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이 지난 11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부른 데 대해 새누리당이 ‘막말’로 규정하며 공세를 펼쳐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한 사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정희 대표가 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심판 국정원 해체 공안탄압 분쇄 5차 민주찾기 토요행진’에 참석해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진당 해산심판을 청구한 것 등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박 대통령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검찰총장까지 잘라내는 ‘박근혜씨’가 바로 독재자 아닌가”라고 비난한 대목을 기사화한 것이다.
한겨레는 ‘이정희 대표 “박근혜씨” 발언 논란’ 제목의 기사에서 “스스로의 분노와 울분을 참지 못하겠다고 해서 국가지도자에게 막말을 뱉어내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도 갖출 줄 모르는 통진당의 현실”이라고 비판한 새누리당 홍지만 원내대변인의 논평을 전했다.
아울러 “이 대표의 ‘국가원수 모독’에 또다시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이 대표의 연설은 국가지도자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갖출 줄 모르는 몰염치함의 극치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비판한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의 발언도 전하면서 “대통령이란 직함 대신 ‘씨’라고 호칭한 것이 국가원수에 대한 막말이고 모독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이어 “과연 새누리당이 ‘격’을 따질 자격이나 되느냐”며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어야 한다. 이 대표의 표현은 그야말로 최대한의 인내심의 결과임을 똑똑히 전한다”고 한 통진당 홍성규 대변인의 반박 논평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정희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대선 후보 방송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러 대선에 나왔다” 등의 박 대통령을 비판발언도 함께 소개한 뒤, 마지막으로 “한편,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의원들이 직접 배우로 출연한 연극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노가리’에 빗대 “개잡놈”, “죽일 놈”이라고 욕설을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처럼 이 대표의 “박근혜 씨” 호칭을 두고 새누리당과 통진당 측의 비판과 반박을 나란히 소개하면서 새누리당이 별 것도 아닌 것을 문제 삼아 공세를 펼쳐 논란이 되고 있다는 식의 뉘앙스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아울러 기사 말미에 노 대통령을 비하한 연극이라며 친노진영의 거센 반발을 샀던 ‘환생경제’를 언급했다. 이는 한겨레가 ‘새누리당은 더하지 않았느냐’며 꼬집으며 새누리당이 괜한 호칭 문제로 호들갑을 떤다는 식의 비판적 기사로 해석이 된다.
박 대통령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나온 ‘박근혜 씨’ 호칭 문제는 단순히 대통령 폄훼의 의미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고, 이는 단순 폄훼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한겨레신문의 이중성을 보여준 대목으로 보인다.
기사에 ‘놈현’ 달았다가 사과문까지 올렸던 한겨레, 그러나 “박근혜씨”는 당연하다는 뜻?
한겨레는 지난 2010년 6월 11일자 ‘한홍구-서해성의 직설’이라는 코너에서 당시 천정배 민주당 의원과의 대담을 진행하면서 “DJ 유훈통치와 ‘놈현’ 관 장사를 넘어라”라는 제목을 달았다.
“민주당 비주류 중진 천정배 의원과 함께 '대한민국 정통야당'을 성토하다”는 부제로 진행된 이 대담은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중 서해성 씨는 “선거 기간 중 국민참여당 포함한 친노 인사들이 써붙인 ‘노무현처럼 일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보면서 쓴웃음이 나왔다”라며 “이명박이 가진 폭압성을 폭로하는 데는 ‘놈현’이 유효하겠지만 이제 관 장사는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참당 실패는 관장사밖에 안했기 때문”이라며 “그걸 뛰어넘는 비전과 힘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씨가 노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미라는 지적을 받은 ‘놈현’이란 단어를 썼고 <한겨레>는 이 말을 뽑아 “DJ 유훈통치와 '놈현' 관 장사를 넘어라”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고 곧바로 친노세력과 친노무현 성향의 독자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그러자 한겨레는 12일자 오피니언란에 양정철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의 비판글을 싣고 하단에 “‘직설’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부적절한 표현으로 상처를 드린 데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문까지 냈다.
한겨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그대로 실었다는 독자들의 지적이 있었다”면서 “<직설>은 ‘쥐를 잡기 위해 만든 난’(2화 출사표 참조)인데, 제대로 쥐잡기 전에 독부터 깨버린 것 같아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사과했다.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는 “저희의 생각이 짧았고, 저희가 오만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놈현’이란 단어에 발끈한 친노진영의 거센 비난에 사과문까지 올렸던 한겨레가 대통령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의 의미를 담은 ‘박근혜씨’ 호칭에는 대단히 너그러운 셈이다. 이는 이정희 대표가 사용한 ‘박근혜씨’ 호칭에 대해 한겨레 역시 공감의 뜻을 간접적인 방법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친노세력에 약한 한겨레의 모습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될 듯하다.
박주연 기자 phjmy9757@gmail.com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