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MBC 시청자위원회에 우파 인사 전원 탈락 건은 그간 누적되어온 방문진의 무능함이 또 한번 드러난 사건이다. 방문진은 지난해 8월 MBC 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받으며 출범했다. 그러나 지난 1년 간 방문진은 스스로 MBC 개혁 이슈를 찾아 추진한 사례도 없을 뿐더러 본지와 인터넷미디어협회, 그리고 MBC정상화추진국민운동연합 등 우파사회가 제안한 개혁안을 단 한 가지도 처리하지 못했다. MBC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니, 엄기영 사장은 물론 자신들이 선임한 김재철 사장에게도 무시당하기 일쑤이고, 이 때문에 시청자위원회 정상화도 포기하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방문진은 출범 직후부터 이상한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프로그램 차원에서 최대 현안은 ‘PD수첩’과 ‘100분토론’ 조작 건이었다. 방문진이 프로그램 자체를 논의하는 기구는 아니지만 방통심의위 등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사안에 대해서는 경영적 측면에서 적극 대응을 했어야 했다.
‘100분토론’ 시청자의견 조작 은페 의혹 조사 포기한 것이 무능 퍼레이드의 시작
특히 ‘100분토론’ 건은 방문진 업무보고 과정에서 MBC 측의 은폐 의혹이 드러나기도 했다. MBC 측은 ‘100분토론’ 시청자의견 조작 건에 대해 관련자들을 문책했다 보고했지만, 이미 출산휴가가 예정된 작가 한 명이 스스로 휴직한 것 이외에 아무런 징계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또한 누가 어떤 목적으로 시청자 의견을 조작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본지에서는 방문진에 ‘100분토론’을 직접 조사하라 요청했으나 방문진은 “조사할 법적 권한이 없다”, “조사했다가 의혹을 밝혀내지 못하면 역풍이 분다”는 이상한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했다. 특히 방문진은 MBC 감사가 교체되면 감사실을 통해 조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벌써 두 명째 감사가 교체되었지만, 지금 이 시간까지 ‘100분토론’ 시청자의견 조작 건과 은폐 의혹에 대해 방문진이 그 어떤 조치도 내린 바 없다.
지난해 11월에는 엄기영 사장이 MBC 시청자위원 10명 중 9명을 지원도 하지 않은 인물들로 채워넣은 불법 행위가 드러났다. 이에 대해 방문진에서는 MBC 시청자위원회 담당자와 만났으나 “좌파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니 양해를 구한다”는 말 한 마디만 듣고 물러났다. 명백한 불법 행위에 대해 방문진 차원의 안건으로 다루기는커녕 “다음 시청자위원회 선임 시 반영하겠다”는 제안에 타협해버린 것이다. 그 타협의 대가로 역시 이번 시청자위원회에서도 우파 인사는 전원 탈락했다.
방문진의 무능함은 지난해 3월 신임 사장 인선 때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50여개의 우파시민사회는 MBC정상화추진국민연합(최인식 상임집행위원장)을 구성하여 방문진 측에 사장 후보 공청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국민적 관심사인 MBC 사장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이 검증할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고, 사장 후보들 스스로 국민 앞에서 그간 MBC의 프로그램 조작 등에 대해 국민적 사과를 끌어내기 위한 계획이었다. 그러나 방문진은 “MBC는 영리기업이므로 사장 공청회를 할 수 없다”는 말 한 마디로 이를 일축했다.
영리기업의 대주주 법인에 경영 전문가들도 아닌 사람들이 왜 들어가 있느냐는 우파사회의 반발은 그냥 무시되었다. 특히 사장 후보 공청회 관련해서는 오히려 좌파 측 방문진 이사들이 거부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아쉬웠던 대목이었다. 좌파 측 이사들은 사장 후보 공청회가 실시될 경우 MBC의 죄과가 국민 앞에 낱낱이 드러날 것을 우려했던 것이고, 우파 측 방문진 이사들은 무슨 목적인지 몰라도 이런 좌파 측의 정략에 결과적으로 공조했다.
