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思] 오세훈, 자신 있다면 ‘2018년 원희룡의 길’을 가보시라

 

인싸잇=백소영 기자 |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정치인 중 한 명은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이다. 그 이유는 그의 대입학력고사 전국 수석과 사법시험 수석 패스 등 역대급 이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2018년 6월 치러진 제7대 지방선거 때문이다.

 

당시 제주도지사인 원희룡 전 장관은 재선에 성공했다. 사실 제주도 출신에 젊고, 화려한 스펙을 가진 그가 제주도지사에 재차 당선된 게 그토록 엄청난 일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당시 지방선거의 상황과 원 전 장관이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이다. 7대 지방선거는 현 보수당인 국민의힘에게 악몽과도 같은 선거였다.

 

이때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던 시기로, 보수당인 자유한국당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대구·경북(TK) 2곳만 사수하는 대참패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은 서울시와 부산시, 경기도, 인천 등 14개 지역에서 모두 5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역대급 대승을 거뒀다.

 

이처럼 민주당에 모든 조건이 유리했던 선거에서 유일하게 무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뽑힌 게 제주도지사였고, 당사자는 원희룡 전 장관이었다.

 

사실 당시 원 전 장관은 무소속으로 나오기까지 일종의 모험을 시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보수 정당(새누리당)은 산산조각났고, 그는 더 이상 기존 보수와 함께 할 수 없다며 바른정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통합 정당인 바른미래당의 출범을 추진하면서 새누리당 출신의 바른정당 인사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 움직임을 보였다. 이때 원희룡 전 장관은 바른미래당에 남지 않고, 자유한국당으로 복당도 하지 않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필자에게 당시 이 선택은 무모해 보였다. 아무리 소신을 지킨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무소속은 제아무리 재선 도전이라 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을 낮추는 일처럼 보였다.

 

심지어 당시 제주도지사 선거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전부 후보를 냈다. 이에 민주당 후보에게 더 유리한 구도가 짜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원 전 장관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당시 민주당의 문대림 후보를 11%p 이상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는 각각 3%, 1%대에 머물렀다.

 

정치적 소신을 지키되 여러 악조건을 뚫고 인물론을 앞세운 전략으로 선거에서 승리한 만큼, 지지 여부를 떠나 원희룡 전 장관은 필자에게 인상적인 정치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장동혁 때리기’ 소신 실천하는 서울시장

 

원희룡 전 장관과 비슷한 시기 정계에 입문해 한나라당 내 젊은 정치 세력인 ‘소장 개혁파’로 주목받았던 인사들은 하나둘씩 여의도를 떠났다.

 

그중에는 아직도 현역으로 건재한 정치인이 있으니 바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5선 도전을 노리고 있지만, 최근 국민의힘 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오세훈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및 당내 강성 지지층에 대한 절연 그리고 개혁신당과의 연대, 친한동훈계에 대한 포용 등을 주장하며, 이에 소극적인 장동혁 지도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이 확정되자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고, 급기야 이달 2일에는 ‘장동혁 디스카운트’를 거론하며 현 지도부로는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며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물론 이런 오세훈 시장의 행보에 비판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당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가장 중립에서 서서 이를 수습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당 대표 사퇴를 압박하고 당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역대 서울시장은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힐 정도로 그 역할은 막중하며, 이 자리를 어느 정당이 확보하는지에 따라 지방선거 성공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꿔 말하면, 각 정당은 자당 서울시장을 탈환 또는 사수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

 

민주당은 이를 정석대로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오세훈 시장의 한강버스와 종묘 개발 논란,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 등을 물고 늘어지며 공격을 퍼붓고 있다.

 

그렇게 오 시장이 상대 진영에 공격받을 때,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그를 저버리지 않고 옹호에 나섰다. 오 시장이 장 대표를 거세게 밀어붙이더라도, 적어도 장 대표는 일일이 받아치지 않았다.

 

그런데 오 시장은 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당 대표를 향해 사퇴와 디스카운트까지 운운하며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역대 어느 서울시장도 이런 경우가 없었기에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이는 오 시장에 대한 최근 지지율 흐름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오 시장은 민주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정원오 성동구청장에 앞서거나 박빙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연초부터 이를 뒤집는 조사 결과가 이어졌다.

 

지난달 6일 여론조사 기관 여론조사공정이 펜앤마이크 의뢰로 1월 4일부터 이틀간 차기 서울시장 지지도를 물은 결과, 오 시장 22.8%, 정 구청장 29.1%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오 시장은 7.3%p 떨어졌고 정 구청장은 2.9%p 상승했다.

