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승훈 기자 | 국민의힘 당 지도부의 발언을 둘러싼 ‘노선 변화’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해당 발언을 두고 장동혁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주요 인사가 “중도층 챙기기에 나섰다”거나 “윤어게인·부정선거 등 강성 지지층과 선을 그으려 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거나, 언론이 전체 발언 중 일부만을 집어 왜곡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최근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의 장동혁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비롯했다.
지난 2일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 직후 박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는 (의총 중) ‘계엄 옹호나 내란 동조, 부정선거와 같은 윤어게인 세력에 동조한 적이 없다’고 명시적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발언은 곧바로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샀다. 같은 취지의 발언을 언론 인터뷰에서 반복해 온 같은 당 양향자 최고위원의 주장과 맞물리면서 당내 지지층 분열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이미 양향자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와 오프라인 모임 자리에서 열혈 지지층을 ‘극우’로 규정한 상황에서, 박 수석대변인의 발언은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결국 그 불씨는 지난 6일 국민의힘 제주도당 간담회 현장에서 폭발했다. 강성 국민의힘 당원이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알려진 한 유튜버가 박성훈 수석대변인과 양향자 최고위원에 관련 발언의 진위와 장동혁 대표의 실제 입장을 따져 묻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당시 이들은 질문에 명확한 답을 피한 채 자리를 떠났고, 이후 장동혁 대표에게 직접 항의하는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지지층 내 의구심이 증폭됐다.
해당 영상을 접한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는 지난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박성훈 대변인의 발언이 장동혁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하라”며 “윤어게인과 절연한다면 배신자로 간주하고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다음 날 전 씨는 우파 유튜버 연합체 ‘대한민국자유우파유튜브 총연합회(대자유총)’ 관계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박성훈 대변인의 발언은 장동혁 대표의 뜻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이날 진행한 대자유총 정책 토론회 중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발언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지면서 논쟁은 다시 불붙었다.
김 최고위원은 토론회에서 부정선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미 대한민국에서 부정선거를 10년 외쳤는데도 그 영역은 넓혀지는 게 아니라 좁혀지고 있다”며 “고립된 선명성이다. 중도 설득하려면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윤어게인을 외쳐서는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고, 일부 언론에서는 김 최고위원에 대해 “친윤이자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최고위원에 오른 사람이 노선 및 태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취지로 조명했다.
김민수 발언 전체 들어보니
당시 현장에서 필자가 확인한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복합적이었다. 발언의 명확한 워딩을 살펴보면 그는 ‘윤어게인’에 대한 질문에 “무너진 법치와 자유를 바로 세우려는 추상적 명사이자 청년들의 갈망이 담긴 구호”라면서도 “이 구호가 특정 세력의 전유물로 프레임 씌워져 고립되어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우리의 가치를 중도층까지 확장해 51%를 설득하는 전략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부정선거 논란에 대해서도 “선거 투명성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며 “이미 당내 여러 의원이 사전투표 폐지 등 입법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단어 하나에 매몰되기보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상당수의 언론은 이 발언을 빠뜨리거나 주목하지 않은 채 “윤어게인을 외쳐서는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말만을 집중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김민수 “당선된 그때나 지금이나 입장 변화 없어”
김민수 최고위원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윤어게인을 중심으로 집결한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당선된 대표적 인사다.
그만큼 김 최고위원의 이번 발언에 지지자 다수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날 김 최고위원에게는 자신을 비난하는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최고위원은 언론이 발언 전체의 취지와 맥락은 축소한 채 일부만을 집중하면서 일을 키웠을 뿐, 자신의 입장은 기존과 다르지 않다는 걸 강조했다.
<인싸잇>은 10~11일 이틀에 걸쳐 김 최고위원과 대자유총 정책 토론회에서의 대면 질의응답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번 논란에 대해 물어봤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의 권력을 갖고도 선관위의 부정선거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계엄이란 방법을 꺼냈지만 결국 탄핵됐다.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져 입법 나아가 행정 그리고 사법부까지 장악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은가”라며 “포악한 거대 권력에 비해 불리한 것을 인정하고 상황을 다시 살펴보고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의 지선을 이기고, 총선을 이기고, 대선을 이겨야 빼앗긴 것도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윤어게인으로 이길 수 없다’는 말을 한 것은 프레임화된 구호로는 이길 수가 없으니 구호를 내려놓고 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레거시 미디어나 제도권이 오해하지 않도록 말하자는 설득하는 과정에 나온 말”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부정선거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야 부정선거 문제를 확인하고 조지아에서 관련 조치를 시작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갈 길이 먼데, 미국에서 도와준다는 희망에만 기대 마냥 소원을 빌 수만 없다. 제도권의 언어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동혁 대표부터 사전투표 폐지 혹은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3~4개 올라오고 있다”며 “민주당에 의해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지만, 이와 같은 노력은 모른 채 ‘왜 안 싸우냐’고만 하신다”고 지적했다.
‘노선 변화 군불’ 때던 당 인사들의 확증편향, 논란 키웠나
이번 논란이 커지게 된 배경에는 일부 발언만을 조명한 언론의 보도 행태도 있지만, 박성훈 수석대변인 그리고 양향자 최고위원의 확증 편향적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박 수석대변인은 장동혁 대표가 윤어게인 및 부정선거, 계엄 옹호 지지층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면서 당 지도부의 노선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양 최고위원은 최근 “계엄 옹호·부정선거론 세력과 선을 긋고 극우와 절연해야 한다”며 장동혁 대표를 설득했고, 그가 이에 대해 명확히 부정하지 않았다며 이를 두고 자신의 의견에 “동의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장동혁 대표는 지난 10일 문화일보 유튜브 <허민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논란이 되는 계엄, 탄핵, 절연, 윤어게인, 부정선거 문제에 대해 전당대회 이전부터 분명한 입장을 밝혀왔다”며 “그 입장에 변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당사자의 입장을 명확히 파악하지 않고 일부 발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언론에 누설하고, 언론은 또 그걸 ‘노선 변화’라는 프레임으로 확대 재생산하면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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