 물론이다. 노령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앞으로 우리는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바로 척추관 협착증, 파킨슨,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신경학적 질병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상 말이다.

작년(2011년) 5월 어느날, 저녁 밥을 한술 뜨기 위해 식구들이 모였을 때 어머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척추관 협착증 때문에 단전호흡 배우러 다니잖니? 그 중에 한 명이 나보고 어디가 안 좋아서 이렇게 운동 다니느냐고 묻는 거야. 그래서 척추관 협착증 때문에 잘 앉지를 못해서 왔노라고 얘기했더니 대뜸 뜸을 떠보라는 거다. 자기도 무릎이 아파서 무료 봉사해준다는 ‘뜸사랑’이라는 곳에 다닌 지가 3년이 넘었는데 병원 갈 필요가 없을 정도래. 그 사람이 자기 몸을 보여주길래 봤더니 여기저기 뜸 자국이 아주 진하더라. 못 볼 정도야.”

“‘뜸사랑’이라면 김남수 옹 제자들이 시술한다는 곳 아니에요?” 내가 물었다. “어! 너도 아는구나?” “신문에 나온 정도만 알죠, 뭐. 무자격이네 뭐네 한의사들하고 싸운다는 거, 고인(故人)이 된 어느 영화 배우 시술 건으로 잡음이 많다는 거 정도?” “그래, 너도 알고 있었구나. 예전에 김남수 씨가 TV에 나온 것 보니까 아주 사람이 괜찮은 것 같더라. 정말 뭔가 있어 뵈고 믿음이 가. 내가 위치랑 다 알아왔으니까 기왕지사 이렇게 추천도 받은 거, 어떻게 에미랑 한 번 같이 가 볼래?” “별론데요. 저 그런 쪽에 정신면역인 거 아시잖아요?” “정신면역은 무슨 놈의, 말린 미역도 아니고 뭐냐 그게? 전통은 무시 못한다. 다 효험이 있으니까 맥이 안 끊기고 내려오는 거야.” “어머니. 그냥 노화 현상이라고 마음 편히 잡숫고 운동하면서 관리하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척추관 협착증은 특히 양반 자세로 앉기가 곤란하다고 알려져 있다. 양반 자세로 앉을 때 허리에 하중이 많이 실리므로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 입장이 아닌 사람들이야 노화로 인한 퇴행증상이라 헐수할수 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막상 당사자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에 불호령이 떨어졌다. “고얀 놈. 이러니 부모들 입에서 자식 새끼들 낳아봤자 다 소용없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거다. 네가 안 아파 봤으니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는 생각 안 해 봤니? 네 몸이 아니라 이거냐? 자식들한테 짐 되기 싫은 에미 심정을 요만큼이라도 헤아려 봤으면 그렇게는 말 못할 거다.” “정 그러시면 한 번 같이 가 봐요. 제가 모시고 갈게요. 이번 주 일요일 어떠십니까?”

어머님을 모시고 서울 모처에 있는 '뜸사랑' 봉사실을 방문하게 된 연유가 대강 이렇다. 가서 보니 봉사실은 비상 경비 태세였다. 문 앞에는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잠긴 문 뒤에서 ‘도어경’을 통해 사람을 확인하고 들여보내는 이중 감시 체제. 고대중국의학협회와의 갈등 때문일 것이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 기관지에서 나온 침이 김남수 옹의 제자가 시술한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양측이 폭발 직전이었으니 이런 상황도 무리는 아니다.
 



어머님을 모시고 가지 않았더라면 들어가지도 못할 뻔 했다. 방문자들 대부분이 50~70대 연배의 분들라 젊다는 자체만으로도 눈에 띌 수 밖에 없는데다, 기자로 오인 받을 소지도 다분했다. 초회 접수자인지라 접수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순번이 돌아왔다. 뜸향 가득한 뜸실에 들어섰더니, 합쳐서 15개 정도의 병상이 있는 데 모두 꽉 차 있다. 인상 좋은 60대 남성 한 분이 다가와 뜸 뜰 자리에 표시를 할 것이니 상의를 탈의하라고 하였다. 등을 드러내고 배는 바닥에 깐 채 침대에 엎드렸다. 필자의 등판 위에서 양 손 손가락을 움직이며 무언가 거리를 재는 데, 그 품이 흡사 측량 기사처럼 신중하다. 그리고 최종 확정된 곳에는 수성 펜으로 표시를 하였다.

