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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불안..정권교체 좌절시키는 일 없을 것"

최종 구도 후보등록 전후에야 짜일 듯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끝내 무소속 출마를 결행했다.

이 전 총재는 7일 오후 자신의 개인 사무실이 있는 남대문로 단암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탈당과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엔 곧바로 국립묘지를 참배하면서 사실상 대선행보에 착수했다.

지난 2002년 대선 패배 직후인 12월 20일 정계은퇴를 선언한 지 근 5년만의 정계 복귀이자, 1997년, 2002년에 이어 세번째 대권 도전이다.

이 전 총재의 출마로 대선을 불과 42일 남겨 놓은 정국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사실상 3파전 양상으로 구도가 재편됐다.

그러나 이 전 총재가 이날 회견에서 "어떤 경우에도 정권교체라는 온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제가 좌절시키는 일만은 결코 없을 것임을 굳게 약속한다"며 "만약 제 선택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언제라도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여론 추이에 따라 대선 중도 포기 또는 이명박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또 신당 정동영,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간 후보 단일화 논의가 최근 삼성비자금 특별검사제 도입을 고리로 한 반(反) 부패연대 결성을 통해 급진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대선판은 오는 25일 후보 등록 직전에 또 다시 보수 대 진보의 양대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종 구도는 후보 등록을 전후해서야 짜일 전망이다.

보수.진보 양대 진영의 최종 후보가 선거 40여 일전까지 확정되지 않음으로써 선거의 불투명성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커지면서 유권자들의 판단 기회는 어느 때 보다 좁아지게 됐고, 연말 대선은 정책 대결보다는 막판까지 구도 만들기와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검찰 수사 등의 복합 변수들이 승패를 좌우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논란을 빚어왔고, 스스로도 가장 고민해왔던 출마 이유에 대해 "정말 정직하고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지도자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의 힘을 모을 수 있는데 지금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국민은 불안해 하고 있고 충분한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정권교체 자체도 어려워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BBK 사건 등 이 후보의 도덕적 불안감이 가장 큰 출마 이유임을 내비친 것이다.

또 그는 "정권 교체만 되면 된다, 대통령이 누가 되어도 나라는 저절로 바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러한 생각은 환상이고 또 위태로운 생각"이라며 "정권은 반드시 교체해야 하지만 10년 동안 훼손되었던 나라의 근간과 기초를 다시 세우고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정권교체가 되어야지 그러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하는데 국가의 기반이 흔들리는데 경제인들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느냐"며 "기본을 경시하거나 원칙없이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자세로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을 수 없으며 중요한 것은 국가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의 후보가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주기를 간절히 바랬으나 한나라당의 경선과정과 그 후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그는 이 후보에 대해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이 후보의 경선 라이벌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지난 총선에서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박 전 대표가 나를 지지하고 동조해 주면 큰 힘이 되겠지만 한나라당 안에서 경선후 승복하고 당의 화합을 깨서는 안될 입장에 있는 그 분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한 방향과 신념에 있어선 박 전 대표와 나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어느날엔가 서로가 뜻이 통하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연대를 제의했다.

회견 서두에서 이 후보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대선 패배 후 저는 국민 여러분께 엎드려 용서를 빌고, 정치에서 물러나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용서를 빈다"고 참회의 심경을 밝혔다.

또 그는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헌법개정 ▲대북정책 및 외교정책의 근본적 재정립 ▲국가기강 수립 ▲따뜻한 시장경제 등을 약속하면서 대선잔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검찰에서 다 조사된 것이며, 이미 다 알 만큼 알려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하면서는 "저로 인해 분노하고 상처받는 당원 동지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동지 여러분의 돌팔매를 달게 받겠다"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 직후 이명박 후보는 "아주 특별한 내용은 없는 것 같다. 국가관이나 안보문제에 대해 거론한 것 같은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우리가 좌파로 간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재섭 대표는 "아무리 미사여구로 말을 해도 정권교체 열망 세력, 반 좌파세력을 편가르기 하는 것"이라며 "변칙을 넘어서 뒤통수를 치는 반칙이며 대권병이고 대통령병"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이 시점에서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 해 달라는 국민적 열망을 여지없이 깨뜨린데 대해 참담하고 비통하다"며 "잘못된 결정을 빨리 바로잡고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개인 입장 발표를 통해 "오늘 이 비극적 결정은 이 전 총재가 그토록 지켜오신 법과 원칙에 반하는 것이며, 정당정치를 무시하고 민주절차를 훼손하는 불법이자 변칙"이라며 "무엇이 이 전 총재님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한 것이냐. 왜 제2의 이인제가 되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신당 정동영 후보는 이 전 총재 출마와 관련해 관훈클럽 토론에서 "지금까지의 이른바 `이명박 후보 대세론'은 어제로 끝났다"며 "이 전 총재의 등장으로 12월19일 대선은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의 한판 승부라는 의미가 분명해졌다"며 대선을 `부패 대 반부패' 구도로 가져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후보 선대위의 최재천 대변인도 "이미 심판했던 국민을 무시한 극단적 권력욕망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역사의 시계 바늘을 차떼기 시대로 돌리는 철저한 반동"이라며 "비리 등으로 점철된 불안한 후보인 이명박을 보수층이 버렸듯이 이제 국민이 버릴 것"이라며 이 전 총재와 이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kn020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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