김재철 사장에 연일 뒤통수 맞으면서도 속수무책
이렇게 방문진 인사들의 무능함이 알려지자 김재철 사장은 임명되자마자 개혁의 대상인 노조 앞에 머리를 숙이며 방문진을 배신했다. 그러나 이런 김재철 사장의 광폭적 배신행보에도 방문진은 속수무책이었다. 김재철 사장은 방문진이 미리 제작본부장으로 내정해 둔 윤혁씨를 전격적으로 보직 해임하고 MBC프로덕션으로 발령냈다. 이 과정에서 방문진과는 일체의 상의도 없었다. 이는 본부장이 이사직을 겸하는 MBC만의 기형적 경영구조의 문제로 이사는 방문진이 임명하고 본부장은 MBC 사장을 임명한다는 논리가 상충되는 결과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미디어워치 등은 일찌감치 개혁을 요구했으나 방문진은 논의조차 하지 않다 김재철 사장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윤혁씨의 보직해임 뒤 김재철 사장은 독자적으로 제작본부장을 임명했다. 그럼 방문진은 당연히 제작업무를 관리감독할 이사를 파견보내는 등의 대응을 했어야 했지만, 역시 방문진은 두 손을 놓고 있었다. 이번에도 우파 인사의 시청자위원 탈락 뒤, 방문진에 탈락한 인사를 MBC 사외이사로 임명하여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한다는 제안을 했지만, 역시 아무런 설명없이 이를 거부했다.
방문진의 무능함의 극치는 스스로 저작권을 보호하지 않고 불법유통을 방치하다 웹하드의 뒷돈을 뜯고 있는 왜곡된 저작권 정책에 대한 질의서를 아직까지 MBC 측에 전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또 드러난다.
콘텐츠공정유통협의회 (회장 박명규) 측은 방문진에 왜곡된 저작권 정책에 관련하여 8개항의 질의서를 지난 5월 11일자에 보내주었다. 그러나 이 질의서는 MBC 측에 전달조차 되지 않고 있다. 방문진의 사무처 직원들은 MBC에 저작권 문제를 관리할 콘트롤센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피일차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MBC는 KBS, SBS와 함께 방송3사 저작권협의체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콘트롤센터가 분명히 존재한다. 콘텐츠공정유통협의회는 이를 방문진 측에 설명했고, 방문진은 전체 안건으로 처리하겠다는 답을 했으나, 아직 질의서조차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인미협의 MBC블랙리스트 의혹 조사요청서, 전달받고도 모른 척 거짓답변
김미화의 KBS 블랙리스트설 유포와 관련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의 증언을 근거로 MBC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인터넷미디어협회 측의 요청도 무시당했다. 인터넷미디어협회 측은 강길모 회장의 명의로 방문진 이사 다섯 명에게 지난 7월 16일 조사요청서를 보냈으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이자 본지 변희재 대표가 직접 최홍재 이사와 전화통화까지 했으나, 최홍재 이사는 8월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조사 요청을 받은 바도 없고 전해들은 바도 없다”는 거짓 답변을 하기도 했다. 변희재 대표는 “필요하면 최홍재 이사가 메일을 확인한 수신 캡쳐화면과 통화 내역까지 공개하겠다”며 최이사의 이상한 태도를 비판했다. 최이사는 재차 "실수로 기억이 나지 않을 수는 있다"는 선에서 답했다.
방문진은 KBS 이사와 동시 지원하여 선임되었지만 KBS 이사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 만큼 MBC의 왜곡된 행태에 대해 우파사회가 크게 분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심 탓에 방문진은 상대적으로 젊은 최홍재 이사, 김광동, 차기환 등 젊은 우파 운동가들이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껏 이들이 보여준 행태는 실망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자아낼 정도이다.
아직 이들의 임기는 2년이나 남아있다. 그리고 2년 후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이다. 지금까지의 능력으로 볼 때, 이들이 2년 안에 최소한의 MBC 개혁을 수행할 가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그 누구도 책임을 통감하며 MBC 개혁에 더 능력이 뛰어난 다른 사람을 위해 직을 던지려는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실망감이 겹치면서 그 뜨거웠던 MBC 개혁에 대한 열의도 점차 식어가고 있다. / 이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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