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누가 기자들의 火를 돋우는가

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애써 취재해서 기사 써놓으면 뭐 합니까. 그놈의 ‘데스크’가 기사와 제목을 엉망으로 바꿔놓는데. 주말에 일해도 좋고, 늦게까지 술 마셔도 좋고, 선배에게 혼나도 좋은데, 내 기사 망쳐놓는 데스크는 정말 참을 수 없습니다.”

 

한 유명 일간지에 다니는 후배 기자가 최근 필자에게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후배는 이 일간지에서 벌써 5년간 기자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불과 1년 전 바뀐 국장 때문에 이직이나 아예 기자를 그만두고 싶다며 한숨 짓는다.

 

취재한 내용을 기사로 써서 국장에게 넘기면, 기사 내용을 사실과 다르거나 맥락에 맞지 않도록 수정한다고 한다. 또 제목도 처음에 자신이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르게 바뀌어 최종 등록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후배는 국장이 제목을 지나치게 길게 단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실제로 필자가 해당 일간지의 홈페이지를 찾아 각 기사의 제목을 봤을 때, 마치 B급 연예·스포츠 매체에서나 볼 법할 정도로 지나치게 길고, 그래서 핵심 파악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만약 필자가 후배의 입장이었더라도 매일 국장을 향해 다른 기자들과 나쁘게 뒷담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경제 전문 인터넷매체 소속인 후배 기자도 만날 때마다 이와 비슷한 화를 쏟아낸다. 이 매체의 국장은 아직 연차가 20년도 되지 않았고, 과거 평기자 때 주로 정치부에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경제나 금융 분야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담당 기자들이 경제 분야 기사를 써서 넘기면, 제목과 부제를 엉터리로 데스킹해 송고한다는 것이다.

 

“국장이 정치부와 사회부에서만 있었다고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몇 번이고 대화와 기획 회의를 해봐도 이 분이 경제 분야를 잘 모르는 것이 분명해요. 그런데 마치 자기는 삼성, SK, 현대에 은행과 증권사 일을 마치 전부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무엇보다 부족한 상식으로 데스킹한 결과가 최종 송고한 기사에 반영되니까... 지금까지 제목과 부제는 물론이고, 심지어 본문 내용까지 잘못된 내용으로 채워 포털에 송고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진짜 미워서 그만두고 싶지만, 과거에도 이런 데스크가 있었기에, 다른 언론사로 옮겨서 또 다른 빌런을 만날지도 모르니까, 그냥 그러려니 일하고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매체에서 비추는 언론사의 이미지는 회사 내 부서별로 여러 명이 분주하게 회의하고, 모니터에 집중해 기사 쓰고, 취재원과 소란스레 전화하고, 여러 장의 서류를 넘기며 밑줄 치는 등의 모습일 것이다.

 

물론 메이저 일간지와 방송사는 이런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부서가 다양하게 나뉘어, 해당 부서에 특화된 국장 또는 데스크가 있다. 물론 이는 취재 부서로, 편집부는 따로 있다.

 

필자가 과거 다녔던 일간지를 예로 들자면, 정치부·사회부·산업1~3부·금융1~2부·문화부·국제부 등으로 취재 부서가 나뉘어, 부서별 국장들이 있었다. 기사의 데스킹은 이들 국장들이나 국장이 공석일 경우 차장급 선배 기자들이 봐주곤 했다.

 

편집부에서는 편집국장 한 명에 나머지 지면별 담당 편집기자들이 있고, 나머지 디자인팀과 교열, 사진부로 나뉘어 있었다.

 

취재부와 편집부가 따로 있으니, 흔히 말하는 1면 메인 기사에 대해 취재부 총괄국장과 편집국장이 의견을 나누고, 지면별 담당 편집기자는 취재기자와 커뮤니케이션해가며 제목과 부제, 사진 캡션 내용을 조율했다. 본문 내용은 어차피 각 취재부 국장들의 데스킹을 한번 거쳐 간 만큼, 편집부에서 여기에 손대지 않았다.

 

이렇게 철저히 분업화돼 있으니, 기자들이 기사 내용과 제목 등에 있어 크게 불만을 가질 일이 없었다. 그저 열심히 취재해 기사를 써서 ‘각 부서에 특화된 국장’에 넘기면 데스킹을 거쳐 편집부에서 나머지 제목과 부제 등을 처리한다. 물론 그 전에 취재부와 한 차례 협의를 거치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런 모양새는 인원도 많고, 철저히 분업화된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 등 대형 매체에 해당한다. 현재 다수의 중소형 인터넷 언론사는 상황이 다르다. 주로 인원이 10명 남짓으로, 분업화돼 있더라도 부서별 인원도 적거니와, 1명의 편집국장이 전 부서의 기사를 데스킹과 편집까지 알아서 하는 곳이 태반이다.

