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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화 한통에 벌벌 떠는 방문진의 무능

실력부족, 거짓에 대한 불감증 등 총체적 문제점 드러낸 방문진

MBC 시청자위원 건에 대해 방문진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뒤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놀랐다. 첫째는 시청자위원 건을 처리하면서 이미 지난해 11월에 문제를 제기한 엄기영 사장의 시청자위원 불법 임명을 통한 무력화 기도를 안건으로 올려서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시청자위원회 정상화 업무를 추진하던 방문진의 한 이사가 한겨레신문과 미디어오늘의 전화를 받고 일을 중단해버렸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사안은 연결되어있는 일이다.

나는 김성욱 기자와 함께 MBC 시청자위원직에 지원한 직후 방문진 측에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시청자위원회는 사장이 임명하는 자리이므로 방문진은 형식적으로 권한이 없다는 점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애초에 김재철 사장의 과거 태도로 볼 때 우파 측 인사를 시청자위원회에 임명하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방문진에 MBC 측에 부당한 인사개입을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다. 이미 MBC 시청자위원회의 무력화에 대해 나 스스로 가장 먼저 문제점을 짚었고, 정상화만 추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MBC를 비판해온 우파인사들이 입성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시청자위원회 문제를 처음 제기할 때부터 좌파 언론단체 인사도 함께 임명해야한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MBC는 우파 인사의 입성을 저지하기 위해 좌파 측의 암묵적 동의를 통해 좌우 언론 전문가 전체를 모두 배제하는 전략을 써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MBC 시청자위원 공론화 작업없이 우파인사 진입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러니 방문진 측이 시청자위원회 정상화 방안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는다면, 우파 인사의 시청자위원회 입성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뒷 거래하는 방식처럼 보였다가는 바로 김재철 사장 측에서 노조와 한겨레, 미디어오늘 등에 정보를 흘리고, 이 쪽에서 압력이 들어오면 그간 방문진의 행태로 볼 때 잔뜩 겁을 먹고 후퇴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일은 예상 그대로 최악의 수순을 밟았다. 물론 내 기억으로 방문진에 시청자위원회 건을 공식으로 논의하라고 제안하지는 않았다. 이미 문제를 제기했왔고 이를 추진하려면 반드시 이 방법밖에 없을 테니, 알아서들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일의 방법까지 다 알려줘야 한다면 대체 방문진 이사들의 역할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실제로 방법까지 제시했을 때 그간 방문진 이사들은 짜증만 내오고 오히려 일이 안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만약 정상적인 방법을 썼다면 한겨레와 미디어오늘이 아무리 전화질을 해와도 “엄기영 사장 시절부터 MBC는 시청자위원회를 무력화시키지 않았는가. 앞으로는 공개적으로 MBC 문제를 가장 깊이 연구해온 전문가들을 좌우 모두 참여시켜 시청자위원회를 정상화시키겠다. 당신들도 이 일에 협조해달라” 이렇게 답했으면 되는 일이었다. 도망갈 일 없다는 것이다.

방법이 틀렸기 때문에 결과는 뻔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더라도 방문진의 태도에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점이 남아있다. 정당한 일을 추진하면서도 한겨레와 미디어오늘의 전화 몇 통에 겁을 먹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MBC 개혁과 시청자위원회 정상화를 계속 주문하는 미디어워치 측의 전화에 대해서는 그들은 전혀 겁을 먹지 않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이것이 우파사회의 뿌리깊은 기회주의적 근성과 실력부족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한다.

첫째, 시민사회 영역만 볼 때 우파는 좌파에 비해 10대 1일의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연령대도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다보니 과도한 온정주의가 퍼져있다. 우파사회의 잘못된 점에 대해 치열하게 내부 비판을 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다. 일단 급하기 때문에 남아있는 인재라도 키워야한다는 절박함이다. 이런 우파의 온정주의 문화를 악용하려고 마음먹으면 정당한 우파사회의 요구는 마음놓고 무시할 수 있다. 어차피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리 보전을 위해서라면 그릇된 좌파 측의 비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타협하게 된다.