 

2월 들어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1월 24~25일 실시한 조사에서 정 구청장 50.5%, 오 시장 40.3%였지만, 2월 7~8일의 조사 결과에서는 정 구청장 47.5%, 오 시장 33.3%로 14%p 이상 차이를 보였다.

 

또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10~12일 조사한 결과, 정 구청장이 44%, 오 시장이 31%를 기록했다.

 

이어 MBC의 의뢰로 여론조사 기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11~13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정 구청장 40%에 오 시장 36% 등 10%p 이상 격차를 보이는 조사 결과가 속출했다.

 

주목해 볼 부분은 앞서 언급한 조원씨앤아이의 조사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4권역에서조차 정 구청장 25.4%, 오 시장 25.3%로 오 시장이 열세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심지어 C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조사한 결과, 서초와 강남·송파·강동 권역에서 정 구청장 36.4%, 오 시장은 29.8%의 지지율을 보였다.

 

얄궂게도 이런 지지율 역전에 더해 격차가 점차 벌어지는 상황마다, 오 시장의 장동혁 대표를 향한 거친 행보가 겹쳤다.

 

 

“장동혁이 소신과 맞지 않는다면, 2018년 원희룡의 길을 걸으시라”

 

혹시라도 오세훈 시장은 자신의 이러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두고 “당 지도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 및 강성 지지층과 절연하지 않고, 중도층과 개혁신당, 친한계를 포용하지 않아 내 지지율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필자를 비롯한 20·30 젊은 세대에 비겁하고 옹졸한 어른으로 느껴질 뿐이다.

 

도대체 서울시장 4선까지 한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당이 자신이 바라는 노선과 다르게 간다고 해서 상대 후보보다 지지율 격차가 10%p 이상 나는 경우가 있었는가. 또 서울시장 4선을 할 동안 당 없이도 재선할 만큼의 지지층과 역량을 만들어 놓지 못했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또 류현진과 오타니 쇼헤이의 방어율 숫자를 연상케 하는 지지율에 머무는 개혁신당과의 연대 및 중도 외연 확장을 줄곧 외치고, 무엇보다 장동혁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음에도 ‘보수를 확실히 밀어줄 수 있는 권역’에서조차 상대 후보에 밀리고 있지 않은가.

 

이를 두고 국민의힘 지도부에 전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기보다, 전통적 보수층마저 오 시장의 최근 행보에 실망하면서 지지를 철회하는 신호라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오 시장은 중도층 민심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강성 지지층이나 장동혁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누구를 지지하건 그들의 자유다. 또 똑같은 1표다. 자신에 ‘확실한 1표를 가져다주던’ 이 사람들마저 사실상 절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는데 지지율이 오른다면 그게 기적이 아닌가.

 

필자는 아직 정치에 관심을 가진 지 10년도 되지 않지만, 예전부터 민주주의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결국 다수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선거가 있는 것이고, 의회와 법이 있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4일 <MBN 토요와이드>에 출연해 최근 미성년자 아동 사진을 SNS 계정에 무단으로 게시하면서 당원권 정지 1년의 처분을 받은 배현진 의원에 대해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은 선거를 통해 당선된 분”이라며 “그런 분을 내치면 당내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 어느 국회의원이 자신을 비판한다고 해서, “자식 사진 걸어놓고 악플질”이라고 받아치며 그 사람의 무고한 딸 사진을 자기 지지층이 보는 댓글에 박제한다는 말인가. 이런 행위를 강하게 꾸짖는 건 고사하고 “선거를 통해 당선된 분”이라며 옹호한다는 게 과연 우리 20·30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 같은가.

 

주변에서 “무서워서 SNS에서 정치인 비판도 못 하겠다. 아이 사진 박제 당할까 봐”라는 조소마저 들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장동혁 대표도 배현진 의원처럼 선거를 통해 당원 다수의 지지를 받고 당 대표로 선출된 사람이 아닌가.

 

앞서 언급했듯이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라지만, 다수결을 따르는 것 또한 민주주의다. 다수 당원의 뜻이 장동혁이었고, 그가 선출된 대표라면 대표의 행보를 존중하는 것 또한 민주주의가 아닌가.

 

2018년 원희룡 전 장관은 자유한국당도 그리고 바른미래당도 가지 않았다. 어느 쪽에 속한다면 그건 소신과 맞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동안 제주도에서 쌓은 역량과 지지층을 무기로 문재인 정권 최전성기에 무소속 후보로 민주당 후보를 압도해 재선에 성공했다.

 

오세훈 시장도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신의 맞지 않기에 비판을 거듭하는 것 아닌가. 그럼 이제라도 국민의힘에서 나가 2018년 원희룡의 길을 한번 걸어보시라. 중도층과 외연 확장이 표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자신하고 그게 소신이라면, 당선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