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 칼럼] 갤럽·NBS를 맹신하는 올드 미디어의 오판

관건은 태도 아닌 ‘행동 예측’ 여론조사 설계 시스템

인싸잇=심규진 | 지난 3일 펜앤마이크 의뢰로 여론조사 업체 공정이 실시한 지방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지금까지 한국 정치권과 올드 미디어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여론조사 상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 국민의힘 39.7%, 더불어민주당 39.6%로 사실상 오차범위 내 접전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시기 갤럽이나 NBS 등 면접조사에서 두 자릿수 격차가 벌어졌던 결과와는 전혀 다른 그림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표본 오차나 우연이 아니다. 핵심은 질문 설계다. 기존 여론조사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라는 추상적 태도를 물어왔다.

 

반면 이번 조사는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시겠습니까”라는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지라는 감정이 아니라, 실제 투표라는 행동을 전제로 한 것이다. 같은 유권자라도 질문이 달라지면 답은 달라진다. 그리고 이 간극이 바로, 올드 미디어가 반복적으로 놓쳐온 지점이다.

 

세부 수치를 들여다보면 그 이유는 더 분명해진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민주당 37.9%, 국민의힘 38.3%로 박빙이었고, 경기·인천은 40.2% 대 42.0%로 국민의힘이 오히려 앞섰다. 대전·세종·충남북도 37.6% 대 39.6%로 격차는 제한적이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국민의힘이 46.7%로 민주당 30.8%를 크게 앞섰고, 대구·경북 역시 42.6% 대 32.0%로 안정적 우세를 유지했다. 강원·제주도 42.9% 대 33.7%로 마찬가지다. 이른바 ‘수도권 열세, 지방 몰락’이라는 프레임은 이 수치 앞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이하에서는 국민의힘이 50.5%로 민주당 29.5%를 크게 앞섰고, 30대는 36.4% 대 36.6%로 완전한 접전이었다.

 

40·50·60대 역시 어느 한쪽이 압도한다고 보기 어려운 구조다. 이는 국민의힘이 확장성이 없다거나 중도가 이탈했다는 단순한 진단이 현실을 과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선거 구도가 정권 심판 프레임으로 단순화되더라도, 여권 지지층의 결집 잠재력이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지지층의 크기가 아니라, 행동으로 얼마나 끌어내느냐다.

 

이 지점에서 갤럽·NBS 수치를 거의 신앙처럼 받아들이는 올드 미디어의 오판이 드러난다. 태도를 묻는 조사 결과를 곧바로 선거 결과로 환산하면서, 정치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중도 이탈이 아니라, 기존 지지층의 행동 강도 약화다. 실망했지만 대안이 없어 관망하는 상태, 찍을 생각은 있으나 적극적이지 않은 상태를 지지 철회로 오독한 셈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여론조사 수치를 더 많이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조사의 철학을 바꾸는 일이다.

 

정적인 의견 조사가 아니라, 투표 의사의 강도와 조건부 선택을 묻는 행동 중심 조사, 그리고 과거 실제로 우리 당이나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들을 시계열로 추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막연한 진단이 아니라, “누가, 언제, 왜 행동을 멈췄는지”라는 정확한 처방이 가능해진다.

 

결론은 명확하다. 이번 조사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국민의힘이 진다”가 아니다.

 

판은 비등하고, 승패는 후보가 가른다는 신호다. 행동을 묻는 조사로 들어가면, 이미 이길 수 있는 조건은 갖춰져 있다.

 

올드 미디어가 숫자의 착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또다시 선거가 끝난 뒤 “왜 여론조사가 틀렸는가”라는 뒷북 반성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여론이 아니라, 여론을 읽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