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어로 SNS에 올린 경고성 게시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게시글을 두고 캄보디아 정부에서 한국 외교부에 사실상의 항의에 나섰기 때문이다. 문제의 게시글은 삭제됐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이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 캄보디아 범죄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캄보디아 측에 외교적 결례로 이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캄보디아 외교부는 김창룡 신임 주캄보디아 대사를 불러 이재명 대통령이 엑스(X)에 쓴 크메르어의 의중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30일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에 캄보디아 현지 중국 범죄조직이 한국 경찰의 단속 등을 우려해 한국인 조직원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빈말 같습니까? 대한민국은 한다면 합니다! 끝까지”라고 기재했다.
그러면서 상단에 캄보디아 공용어인 크메르어로 같은 내용을 적었는데, 이에 캄보디아 외교부 측에서 왜 한국어 외에 자국어로만 경고성 메시지를 덧붙였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캄보디아 외교부 측은 해당 크메르어 문장 중 ‘패가망신’에 해당하는 ‘파멸(또는 재앙)’이라는 표현을 꼬집어 사실상 항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 자리에서 김창룡 대사는 “범죄집단이 영어나 한국어를 모를 테니 크메르어로 경고메시지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해당 사실은 청와대에 보고됐고, 이 대통령은 해당 게시글을 엑스에서 삭제했다고 한다.
지난 2일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캄보디아로 쓴 소셜미디어 글을 삭제한 이유”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충분히 홍보가 됐다고 판단해 삭제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고 답했다.
캄보디아 범죄, 중국인 주도했는데... “왜 중국어 경고 메시지 없나”
이재명 대통령이 문제의 엑스 게시물을 올리자마자, 이에 대해 의아하다고 생각한 정치권 인사가 적지 않았다.
<인싸잇>의 취재에 응한 한 야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최근 SNS 활동이 활발해서 매일 모니터링하는데,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국어를 적은 걸 보고 궁금했다”며 “그 외국어가 어느 나라 말인지조차 몰라 사진을 찍어 구글 번역을 돌려보니 캄보디아 말이라는 걸 알게 됐고, ‘한국인을 감히 건드리면 벌 받는다’ 그리고 ‘재앙’이라는 의미로 번역이 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 관련 캄보디아 범죄가 캄보디아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인이 더 연관돼 있다고 알려지지 않았는가”라며 “그럼 그런 경고를 한다면 중국어로도 했어야지, 왜 캄보디아어로만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캄보디아 정부뿐 아니라 국민들이 알면 크게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처음부터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캄보디아 현지 언론 <크메르 타임스> 등은 이 대통령의 문제의 엑스 게시글을 언급하며 “한국 대통령의 스캠 범죄 경고가 캄보디아 국민의 분노를 촉발했다” “한국 대통령이 캄보디아 전체를 범죄 집단의 소굴로 낙인찍었다”는 취지의 비판성 보도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그동안 캄보디아 내 한국인에 대한 범죄를 다룬 뉴스, 시사프로그램,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캄보디아 범죄조직은 중국인의 수가 상당한 동시에 이들이 총책을 맡으면서 한국인에 대한 납치·감금·고문 등을 자행하는 데 깊숙이 관여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일 <크메르 타임스>에 따르면, 캄보디아 경찰은 지난달 31일 남동부 도시 바벳에 위치한 스캠 단지를 대상으로 대규모 단속 작전을 전개해 스캠 피의자 2044명을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용의자 가운데 중국인이 179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 밖에 미얀마인 179명, 베트남인 177명, 대만인 5명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처럼 체포된 이들 중 중국인 피의자가 다른 국적인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지난달 캄보디아 당국은 자국 내 최대 범죄단지 ‘태자단지’의 운영자로 지목된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을 중국에 송환했다. 천츠는 그동안 캄보디아인(현재 국적 박탈)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다 2014년 캄보디아로 귀화한 인물이다. 그의 태자단지 운영에는 캄보디아뿐 아니라 중국 내 투자자 및 범죄조직과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美 정부, 엑스에 한국인 범죄자 올려도 한국말로 경고하지 않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이번 엑스 게시물 이슈를 겨냥해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흑사회, 삼합회 등 중국계 범죄조직이 들어가 벌인 일”이라며 “제대로 따지려면 중국어로 중국에 따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 관계자는 “미국 정부도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범죄자를 체포하면 그들 중 일부의 사진과 범죄 혐의 등을 기재해 백악관 공식 엑스에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백악관이 엑스에 한국어로 ‘미국인 건들면 패가망신…빈말 같습니까’로 쓰진 않는다. 누가 봐도 이런 행위는 특정 상대국에 대한 경고인데, 어느 나라가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의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범죄를 저지르거나 또 피해당한 게 속상하고, 그걸 일부 해결한 사실에 고무됐더라도, 이번 일은 캄보디아 정부와 국민들에 다소 부적절한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캄보디아 정부에서 크게 문제 삼지 않더라도, 게시물 삭제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 정식으로 유감 표명을 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