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세력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와 같은 단체들이 대법원으로부터 이적(利敵)단체로 판결 받아도 현행법상 이런 단체들을 해산시킬 ‘해산 법률’이 없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가운데 이적단체·반국가단체 해산 입법을 고민하는 안보정책세미나가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 고영주 변호사, 전 서울남부지검장) 주최로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반국가단체·이적단체,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반국가단체·이적단체 해산입법 방안’ 제목의 이날 세미나는 1, 2주제로 장장 4시간 30여분에 걸쳐 진행됐다. 앞선 순서에서는 박광작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독일의 위헌단체 해산사례’를 주제로 발제했고,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와 함귀용 변호사가 토론자로 나섰다. 이어진 순서에서는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반국가단체 및 이적단체 해산의 정당성 및 법제화 방안’으로 주제 발표에 나섰고, 황교안 변호사, 윤창중 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이 토론에 임했다.
먼저, ‘독일의 위헌단체 해산사례’ 주제로 발제한 박광작 교수는 독일의 반국가·위헌 단체에 대한 대응정책을 자세히 소개했다. 박 교수는 “독일형법은 자유민주주의적 원칙을 폐기하려는 시도와 활동을 명기하고 폭력적, 자의적 지배를 목표로 하는 활동을 위헌적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독일형법의 위헌조직 선전물 반포는 이 조직의 선전물을 국내에 반포하거나 국내외에서 제조, 보관, 반입 또는 반출하거나 인터넷 등을 통해 그 접근을 용이하게 한 자까지 처벌한다”고 밝혔다.
박광작 교수 “독일은 법에 따라 위헌 정당 속속 해체”
박 교수는 다음과 같은 사례들을 정리, 발표해 독일의 예를 설명했다.
“1951년 11월 19일 서독 연방정부는 ‘사회주의 제국당(Bremen, Niedersachsed)을 위헌정당으로 판단한 후 연방헌법재판소에 정당 활동의 금지와 해체 신청을 제기했다. 1952년 10월 23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사회주의 제국당이 강령만 변경해서 위장·변신한 구독일 국가사회주의노동자당(NSDAP)의 후계정당으로 인정해 위헌정당으로 판시했다”
“1951년 11월 22일 서독정부는 ‘독일공산당(KPD)’에 대해서도 금지신청을 제기했다. ‘독일공산당’의 강령과 실제의 정책을 토대로 이루어진 위헌 결정에 대해 어떠한 논쟁도 서독에서는 존재하지 않았고, 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지금까지 위헌성의 판단 기준으로 규범적 성격까지 갖고 있다”
“‘자유독일노동자당(Freiheitliche Deutsche Arbeiterpartei: FAP, 1979-1995)’과 함부르크 지역에서 활동해온 ‘국민리스트 당(Nationale Liste)에 대해서도 위헌 소송이 제기됐다. 그러나 연방헌법재판소는 두 당이 정당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단체로 판시함으로써 이 두 위헌단체는 바로 단체규제법에 따라 연방내무부 장관과 함부르크 주 내무부장관에 의해 금지·해체됐다”
이어 박 교수는 위헌 정당 사례 외에도 1964년 단체규제법이 발효하기 전까지 독일연방정부와 지방주 정부가 서독 기본법과 형법에 근거해 위헌단체들의 활동을 금지하고 조직을 해체한 사례들을 설명했다.
독일, 단체규제법에 따라 위헌단체 속속 해체하고, 활동한 자들도 공공부문 취업 엄격히 제한
박 교수에 따르면, 독일의 단체규제법 제1조 1항은 단체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곧 2항에서 ‘단체의 자유를 남용하는 단체에 대해서는 이 법의 기준에 따라서 공공안전 혹은 공공질서의 유지를 위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또 2조에서는 단체법에서 의미하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개념이 규정돼 있고, 이어 제3조 이하 제9조는 바로 ‘단체의 금지’에 대한 규정들이 명시 돼 있다고 한다.
