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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안전불감증 사고내고 "준사고일 뿐"

항공기 준사고 해마다 증가..인명피해 없으면 대충대충

국내 항공사들이 끊임없이 안전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제각각이다. 승객들 입장에서는 안전면에서 심리적으로 심각한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문제도 인명피해가 없을 때는 사고가 아닌 것으로 처리된다.

◇사고면 사고지..'준사고?'
항공 안전문제를 규정하는 제도부터 사고와 준사고를 구분하고 있다.

항공안전본부는 항공기 사고(Aircraft Accident)에 대해 △운항과 관련해 사망자, 중상자 또는 행방불명자를 발생시킨 건으로 한정하고 있다.

사람이 다쳐야 '사고'로 규정한다는 얘기다. 인명피해 없이도 사고가 되려면 △항공기 구조 또는 비행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해당부품에 대한 대(大) 수리 및 교체를 필요로 하는 손상, 또는 △구조적 결함이 발생했을 때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비행기에 문제가 생기면 사고라고 생각하지만 인명피해가 있거나 중대한 결함이 아니라면 사고취급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항공기가 행방불명되거나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는 사고다.

승객들 입장에서는 사고 처리가 이뤄져야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항공기 준사고(Aircraft Incident)는 범위가 조금 넓다. △사고 범주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안전에 영향을 주거나, 줄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준사고에 해당한다. △엔진 화재를 포함해 비행 중 화재가 발생하거나, △항공기 계통의 고장, 악천후 등 항공기 조종상의 어려움이 발생해 비상조치를 취한 경우, △항공기 이착륙시 활주로 초과 활주 및 이탈시 등이 준사고가 된다.

◇공중에서 받는 위협감..'무섭다'
준사고도 따지고 보면 사고만큼 위험하다. 승객들이 하늘에서 엔진에 화재가 생기고, 조종에 이상이 있고, 비행기가 활주로에 제대로 착륙하지 못하는 경우를 당했다고 가정해보면 아찔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고와 달리 준사고를 일으킨 항공사들은 정부로부터 별다른 제재없이 주의 정도만 받는다. 승객들에 대한 피해보상도 거의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난해 건설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의 준사고 보고건수는 일본에 비해 4배, 대만보다 11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로 보면 준사고는 2000년 이후 지난해 자료 작성시점까지 1080건이 발생했다. 연평균 180건 이상인 셈이다. 특히 2005년에는 총 188건으로 일본 43건, 대만 17건을 압도했다.

지난해 이 문제를 국회에서 지적한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은 "항공준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주요 민간 공항과 군 공항이 중부지역에 집중돼 있는데다 비행공간인 공역이 꽉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역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사 안전불감증 심각..준사고, 해마다 증가
문제는 지난해에도 200여건이 넘는 준사고를 일으킨 항공사들이 '안전불감증'에 걸려있다는 것이다. 환경이 좋지 않는 상황에서도 수익을 늘리기 위해 무리한 스케줄로 항공기를 운행하다보니 준사고 건수를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제주항공 여객기는 지난 1일 김포공항에서 브레이크 파열로 뒷바퀴를 빠뜨려 활주로에 멈춰서는 안전문제를 일으켰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항공사 측은 이 문제가 "준사고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조사를 진행 중으로 랜딩기어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항공 준사고로 처리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태도는 저가 항공사뿐만 아니라 국내 양대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23일에는 말레이시아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에 이륙 직후 엔진 문제가 발생, 긴급 회항하는 헤프닝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엔진이 불규칙하게 회전하는 서지 현상은 제트엔진에서 간혹 발생하며, 야간의 경우 불꽃이 튀는 모습이 마치 화재가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애써 문제를 축소시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6월, 경기도 일죽 상공에서 우박을 맞아 여객기의 앞부분이 떨어져 나간 상태에서 비상 착륙하는 사고를 발생케 했다. 당시 아시아나는 조종사가 기지를 발휘해 승객들을 구했다고 홍보했지만, 조사결과 조종사의 운항경로 선택의 잘못이 문제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건교부 항공안전본부는 최근 문제가 많은 항공사에 제재를 가하는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 외국항공사뿐 아니라 국내 항공사도 심사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항공사는 공개적으로 빈도수를 알려 승객들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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