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방송계의 여러 이슈 중 핵심은 무엇보다도 임기가 만료되는 공영방송사 사장과 이사진 선임이라는 건 필자가 이미 여러 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것이 왜 중요한지도 여러 번 강조했었다. 정부여당이 이 문제에 나 몰라라 손 놓고 어디서 뭘 하던 인물인지도 잘 모르는 자기 친구들 월급이나 받고 폼이나 내게 해주는 자리로 여긴다면 큰 코 닥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오는 3월 YTN 사장 선임은 첫 고비로 그 산을 넘으면 다음은 바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선임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 결과로 정부여당이 얼마나 정신을 차렸는지가 증명될 것이다. 알다시피 현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는 8월 8일까지다. 3년 임기의 새로운 이사진이 들어서면 이들은 다음 총선과 대선방송까지 MBC의 관리 감독을 맡게 된다. 만일 정권이 야당으로 바뀐다면 그 정권 아래에서 MBC 문제와 관련해 혹시 모르는 온갖 유무형의 압력에도 당당할 수 있는 심지와 실력을 겸비한 인물로 이사진을 구성해야 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방문진 이사 새로운 인물로 대대적 교체해야 하는 이유
언론과 방송에 대한 정부여당의 무지와 무관심이 도를 넘는다는 건 필자가 여러 번 지적했다.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박 대통령 공약 사항에 언론노조의 소망을 담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약속이 버젓이 담긴 것이나 이완구 국무총리의 황당한 언론 발언 역시 이 정부와 여당의 언론인식이 어느 수준인지를 잘 알려준다. 그런 수준이 야당은 KBS·MBC 등 공영방송 이사회에 ‘전사’들을 집어넣는 것으로 정부여당은 ‘친구’들을 집어넣는 모양으로 나타난 것이다. 입만 열면 공정성을 떠드는 공영방송 언론노조가 실은 진보좌파 세력의 한 축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니 이런 ‘삽질’을 계속하고 있다. 야당과 진보좌파 세력이 공영방송 장악 기도를 멈추지 않는 이상 정부여당도 공영방송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문제에 더 이상 순진하고 멍청하며 탐욕적이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필자는 현재 방문진 이사회에서 의지가 굳은 한 둘 인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공부할 생각은 않고 해외에나 자주 들락거리는 김문환 이사장은 말할 것도 없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나머지 이사들도 마찬가지다. 여당 추천 일부 인사 몇몇은 지난 2012년 총파업 때 나름대로 열심히 대처하려고 노력을 한 건 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전임 사장 교체하는 과정에서 여당 측 이사들의 해임안 제출 과정은 그다지 순수하지 않았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일종의 ‘사장 길들이기’로 보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노조와 함께 무조건적인 사장 해임을 요구하며 정치공세에 몰입한 엄중한 상황에서 사장이 이사진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임안 제출로 길들이기를 시도한 건 대단히 부적절했다. 그렇게 임기가 보장된 사장을 해임해 놓고 ‘그렇게 될 줄 몰랐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도 옳지 않다. 만일 안광한 사장이 전임 사장과 같은 상황에 처해 이사회에 고분고분 하지 않는다면, 여당 추천 이사들은 사장이 말 안 듣는다고 또다시 해임안부터 낼 텐가.
정부여당 이사 선임 지금처럼 한다면 뒷감당 각오해야
방문진 차기 여당 추천 이사진에는 실력 없이 그저 아부가 유일한 장기인 아부꾼들과 자기 체면부터 찾는 이기주의자들은 절대 배제해야 한다. 입바른 소리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잇속만 잘 챙기는 실속파들도 부적절하다. 공영방송사 문제는 아무것도 모르고 오직 연줄로 내려앉는 어리둥절 낙하산 인사 역시 금물이다. 뭣도 모르고 양비론이나 펴는 한가한 오렌지족들도 당연히 배제해야 한다. 야당이 용병이나 다름없는 싸움꾼 전사들을 이사회에 투입하는 한 여당 추천 이사들 역시 야당과 언론노조의 억지에 대응할 수 있는 실력 있는 투사형 인물들로 이사진을 구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보듯 야당과 민언련과 같은 시민단체, 미디어오늘과 같은 언론이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공영방송 문제를 이슈화하고 주도해가는 것처럼 그런 ‘동지의식’이 없는 인물들은 절대 공영방송 이사가 되어선 안 된다. 한때 자금난에 경영위기설이 돌던 좌파진영의 미디어스와 같은 매체가 다시 일어서 맹렬히 정부여당을 비판, 공격할 수 있는 건 그들이 동지의식으로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때가 되어서야 허둥지둥 방문진 이사회를 엉터리 인물들로 채워 넣을 게 아니라 지금부터 부지런히 찾고 검증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인사들, 야당과 언론노조의 억지와 정치공세에 대응하고 제대로 일할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솔직히 이 정부의 협소하고 편협한 인재풀, 여당의 무관심과 방관자적 태도를 볼 때 공영방송사 이사라는 중요한 자리에 제대로 된 인물을 선임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자기 책무가 뭔지도 모르는 기회주의자와 아부꾼들, 노조가 무서워 공개적으로 발언하나 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숨는 그런 비겁한 출세주의자들로만 가득 차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다시 강조하건데 그 뒷감당은 정부여당이 오롯이 해야 할 것이다. 자기 잘난 맛에 살면서 위기에서야 뒤늦게 동지를 찾는 작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국장, 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hanmyou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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