둘째, 우파사회 인사들의 일처리 능력이다. 지난 10년 간 공공 영역의 직을 수행할 기회를 얻지 못해서 그런지, 우파사회 인사들의 일처리 능력은 심각한 수준으로 낙후되었다. 시민사회와 언론 영역에서 절대 열세인 현 상황을 고려하면 모든 일처리는 정당하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당당히 처리해야 가능하다. 대충 뒤에서 야합해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공개적인 방법으로 당당히 일을 처리하려면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방통위에 전화 한통이면 확인할 수 있는 거짓말에 당한 방문진의 실력부족

이번 시청자위원회 임명 과정에서 MBC 측은 방송법 상 15명까지 가능한 상황에서 10명만을 임명했다. 당연히 5명을 추가 임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파 인사 3명, 좌파 인사 2명을 추가 임명했으면 되는 일이다. 그리고 이는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그러나 MBC의 김재철 사장 측은 이를 방통위에서 거부한다며 방문진을 속였다. 이는 업무방해죄 수준이나 이런 김재철 사장의 뻔뻔스러운 행태보다도, 방통위에 전화 한번 해보면 확인할 수 있는 일을 그대로 넘긴 방문진의 무능함이 더 문제이다. 실제로 내가 직접 방통위에 전화하여 “MBC 측으로부터 아무런 문의도 받지 않았고, 방통위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며 15명 이하로 MBC 측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답을 받아 방문진에 알려주었다. 방문진 이사들의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니 MBC 측에서 자유자재로 이들을 속이며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MBC에 저작권을 관리할 콘트롤센터가 없어 질의서를 전달할 수 없다는 방문진 직원들의 거짓말에 방문진 이사가 속아넘어가는 것도 다 실력 부족 탓이다. 방문진 신임 이사 선임 직전까지도 방문진의 존재조차 몰랐던 사람이 자리 하나 나왔다고 바로 지원해서 입성하는 형편이니 오죽하겠는가.

세 번째는 거짓에 분노하지 않는 도덕 불감증이다. 이는 좀 더 섬세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애국우파 논객 조갑제닷컴의 사이트는 매일 같이 거짓에 대한 분노의 글이 올라온다. 조갑제 대표는 “거짓이야말로 우파의 최대 적이다”라고까지 이야기한다. 그런데 나의 체험 상 거짓에 분노하는 우파 인사는 소수이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우파는 자꾸 뒤에서 대충 야합해서 일을 처리하려는 경향이 우세하다.

이번에 명백히 MBC는 방통위를 팔아 방문진에 거짓말을 했다. 이 거짓을 잡아내서 내가 알려주었다. 그런데 도무지 방문진 이사들은 이에 대해 분노하지도 않고,. 거짓말을 한 당사자를 문책하지도 않고, 그냥 두 손 놓고 있다. 나 같으면 당장 책임자를 업무방해죄로 고소하여 직위해제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시켰을 것이다. MBC는 엄기영 사장 시절부터 방문진에 수도없는 거짓말을 하는 데도, 실력부족으로 이를 간파하지 못하고, 거짓에 분노하지 않으니 만만한 ‘호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역할 수행 못하면 책임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좌파로부터 배워야

네 번째는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문진 이사 정도 되어서 방송법에 규정된 시청자위원 구성 방식도 몰라 거짓말에 당하고, 동료 우파 인사들이 요청한 건을 수행하지 못했으면, 부끄러워해야 함에도, 이에 대해 그 누구 하나 책임을 통감하지 않고 있다. 좌파의 경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외부의 압력을 떠나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는 책임 문화가 있다. 방통위만 해도 좌파 방식대로의 역할 수행이 안 되니 전임이 물러나고 초강경파인 후임 양문석 위원이 들어오지 않았는가. 만약 좌파 측 방문진 이사들이 지금의 우파 측 방문진 이사들과 같이 무능한 태도를 보였다면 알아서 전원 물러났을 것이다.

정권이 교체된 지 이제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최소한 언론과 인터넷 영역에서는 10대의 1의 열세 구도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일부 우파인사들은 정부를 비판하지만, 실제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공직에 대한 인사권 행사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 그리고 최소한 방문진 이사들은 내가 아는 선에서는 모든 청탁을 배제하고 최대한 능력 위주로 선임했다. 그래도 이 모양이라면 결국 우파의 실력부족을 인정하고 스스로 더 많은 공부를 하며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물러나야 한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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