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전혜조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1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를 만난 자리에서 ‘이기는 여론조사’를 부탁하는 모습을 봤다는 법정증언이 나왔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 심리로 열린 오 시장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김 전 의원은 명 씨가 활동한 창원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명 씨를 오 시장에게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21년 1월 20일 명 씨와 함께 오 시장의 사무실에 찾아가 만났고, 같은 날 식사도 했다고 이날 증언했다.
이날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당시 대화 내용을 묻자 김 전 의원은 “명 씨가 직전 해 총선에서 벌어진 오 시장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이 대결에 대해 분석하는데 오 시장이 ‘이기는 여론조사만 나오면 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이후 식당에서도 명 씨가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 얘기하는데 오 시장이 ‘이기는 여론조사만 나오면 끝난다’고 했다”며 “이를 듣고 ‘그건 누구나 그렇지, 자기만 그런가’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오 시장과의 식사 자리에서 명 씨에게 멘토가 돼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도 증언했다.
다만 특검팀이 “오 시장이 명 씨에게 ‘큰일을 하는데 서울에 거처가 있는가, 멘토가 돼달라, 시장이 되면 아파트를 사주겠다’고 한 게 맞는가”라고 묻자, 김 전 의원은 “멘토 얘기까지는 정확하게 있었고, ‘서울에 집 있으셔야죠’라고도 했다”면서도 “(아파트를) 사주겠단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앞선 기일 증인으로 출석한 명 씨도 김 전 의원 주선으로 오 시장을 만났으며, 오 시장이 ‘이기는 여론조사’를 대가로 아파트 제공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의 증언 내용이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오 시장 측은 김 전 의원이 명 씨를 만나줄 것을 요청해 만난 것이고, 명 씨가 거짓으로 진술했다며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다. 특히 명 씨를 접촉한 뒤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관계를 끊었으며, 이에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결과를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김 전 의원은 이날 법정에서 지난 2021년 2월 10일 명 씨와 오 시장을 재차 만나 식사했는데, 당시 오 시장이 명 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다고 증언했다.
그 과정에서 같은 달 하순경 명 씨와 오 시장 선거캠프 사이 다툼이 있었다고도 했다.
김 전 의원은 “명 씨가 자신은 여론조사를 통한 전략적 방법을 제시했는데 (오 시장은) 계속 ‘이기는 여론조사’만 달라고 한다며 불편한 심정을 얘기한 적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의 이런 증언에 오 시장 측은 그가 명 씨와 말을 맞춰 허위 진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오 시장 측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창원지검에서 증인이 명 씨와 다른 진술을 하자 조사가 중단됐다가 재개됐다”며 “검사가 일시·장소가 명 씨 진술과 다르다고 하자 명 씨가 있는 조사실로 가 1시간 정도 얘기를 들은 후 말을 번복하지 않았나”라며 없던 기억을 명 씨 주장에 맞췄다는 취지로 추궁했다.
이어 “기억을 못하면 못하는 것에서 끝나야 하는데, (얘기를 듣고 말을 번복하니) 진술을 맞추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명 씨가 하는 말을 일방적으로 듣거나 없던 기억을 명 씨 주장에 맞춘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정확한 일시 등 구체적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그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부는 향후 심리 계획을 조율하며 오 시장 사건의 1심 선고를 6·3 지방선거 이후에 내리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 측은 이달 내 결심을 진행하고 내달 초까지 선고를 마쳐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판결로 선거에 개입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하지 않으려 한다. 선거 전에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 측이 재차 증인신문을 최대한 간소화하겠다며 신속한 재판을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당초 계획대로 선거 이후 선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 구형과 최종변론, 오 시장의 최후진술 등이 이뤄지는 결심공판도 선거 이후에 열릴 예정이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로부터 총 10회(공표 3회·비공표 7회)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당시 후원자 김 아무개 씨를 통해 3300만 원 상당의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오 시장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과 만나 “정치 특검인 민중기 특검팀의 선거 방해 기소는 정말 규탄받을 일”이라며 “선거 기간에 재판받게 돼 심히 유감스럽다. 정치 특검은 반드시 법의 단죄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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