궁금증이 인 내가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제가 오래 전에 8체질 한의원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간이 약한 금양인이라고 판정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그럼 오늘은, 뭐 어떻게, 간에 기를 보내주는 경혈에 뜸을 떠주시는 건가요?” “아니, 우리는 체질 같은 건 안 따져요. 아토피는 대장과 연관이 있으니 대장경 위주로 잡아드릴 거에요. 원래 산모가 출산을 하고 한 이틀 동안은 젖이 잘 안 돌거든. 그때 급한 대로 모유대신 뭔가 먹였을 텐데 그게 대장에 아주 안 좋은 거란 말이지. 아마 평소에도 설사를 자주 했을 거요.” 뜸자리를 잡던 남성 요법사의 말이다.

“그렇군요. 요법사님은 뜸으로 어떤 효과를 보셨나요? 효과를 보셨으니까 확신을 갖고 이렇게 봉사도 하고 계신 거 아니세요?” “아, 나요? 내가 한 3년 전에 좌골 신경통이 왔거든. 당최 걸을 수가 없었어요. 걸으면 그냥 ‘악’ 소리가 절로 나니까. 그런데 뜸을 뜨고 나서는 산에도 가고 뭐 가고 싶은 데는 다 가거든. 병원에도 한 번 가본 적이 없다고. 이러니 이게 좋은 거 아니오?” 그때, 뜸실 내의 상황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다른 남성 요법사가 들렀다. 그리고 이것 저것 상황을 파악해보더니 내 등을 보며 한 마디 하였다. “어이쿠. 이 양반은 등이 완전히 화산 분화굴세. 거기 아니에요, 거기 아니야.” “그럼, 어디?” 뜸 자리를 잡던 남성 요법사가 물었다. “여기랑 여기.” 둘러보던 남성 요법사가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 지시를 내리고 자리를 떴다.

뜸 자리를 잡던 남성 요법사가 못내 미심쩍은지 지나가는 다른 여성 요법사를 불렀다. “저기, OO선생님. 잠깐만, 나 좀 봐요.” “에이, 선생님도 잘 하시면서 왜 부르세요. 왜요? 뭐, 요즘엔 자리를 올려서 뜨는 걸로 바뀌었다고요? 저 분이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그럼 뭐, 바꿔서. 아 참, 아토피에는 신장도 반드시 잡아주셔야 해요.” “그럼 ‘신유’도?” “그럼요. 오케이, 거기. ‘신유혈’도 잡아주세요.” 몇 가지 조언을 마치고 여성 요법사가 자리를 떴다.

“앗, 뜨거!”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고 생각하던 - 그 이유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혈 위치 표준화 작업과 연관이 있으므로 차차 설명하도록 하겠다 - 내가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뜸 자리가 잡히고, 불이 타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뜸 자리를 잡던 남성 요법사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많이 뜨거워요, 참을 만 해요? 이게 지금 뭐랄까, 피부에 일부러 작은 화상을 내는 거거든. 나중에 집에서 이 자리에다 직접 뜰 때 많이 뜨겁거든 이렇게 그 주위를 꼬집고 있어요. 신경을 흩뜨려버리니까 견딜만 할 거요.” “지금 잡아주신 곳에다가 하루에 몇 번 뜨면 되나요?” “약간 시간 간격을 두고 세 장(번)씩 뜨면 되요. 뭐, 젊으니까 몸이 버틸 만하면 다섯 장을 떠도 상관은 없어요.”

