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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칼럼] 뉴진스, 방시혁에 1천억 벌어주고, 은퇴해도 600억 위약금 물라니

일방적으로 기획사편에선 문체부의 표준계약서부터 바로잡고, 공인에이전시 제도 도입해야

어도어와 뉴진스의 계약 분쟁에 대해, 거의 모든 법조 전문가들은 뉴진스 측의 패소를 예상했다. 뉴진스의 전속계약서는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들어 놓은 표준계약서를 기준으로 작성되었고, 표준계약서 자체가, 기획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고안되었기 때문이다.

가수 표준계약서 4조에는 가수로서의 음악활동 이외에, 방송활동, 광고활동, 행사활동 전체를 한 기획사에 종속시키도록 하고 있다. 더구나 가수를 넘어선 배우활동, 심지어 인간으로 할 수 있는 문예, 미술 활동까지도 하나의 기획사와 협의 계약하라 권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뉴진스 멤버들은 자신들이 계약한 기획사 어도어로부터 하나의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이유로 위에 열거된 모든 가수, 연예인 활동, 모든 매체 활동이 금지되어, 가수로는 물론 어찌 보면 인간으로서의 활동조차 원천 금지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표준계약서는 하나의 기준이지, 상황과 여건에 따라 기획사와 가수가 알아서 계약을 체결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무명의 연습생 신분으로 계약을 하는 뉴진스 혹은 모든 아이돌 그룹 멤버들 입장에서 하이브와 같은 거대 기획사가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준계약서를 내미는데, 이에 문제를 제기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대개 표준계약서 내용 그대로 계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데뷔 때부터 계약을 대리해주는 미국의 공인에이전시 제도 도입이 그 대안으로 손꼽힌다. 무명시절 한번의 계약으로 연예인과 심지어 인간으로서의 모든 활동을 7년 간 하나의 기획사에 종속시키는 계약을 하는데, 이 계약 현장에서 연예인의 편에서 도움을 줄 제도적 장치가 전무했던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뉴진스와 같이 기획사와 연예인의 갈등으로 계약 해지 상황이 되었을 때도, 전적으로 기획사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조항들이다.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연예인은 의무적으로 무조건 기획사가 마련한 음반, 공연, 광고 등의 활동을 100% 이행해야 한다. 반면 기획사는 적당히 음반 발매할 최저 수준의 자본만 갖춰주면 된다. 승소 이후 하이브의 어도어는 뉴진스 측과 일체의 상의도 없이, 앨범 발매 준비를 마쳤으니 “돌아오라”고 통보했다.

해당 앨범에 그동안 뉴진스와 손 맞춰 온 작곡가 이오공이 참여하는지, 방시혁의 오른팔 피덕이 참여하는지, 그 조차도 모르고 뉴진스는 그냥 방시혁이 짜 놓은 판에서, 100%의 의무만 다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계약서 내에서, 뉴진스의 어머니 역할을 해온 민희진 대표에 대한 일방적 해고, 하이브 내 걸그룹 중 가장 빨리 데뷔시켜 주겠다는 약속과 달리 르세라핌보다 두 달 늦은 데뷔, 아일릿의 표절 등등을 문제 삼을 수가 없다. 사안 하나하나가 뉴진스 입장에선 더 이상 방시혁을 믿고, 자신들의 청춘을 낭비할 수 없다는 확신이 들 만한 중차대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사안들은 표준계약서에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뉴진스 멤버들은 패소 이후에도, 그 어떤 경우에도 방시혁 밑에서는 활동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 항소를 예고했다. Z세대의 특성 상, 하기 싫은 것을 돈 좀 쥐어주겠다고 해서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표준계약서에서는 이들이 소송 때문에 활동을 못한 부분에 대해서조차, 연예인에게만 무한대의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제16조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등)

​① ‘기획업자' 또는 ‘가수' 중 일방이 이 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위반하는 경우, 그 상대방은 유책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 14일의 기간 동안 위반사항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아니하거나 혹은 시정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위반사항의 시정이 지체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시정일로부터 14일의 범위에서 그 시정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② ‘기획업자'가 계약 내용에 따른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수'가 계약기간 도중에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목적으로 계약상의 내용을 위반한 경우에는 ‘가수'는 제1항의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계약해지 당시를 기준으로 직전 2년간의 월평균 매출액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가수'의 대중문화예술용역 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에는 실제 매출이 발생한 기간의 월평균 매출액에서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위약벌로 ‘기획업자'에게 지급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기획사 측에서는 뉴진스가 누군지도 모를 PD와 작곡가를 배치해도 계약 위반이 될 것이 없다. 반면 뉴진스 측에서는 도무지 함께 할 수 없는 PD와 작곡가를 배척하고자 하면, 곧바로 계약 위반에 걸린다. 아이돌 그룹에서 PD는 절대적 기획자다. 이미 뉴진스 측의 민희진 대표와 일을 지속하겠다는 의사가 방시혁에 의해 짓밟혔다. 뉴진스는 이에 방시혁을 '어머니를 쫓아낸 폭력 아버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표준계약서 상으로는 그런 폭력 아버지와도 손잡고 강제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의무화 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이 싫어 집으로 가고자 하면, 2년간 월평균 매출의 잔여기간 개월수를 곱한 금액의 15%를 기획자에게 지급하라는 위약금 조항도 들어있다. 이를 만약 뉴진스에 적용하면, 계약기간 4년이 남았으니, 4천억의 15% 약, 600억원을 위약금으로 물어내라는 것이다. 이게 과연 정부에서 권하는 표준 계약으로 타당한가. 

어도어의 뉴진스의 투자금은 70억이다. 뉴진스는 3년간 2500억 매출에, 하이브에 대한 수수료와 영업이익 총 1천억원을 벌어주었다. 방시혁은 뉴진스 덕에 무려 투자금 대비 13배의 돈을 이미 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더 이상 세상이 싫다며 업계를 떠나고자 하면 방시혁은 추가로 600억원을 청구할 수 있다.

반대로, 뉴진스와 같이 초고속으로 투자금 대비 13배의 돈을 벌어준 경우, 분배 계약을 새롭게 하던지 FA를 선언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은 전혀 없다. 즉 기획사의 경우 7년 계약을 하더라도 돈을 못 버는 아이들은 1년 안에 해체시켜버릴 수 있다. 7년 노예계약은 오직 뉴진스와 같이 돈을 잘버는 아이돌에게만 강제 의무화시켜놓은 것이다. 

룸살롱에서도 초기 지원금 다 갚고 경쟁업체가 아닌 집으로 가겠다면, 다들 보내준다. 오직 기획사 편에선 표준계약서를 문화체육관광부는 무려 17년째, 유지해온 것이다.

본인과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문화체육관광부에 표준계약서의 심각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형식적이나마, 개선 논의를 하겠다는 답변서를 보내왔다.  일방적으로 기획사 편에서 작성된 계약서를 고쳐내지 않으면, 제2의 뉴진스 사건이 벌어질 건 뻔한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일단 표준게약서 내에, 투자금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경우 계약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옵트아웃조항 신설, 그리고 무명의 연습생의 법익을 보장해줄 공인에이전시 제도부터 시급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별개로 이석연 위원장의 국민통합위도, 적극적으로 나서, 잘못된 정책과 제도, 법에 의해 세계적 그룹 하나가 공중분해되는 사태 만큼은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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