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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성이 없어 아쉬웠던 김미화 씨 사퇴의 변

이어지는 명사들의 표절 논란 문제, 진실성의 문화가 자리잡는 계기가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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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4일, 연구진실성검증센터에서 학위논문 표절 혐의를 고발했던 김미화 씨가 결국 진행하던 CBS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해당프로그램은 현재 폐지수순까지 밟고 있다고 한다. 김미화 씨 표절 혐의 문제를 단독으로 제기한 기관의 장으로서, 이는 결코 예상했거나 원했던 일은 아니다. 김미화 씨에 개인적으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러나 김미화 씨가 어쩌면 가혹하게 사회적 처벌을 받았다 할 수 있는 문제와는 별개로, 김미화 씨가 마지막까지 좋지 않은 모양새로 생뚱맞은 변명을 하며 국민을 호도한 부분에 대해선 꼭 지적을 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사회지도급 인사들의 연구진실성을 검증하고 공표하고 있는 공적기관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진실성이요, 대중의 학문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기 때문이다.

김미화 씨 표절은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김미화 씨는 자신의 학위논문이 표절로 지목된 것과 관련, “논문이 표절이려면 그 주제와 내용에 대해 과학적, 학문적으로 접근해 지적해야함에도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은 트집을 잡기 위한 트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자신의 잘못이 “쉼표나 마침표를 안 찍은 정도의 문제”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후 라디오 진행자 사퇴의 변에서도 자신의 ‘논문 전체’가 표절로 판명된다면 결과를 인정하고 징벌을 감수하겠다며, 지적된 표절 문제가 논문 전체적으론 큰 문제가 아닌 지엽적인 문제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미화 씨가 이번 학위논문 작성과정에서 범한 잘못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김미화 씨는 크게 오해하고 있다. 지금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다루고 있는 문제는 특정논문의 연구방법론 결함이나 결론도출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하는 것과 관계된 우아하고 고상한 과학적, 학문적 차원의 문제가 전혀 아니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가 다루고 있는 문제는 남의 지적 공적을 가로채고 남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것으로서, 윤리적 문제이며 나아가 형사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와 관계된 것이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논문에선 원칙적으로 출처표시, 인용부호가 안 돼 있는 다른 이의 문장이 단 한 문장(6단어 연쇄)만 들어가도 다 남의 지적 공적 가로채기, 곧 표절로 판정하게 돼있다. 헌데 김미화 씨 논문은 특정 한두 문장 정도 문제가 아니었다. 특정챕터(‘이론적 배경과 관계문헌 고찰’)에선 제대로 출처표시, 인용부호가 된 부분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표절 문장, 표절 단락이 대규모로 발견됐다.

논문작성에 있어 출처표시, 인용부호는 그야말로 기초 중에 기초에 속한다. 이것은 지도교수가 잘 가르쳐줬다, 못 가르쳐줬다 수준 문제와 관계없는, 대학원생이라면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다. 표절논문을 통과시켜준 지도교수의 문제도 물론 크다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논문 작성자가 어떻게 자신의 논문이 표절논문임을 모를 수가 있단 말인가.

마트에서 물건 계산을 하다가 한두 가지 상품이 계산이 되지 않고 장바구니에 담겼다 치자. 이런 것도 자칫하면 절도죄로 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헌데 마트의 야채 코너 전체 상품이 대부분 계산이 되지 않고 장바구니에 통으로 담겨버린다면? 이런 상황이 절도가 아니라 실수일 가능성이 차라리 김미화 씨가 표절이 아닌 실수를 범했을 가능성보다 더 높을 것이다. 마트가 몽땅 다 털려야만 절도범죄가 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김미화 씨의 문제 있는 변명들

표절 인정 문제와는 별개로,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김미화 씨가 사퇴의 변에서 불필요하게 자기 논문의 성과를 강조하고 또 자신의 학구열을 내세우며 변명을 했던 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하고 싶다. 이도 학문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흐리는 부분임은 물론이다.

김미화 씨는 자신의 논문이 “창의적으로 문제제기를 했고 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나름 의미 있는 결론”을 낸 논문임을 주장했다. 개인의 주관적 자부심인지 모르겠으나 이는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석사학위논문 통과가 곧 연구의 우수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챕터 하나가 표절로 구성된 논문도 거르지 못한 학위심사시스템을 통과했다면 더더욱 그렇다. 자기 연구에 독창성이 있고 의미 있는 결론을 얻었다는 얘긴 최소한 전문심사위원들의 평가를 통과해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됐거나 자신의 성과가 전문가에 널리 인용됐을 때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닐까.

또한 김미화 씨는 “먼저 연구한 학자들의 논문과 책들을 쌓아놓고 엄청난 양의 자료들을 읽어야 했다”며, 나름 공부를 많이 해서 작성한 논문임을 항변하기도 했다. 이도 역시 개인의 주관적 자부심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김미화 씨 논문 중 다른 챕터도 아닌 ‘이론적 배경과 관계문헌 고찰’에서 대대적 표절이 발견됐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논문에서 이론적 배경을 밝히는 챕터는 작성자가 선행연구에 대한 공부만 충분하다면 자신의 언어로 얼마든지 새로이 풀어 쓸 수 있어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챕터가 모두 남의 언어로, 그것도 표절로 구성됐다는 것은 김미화 씨가 기존 연구 성과를 훑지 않았거나, 이해가 전혀 미흡한 상태로 논문작성에 임했다고 밖에는 다른 추측을 할 수 없게 한다.

김미화 씨는 독창성, 성실성을 얘기하기 이전에 진실성부터 갖춰야 한다고 본다. 설사 일부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고 논문을 쓰는데 고생을 했다손 치더라도, 가령 커닝을 들킨 수험생이 변명을 한답시고 알고 보면 내가 공부해서 맞춘 문제도 있다, 또 나도 피나는 노력을 했다며 주관적 자부심을 드러내는 게 과연 상식적인 일인가.

진실성 문화가 자리 잡는 계기 돼야

김미화 씨가 학위논문 문제로 잘 진행해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물러난데 대해 거듭 안타까움을 표하고자 한다. 하지만 사태가 여기까지 번진 데는 김미화 씨가 자기 논문의 표절 문제를 빨리 인정치 않고 변명과 호도를 지속해왔던 문제도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문제는 진실성인 것이다.

‘논문(academic paper)’은 인류가 고안해낸 가장 엄격하고 진실 된 소통양식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현대과학문명의 기반이기도 하다. 현대사회가 여러 직업군 중에서도 저 논문작성을 책임지고 있는 학자와 연구자의 윤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것처럼, 최고 권위 소통양식인 논문이 바로 씌어지는 사회가 곧 모든 것이 바로 잡힐 수 있는 사회인 것이다.

김미화 씨 사건을 계기로 부디 우리 학위논문 시스템에, 아울러 한국사회 전체에 진실성(integrity)의 문화가 자리 잡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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