 

이런 국장과 회의를 하더라도 새롭고 생산적 취재 아이템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거니와, 무엇보다 국장 1명이 자신의 전문 분야도 아닌 부서의 기사까지 데스킹하고 편집해야 하는 만큼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십수 년 기자 생활을 정치부와 사회부에서만 있다가, 갑자기 아모레 퍼시픽의 신제품 효능 관련 기획 기사나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으로 인한 제네릭의 특성과 각 제약사의 고충을 담은 심층 기사를 데스킹한다고 해보자. 과연 기사의 팩트체크, 제대로 된 내용 채우기나 기대할 수 있을까.

 

물론 여기까지는 백번 양해가 가능하다. 아무리 중소언론사라 할지라도 여러 분야를 공부하고 상식이 풍부한 국장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데스킹 과정에서 국장이 기사 내용 중 잘 모르는 부분을 취재기자와 커뮤니케이션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런데 다수의 국장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굳이 기사의 제목, 부제, 본문에 손을 대려 한다. 그대로 기자가 쓴 기사를 그대로 송고하면 자신의 국장이자 데스크로서의 역할이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모르는 데도 굳이 하려 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지만, 몰라도 자신의 권위를 위해 제목과 부제만이라도 굳이 고쳐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무리하게 데스킹한 결과, 기자와 독자 모두가 만족할 완벽한 기사가 탄생하면 그만이겠지만, 본문 내용과 어긋나거나 수준 떨어지는 제목과 부제로 바뀐다면, 이를 당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애써 차린 밥상을 그대로 엎는 일과 다르지 않게 된다.

 

이런 불합리한 일은 필자도 평기자 시절 여러 번 겪었다. 하루는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형사고발 사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다는 내용을 핵심 내용만 그대로 제목에 달아 기사를 올렸다.

 

그런데 당시 필자의 담당 국장은 ‘태광 이호진 회장, 무죄’라는 식으로 제목을 바꿔 데스킹해 송고했다. ‘아, 이 사람(국장). 수사기관이 무혐의를 내린 것과 법원이 무죄 판결하는 걸 구분을 못 하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애써 써놓은 기사를 이렇게 제목 하나로 망쳐버리다니 울분이 터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기사를 접한 독자들은 데스크가 아닌 기사를 쓴 필자를 향해 ‘기자가 무혐의와 무죄의 차이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무지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축적된다면 자신의 평판에도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불만의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준이 아니게 된다.

 

그런데 기자들은 이런 일을 겪으면 앞선 필자의 후배들처럼 그저 뒤에서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제목과 부제, 본문에 대한 데스킹은 국장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필자가 수습기자를 할 때다. 당시 국내에서 편집 분야에서는 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대선배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당시 그분이 필자와 동기인 기자에게 물었다. “자네의 독자는 누구인가.” 이에 동기는 “우리 신문을 사보시는 독자분들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그가 원하는 정답이 아니었다

 

그분이 말한 우리 취재기자의 독자는 국장, 즉 데스크였다. “자네들의 독자는 데스크야. 데스크의 독자는 총괄국장이고. 총괄국장의 독자는 사장이야. 사장의 독자가 비로소 우리 신문을 사보시는 분들이고. 자네들은 데스크만 만족시키면 돼”라고 말했다.

 

결국 기자들은 데스크가 어떻게 기사의 제목과 부제와 본문 내용을 바꾸든지, 그건 권한 밖이니 토를 달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에 기자가 이미 송고한 기사에서 본문에 오타가 있거나 내용을 수정하고 싶을 때, 절대 맘대로 바꿔선 안 된다. 이미 데스크 손에 넘어갔기 때문에, 권한이 그에게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무혐의’라고 쓴 제목을 ‘무죄’로 바꾼 그때 국장도 필자가 수정을 요청하자, 그제야 멋쩍게 웃으며 제목을 다시 무혐의로 바꿨다.

 

필자는 <인싸잇>에서 편집국장 직에 있다. 아직은 초보 국장이다. 하지만 현재 후배 기자들이 느끼는 불만을 과거 평기자 때 그대로 접했고, 이에 초보티는 내더라도 적어도 기자들의 화를 돋우는 국장이 되지 않겠다고 매일 다짐한다.

 

항상 뉴스거리를 먼저 생각해서 기자들과 의논해 새로운 취재 아이템을 발굴하고, 상세한 업무를 지시하면서, 그들의 취재 분야를 국장인 자신이 더 먼저 그리고 깊이 있게 공부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지 말고, 기사 한 꼭지가 완성되기까지 자신이 모르는 건 기자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완성하자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그래야만 기자들의 화를 돋우는 국장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보다 퀄리티 높은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건 물론이고, 독자들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더 가치 있는 뉴스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