문답이 계속 되었다. “제가 군에 있을 때 책이랑 뜸 사가지고 경혈 공부를 한 적이 있거든요. 직접 뜨기도 많이 했죠. 모르는 사람들이 넌 몸에서 왠 담배 냄새가 그렇게 나냐고 뭐라고 하기도 했지만. 근데 그때 제가 썼던 것은 뜸 바닥에 스티커 같은 게 붙어 있어서 살에다 붙이고 위에다가 라이터로 불을 붙였거든요. 그런데 오늘 보니까 그때 제가 쓰던 거랑 좀 다른 데요. 무슨 먼지 부스러기 같은 데에다 향으로 불을 붙이시는 것 같은데, 이게 그 유명한 ‘무극보양뜸’이라는 건가요?”

“에이, 그건 뭐 이름을 그렇게 붙인 거뿐이고. 아무 의료기상이나 가면 다 팔아요. 오천 원어치 사면 한 1년 쓰려나? 이게 쑥에서 섬유질만 뽑은 거거든. 이거를 요렇게, 요렇게 엄지랑 검지 첫 마디 뼈 있는 곳에다 놓고 살살 비벼 갖고, 흰 쌀 반 알 정도 사이즈로 뭉치면 되요. 그리고 춤(침)을 좀 묻혀서 뜸 자리에 붙이면 끝. 환자분은 아마 군대 있을 때 간접구(間接灸)라는 걸 써본 모양인데, 이건 살에 직접 닿아서 열기가 전달되는 직접구(直接灸)라는 거요. 뭐, 더 궁금한 것은 없고?”
 




“더 궁금한 거요? 혹시 여기 아토피 환자들도 많이 오나요?” “그럼요, 많이 오죠.” “어떻게 좀 나았다는 사람도 있고요?” “이게 꾸준히 떠야 하는 건데 떴다 말았다 하고, 간혹 다시 와서는 계속 떴는데 효과가 없다고 하는 데 그게 또 증빙이 안 되니까. 그리고 여기 봉사하시는 분들도 자주 바뀌니까, 뭐. 분명한 것은 믿고 열심히 하면 효과가 있다는 거지. 6개월이면 피가 변합니다. 말하다 보니까 벌써 다 떴네 그려.” “그렇구나. 네, 감사합니다.”

30분 쯤 걸려서야 뜸질이 끝났다. 옷을 입으며 세어보니 전신에 14군데 뜸 점이 찍혀 있다. 사실 나는 ‘뜸사랑’ 회원들의 순수한 봉사 행위를 폄하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대화를 나눠보니 이 분들은 실로 봉사의 순정으로 가득 찬 선량한 사람들이었다. 돈 한푼 받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모든 봉사자들을 나는 매우 존중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고대중국의학 종사자들간의 감염력 다툼을 볼 때마다 한 편의 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보자.


다음 글 :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 (6) : 세계 보건기구(WHO)의 경혈 위치 표준화 작업


저자 프로필 :

퇴몽사(退蒙士) 서범석

현재 모 고등학교에서 입학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회기여활동으로서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의 ‘홍보특별보좌관’도 겸임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성균관-조지타운 대학교 TESOL 과정을 수료했다. 20년 넘게 중증 아토피로 고생하며 여러 대체 의학을 접했지만, 그 허상에 눈을 뜬 후 사이비 의‧과학 속에 자리잡고 있는 ‘몽매주의’를 퇴치하는 번역 및 집필 작업에 뛰어들었다.

저서: Q&A TOEIC Voca, 외국어영역 CSI(기본), 외국어영역 CSI(유형), 외국어영역 CSI(장문독해)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 시리즈 / 서범석 과학중심의학연구원 특보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 (1) : 왜 '한의학'을 '고대중국의학'이라 불러야 옳은가?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 (2) : 도올 조우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 (3) : 고대의학들의 유사점과 차이점 ①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 (4) : 고대의학들의 유사점과 차이점 ②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 (5) : 뜸사랑 체험기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 (6) : 세계 보건기구(WHO)의 경혈 위치 표준화 작업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 (7) : 경락 대뇌피질 기원론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 (8) : 컨디셔닝, 플라시보, 노시보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 (9) : 고대중국문명의 플라시보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 (10) : 고대중국의학의 현대적 적응

고대중국의학 몽매주의 (11) : 고대중국의학의 효과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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