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思] 이혜훈 논란의 결말... 자충수 빠진 국민의힘, 실리 챙긴 李 대통령

여권 인사 논란 덮은 ‘이혜훈의 28일’
국민통합을 앞세운 명분... 실상은 여권 권력 강화

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보수 표밭인 서초에서만 3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던 한 인물이, 타 지역구에서는 번번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제는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 아니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의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걸 진작에 자각했을지도 모른다. 바로 어제까지 이재명 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불린 이혜훈 전 의원의 이야기다.

 


지난해 12 28일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 전문가로서의 실무 역량과 정파를 초월한 위기 극복·개혁,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이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당은탕평과 실무 중심의 파격 발탁이라고 치켜세웠고, 국민의힘은 지명 당일 곧바로 제명 조치로 맞서며 정치권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환호와 제명 논쟁은 오래가지 못했다. 서울 아파트 부정 청약 의혹부터 인천 영종도 땅 투기 의혹, 과거 인턴 보좌진을 향한 폭언과 갑질 폭로, 장남의 특혜 입학 의혹, 이른바 부모 찬스 의혹까지‘의혹 종합세트’를 방불케 하는 논란이 일제히 터져 나온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롭게 제기되는 의혹에 여당 내에서도 더이상 그를 옹호할 수 없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5일 이 전 의원에 대한 후보자 지명을 전격 철회했다. 


대통령의 철회 결정은 이 전 의원으로서 쓰리다 못해 정치 인생 최악의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의 정치적 신념을 뒤로 한 채 장관직 지명을 받은 28일간, 과거 동료 국회의원들과 언론의 난도질에 가까운 공격을 버텨왔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도 끝 마쳤다. 이제 장관 임명장을 받기까지 9부능선에 오른 상황에서, 대통령의 한 마디에 모든 게 호접지몽 마냥 백지로 돌아간 것이다.


이제 그는 정치판 어디에 갈 곳도 그리고 심지어 차 한잔 대접해 줄 곳도 없는 신세가 됐다. 지난 20년 넘게 쌓아온 정치적 자산이 불과 28일 만에 증발한 것이다.

  

이 전 의원에 대한 대통령의 지명 철회에 대해 여당은국민 눈높이를 고려한 대통령의 고심 끝 결단이라고 말했고, 국민의힘은사필귀정”으로 평가했다. 특히 야당은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번 사태에서 이 전 의원을 내치는 데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같은 편이었던 국민의힘이다. 여기에 범보수 진영으로 분류되는 개혁신당까지 합세하며, 이른바 ‘등 돌린 같은 편이 가장 냉혹하다’는 정치판의 현실을 새삼 확인시켜 줬다.

 

이를 지켜본 2030 청년들도 이번 사태를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전 의원의 위계적 갑질과 폭언에 대한 분노, 그리고 공감이 폭발했다. 동시에 정치권 전체를 겨냥한 위선, 내로남불, 이중적 태도에 대한 조롱과 냉소가 줄을 이었다.

 

특히 이 전 의원을 무너뜨린 국민의힘에 대해저럴 거면 왜 그동안 중책을 줬는가” “인사 실패 책임은 누가 질 건가, 정치권 다 똑같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동안 당신들은 문제투성이의 사람을 국회의원 시키고 당의 중책을 맡기지 않았는가”라는 비난, 결국 자기 얼굴에 침 뱉기 아니냐는 냉소까지 이어졌다정치권의 내로남불 행태에 청년들의 환멸이 이번 사태를 집어삼켰다.

 

심지어 이 전 의원 본인조차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자신을 몰아세우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내가 국힘에 있을 땐 왜 입 다물고 있었느냐는 취지로 반박하며, 당 내부의 이중적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3일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전 의원의 갑질 의혹과 관련해 박대출 의원의 집중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의원 임기 중) 당무감사에서 우수 성적을 받았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의 당무감사는 엉터리였는가라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국힘이 전직 보좌진에게 압박을 가해 위증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항변까지 더했다.

 

이 같은 대응에 청문회장은 순간 침묵에 휩싸였고, 국민의힘 지지자들조차 뚜렷한 반박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이번 사태로 국민의힘은 우선 본인들 손으로 만든 이 전 의원이라는 경제통 출신 정치인을 본인들의 손으로 직접 내쳤을 뿐 아니라, 결국 자신들이 도덕적·법적으로 흠결이 있는 인물을 국회의원으로, 특히나 그 문제를 사실상 알고서도 묵인하며 당의 중책으로 중용해왔다는 점이 도마에 올랐다


이는 국민의힘이 그동안 내세워온 도덕성과 기준이 내로남불에 불과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 전 의원 지명을 통해 실리를 확실하게 챙겼다이 전 의원에 대한 장관 지명 논란이 온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동시에 이뤄진 이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인사는 제대로 된 검증이나 비판도 받지 않고 조용히 넘어간 것이다.

 

실제로 이 전 의원의 장관직 지명과 같은 날 홍지선 현 경기도 남양주시 부시장은 국토교통부 제2차관에 임명됐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기본주택 정책을 설계하는 등 경기도 도시·주택 정책을 총괄한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알려져 있다.

 

또 이날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에 임명된 이한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오랜 정책 멘토로 정치권에서 유명하다.  

 

이처럼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 대한 검증은 ‘상대편에서 굴러온 돌’인 이 전 의원의 각종 대형 이슈에 가려져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은 것이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은 야권 인사 영입이라는국민통합프레임을 띄우는 동시에, 핵심 측근을 아무런 잡음도 없이 요직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여기에 더해 좌우와 이념을 아우르는 통합형 인사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일부 얻었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통해 국민의힘을 자극하고, 이 전 의원이라는 전직 보수 정치인의 과거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효과를 거뒀다6월 지방선거를 5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로 이미지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

 

이에 이번 사태를 바라본 청년들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을 향해 재미 볼 것 다 봤다는 냉소가 나온다. 또 이 전 의원에 대해서는 “말투나 태도가 딱 옛날 방식 같다” 국회의원보다는 오히려 성악가가 더 어울릴 것 같다” 사람 사이에서 신뢰를 쉽게 저버리고, 너무 구태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이 아쉽다” 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결국 정치권의 권위주의, 구태, 갑질 문화에 대한 조롱과 비판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여야 가릴 것 없는 정치권의 끝없는 내로남불에 청년 세대는 깊은 피로감과 거리감으로 쌓여간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의 한복판에서 권위주의, 구태, 갑질, 끝없는 내로남불의 민낯을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를 통해 국민들이 얻은 건 실망과 냉소뿐이었고, 반대로 이재명 대통령만이 확실하게 실리를 챙긴 아이러니한 결말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