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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출마에 朴 `침묵'..측근들도 비판 삼가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언젠가는 뜻을 통하는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7일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한 말이다.

그는 또 "나라를 구하기 위한 방향과 신념에 있어선 나와 박 전 대표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박 전 대표가 자신의 대선 패배 이후 `차떼기당'의 오명을 쓴 한나라당을 이끌고 지난 총선에서 고군분투한 점을 높이 사기도 했다.

이는 `필마단기'로 출마를 선언한 그에게 박 전 대표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 대구.경북, 이념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성향 보수층 사이에서 확고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와 이 전 총재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대선판도는 지각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박 전 대표를 `제4의 후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와의 갈등 고리인 당내 화합 문제를 풀고 공개적으로 한나라당 경선에 뽑힌 이 후보를 지지할 경우, 이 전 총재는 공간이 크게 줄어 들면서 후보 등록을 전후해 `살신성인의 결단'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반면 박 전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이 전 총재와 연대할 경우 말 그대로 한나라당이 내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보수진영이 양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게 될 수 있다.

이처럼 민감한 `3각 관계'의 중심에 서 있는 박 전 대표는 이날 이 전 총재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정부 질문이 온종일 열리고 있었지만 국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경선 기간 자신을 도운 전직 국장단 및 전직 의원 30여 명과 오찬 회동을 가진 뒤 만난 기자들의 질문에도 일절 응답하지 않았다.

측근들은 "현재로선 경선승복을 선언한 박 전 대표 입장에 변화가 없고 이 전 총재를 도울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내에서는 사실상 `경선불복'의 모양새로 탈당한 이 전 총재를 박 전 대표가 돕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명분이 축적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원칙과 명분'이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핵심 측근은 "이 후보가 향후 BBK 관련 수사 등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혐의 사실이 인정되거나 도덕적으로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 등이 아니라면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를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권.대권 분리 문제로 충돌했던 이 전 총재와의 `구원'도 박 전 대표의 발걸음을 옮기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에 대해 당권.대권 분리와 상향식 공천 등 7대 요구안을 제시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해 `미래연합'을 창당한 뒤 이 전 총재와 대립하다 대선 직전에야 다시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총재 모두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갖기는 어려운 관계였던게 사실.

그러나 조직과 자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혈혈단신으로 대선레이스에 합류한 이 전 총재로서는 박 전 대표의 지원이 절실한 만큼 구원을 묻고 `구애'의 손길을 내밀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에서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격언들이 실감나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로서는 차차기 대선를 기약하기 위해서라도 내년 총선에서 지분을 확보해야 하고 이 전 총재의 출마로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정치적 기회를 그냥 지나치기도 아쉬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나 그의 측근 인사들이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지 않은 점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이들은 그냥 "돕기 어렵다"고만 했을 뿐 이명박 후보측 인사들이나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처럼 이 전 총재를 `대권병 환자'로 몰아세우는 비난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소집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대표적 친박인사인 김무성 최고위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또한 박 전 대표측의 "돕기 어렵다"는 말도 모두 `일단', `현재로서는' 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어 미묘한 여지를 남기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는 우선 현안으로 떠오른 이재오 최고위원 거취 문제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측이 만족스런 해법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당장 이 전 총재를 지원하기보다는 `침묵시위' 내지는 `사보타주' 형태로 이 후보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의 뜻과는 별도로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이 전 총재를 지지하는 기류가 형성된 것이 사실이고 의원들 내부에서도 공천이 어렵다고 생각하거나 이 후보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가진 일부에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면서 "모든 공은 이 후보 쪽으로 넘어갔다. 이 후보가 어떤 해법을 내놓느냐에 따라 움직이는 명분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이 후보가 되지 않는 한 이회창 대통령이나 이명박 대통령이나 비슷하다. 이 후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경선을 치르고 당 대표를 지낸 사람으로서 당에 남아 선거를 돕는 것이 향후 정치적 힘을 가질 수 있기때문에 고심하는 것"이라며 "며칠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자신이 내리는 결정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결정의 시점을 오히려 앞당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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