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쌍방울 前부회장 “필리핀서 리호남 만나”… 국정원과 충돌 속 ‘대북송금’ 공방 확산

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핵심 관계자인 방용철 전 부회장이 국회 국정조사에서 “리호남을 필리핀에서 직접 만났다”고 재차 증언하면서 국가정보원의 공식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진술이 나오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방 전 부회장은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019년 7월 필리핀에 리호남이 왔느냐”고 묻자 “(필리핀에) 왔다. 얼굴도 봤고 만났다”고 말했다.


방 전 부회장은 해당 질문에 대해 처음에는 “법정에서 진술하겠다”며 답변을 피했으나, 서영교 국조특위 위원장의 반복된 질의가 이어지자 “위원장 질문이니 답하겠다”고 말했다.

 

방용철, 리호남 접촉부터 자금 전달까지… 구체적 진술 공개

 

서 위원장이 “(리호남을) 어디서 만났느냐”, “길에서 줬느냐”라고 묻자, 방 전 부회장은 “(필리핀) 오카다 호텔 후문 입구 쪽에서 만났다” “초저녁 조금 지난 시간에 만났다”고 답했다.

 

대북 송금과 관련한 질의도 이어졌다. “70만 달러를 리호남에게 전달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방 전 부회장은 “돈은 제가 직접 주지는 않았고 김성태 회장님이 전달해주셨고 저는 안내했다”고 밝혔다.

 

이어 “왜 돈을 줬느냐”는 질의에는 그는 “방북 대가로 드린 것”이라며 “김 전 회장이 있는 방으로 리호남을 안내했고 돈은 그 자리에서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장이 “리호남 사진이 있냐”고 묻자, 방 전 부회장은 “검찰에서 보관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발언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기존 법정 증언을 국정조사에서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방 전 부회장은 2024년 10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증언했으며 해당 진술은 하급심 판결의 주요 근거로 반영됐고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된 상태다.


검찰 역시 이 같은 진술을 토대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을 만나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비용 약 70만 달러를 대납했다고 보고 2023년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해당 자금이 필리핀에서 리호남에게 전달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방 전 부회장의 진술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도 유지됐으며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이 전 부지사에 대해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 8개월을 확정했다.


청문회 말미에는 증언의 신빙성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됐다. 서영교 위원장은 “위증일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2차 종합특검과 관련된 의혹도 언급됐다. 방 전 부회장은 “권 특검보를 이 전 부지사로부터 소개받은 것은 맞다”고 말하면서도 “권 특검보가 자리에 있었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국정원 “필리핀 입국 확인 안돼”… 증언·수사 판단과 정면 충돌


그러나 이 같은 증언과 검찰 판단은 국가정보원의 공식 보고와 배치된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3일 국정조사 기관 보고에서 “2019년 7월 리호남이 필리핀에 입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힌 바 있다.

 

동일 사건의 핵심 쟁점인 ‘리호남의 필리핀 방문 여부’를 두고 핵심 증인 진술과 검찰 수사 판단, 국가정보기관 분석이 서로 충돌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사건의 사실관계뿐 아니라 기존 사법 판단의 기초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이 있었다며 관련 검사를 고발했으며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이른바 ‘정치검찰 수사 프레임’을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출석을 거부하면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향후 핵심 당사자의 직접 진술 확보 여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김 전 회장의 추가 진술 여부는 리호남 접촉 여부와 대북 송금 경위, 이재명 대통령 방북 비용 대납 의혹을 둘러싼 공방의 중대한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