즉, 제3조는 ‘단체의 목적 혹은 단체의 활동이 형법에 위배된다든가 혹은 단체가 헌법적 질서 혹은 인종간의 이해 사상에 반하는 것이 단체금지 담당관청의 처분을 통해 확인될 때 그 단체는 금지된 것으로 취급되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단체규제법이 제정 된 이후로 독일에서 1993년까지 반(反)국가 위헌단체로서 지정돼 해산된 단체의 수는 377개에 달한다.
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위헌 단체의 금지 조처와 함께, 독일은 그 단체에서 활동한 자들에 대해서도 공직자 및 공공부문(철도, 우편 공무원 등 각종 공공부문)에서의 취업을 엄격히 제한했다. 독일 연방정부와 지방 주 공동으로 채택된 ‘급진주의자 훈령(약칭. 1972)’에 따라 1987년 시점까지 약 3백 50만 명의 공공부문 취업희망자의 사상적 적격성을 심사, 약 2,250명에 달하는 반국가 성분 지원자들의 임용을 거부하는 기록을 남겼다. 연방 행정 재판소와 연방 헌법 재판소는 이 같은 ‘급진주의자 훈령’에 대해 헌법합치 결정을 내려 그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와 같이 독일의 위헌단체 해산사례를 방대한 자료를 통해 자세히 설명한 박 교수는 “범민련 및 한총련과 같은 반국가단체, 이적단체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흔들고 있지만 대법원의 권위는 무시되고 이적단체들은 해체되지 않고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독일의 반국가 위헌단체에 대한 규제 등 독일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내부 안보체계를 강화하면서도 남북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수 교수 “국가보안법에 대한 저항을 고려해 불법단체 전반을 규제하는 제3대안 필요”
이어진 제2 주제발표에서는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반국가단체 및 이적단체 규제 법제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장 교수는 먼저, 반국가단체 및 이적단체가 현행법에 반하는 불법단체임에는 분명하지만,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날카로운 이견대립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문제가 국가보안법 개폐 논쟁으로도 번지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만큼 이적단체 해산 관련, 법적 근거 규정의 마련을 위해 ‘반국가단체, 이적단체 등의 개념과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성’ 등 몇 가지 쟁점들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런 단체들을 규제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낼 경우의 장단점, 아니면 새롭게 ‘이적단체 해산법’을 제정할 경우의 장단점 등을 분석해 제시했다. 그는 이적단체 해산법의 경우 “국보법에 대한 반감 때문에 저항을 덜 받을 수 있고, 몇 개의 조문을 추가시키기에 불과한 국보법 개정보다 제약을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논의과정에서 국보법 부속 법률로 인식될 수 있고, ‘국보법 위의 국보법’이라는 식으로 반대측이 비난할 경우 논의 과정이 복잡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사례에 대한 검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제3의 대안으로 불법단체 전반을 규제하는 가칭 ‘범죄단체 등의 해산에 관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법률의 장점으로 ▲ 범죄단체에 대한 해산의 필요성을 앞세움으로써 법률 제정에 대한 저항이 감소될 것 ▲ 반국가단체와 이적단체 해산이 가능하고 범죄단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등 규율 대상의 확대를 통해 법체계의 일관성 확보가 가능 ▲ 결사법 제정을 위한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마지막 결론을 통해 “국보법이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으로 발목이 잡힌 예가 적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이적단체 등의 해산에 관한 법률안’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지만, 이 또한 국보법 그늘 아래에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반응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나)범죄단체 등의 해산 문제는 결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며, 결사 중 가장 두터운 법적 보호를 받는 정당조차도 헌법 제8조 제4항에 의해 해산이 가능한데 범죄단체 등의 해산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심각한 체계상의 모순”이라고 이법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범죄단체 등의 해산에 관한 법률안은 이런 문제의 해소에 직접적 도움이 될 수 있고 나아가 향후 독립된 결사법의 제정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 될 수 있다. 이 법률안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법이 시대의 발전을 앞설 필요는 없지만 뒤쳐져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날 세미나를 주최한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고영주 위원장은 세미나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트로이 목마의 사례를 들며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것은 내부의 적”이라며 이적단체 강제해산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국가보안법 일부개정법령안’을 대표 발의한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기조연설에서 “반국가·이적단체로 판정되면 이 땅에서 존재하지 못하도록 법적 민주주의를 보완해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