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문진의 MBC 사장 밀실 임명으로 부각된 공영방송 사장의 임명방식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식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강동순 전 KBS 감사,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이갑산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상임대표 등이 중심이 되어 2월 22일 오후 2시 30분 프레스센터 19층 외신기자클럽에서 ‘공영방송독립국민운동’ 결성식이 열린다. 주최 측은 이 자리에서 ‘공영방송독립선언문’을 낭독한 뒤, 조직을 갖춰 곧바로 국회 및 정부와 협의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올해 입법이 안 된다면 이러한 선거 시기에 각 정당과 유력 대선후보들에게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할 예정이다.
주최 측의 문제의식은 정권이 바뀌었고, 경영진도 교체되었음에도 공영방송에서 지난 정권 때의 정치적 선동 보도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주최 측은 이러한 결정적인 이유는 공영방송 사장의 임명방식이 대통령과 정당이 임명하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는 KBS와 EBS 이사, 방송문화진흥재단의 이사들이 각 사의 사장을 임명하는 구조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임명구조는 가장 최상층의 임명권자인 정부와 정당이 공영방송 사장의 인선에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고, 설사 개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반대파들과 국민들이 이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공영방송 사장 임명 방식의 불투명이, 국민적 신뢰얻는데 최대 장애
이 때문에 정당한 방송개혁조차 정치논리에 휘말리며 오히려 여론선동에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친노 개그맨 김미화의 KBS블랙리스트설이었다. KBS 측이 소송까지 걸면서 항변해도,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국민들은 정부의 압력으로 KBS가 김미화의 출연을 금지시켰다고 믿고 있다. MBC에서는 광우병 허위보도의 당사자들이 아직 징계조차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공영방송 사장이 임명되지 못한다면,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해 공영방송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없는 것이다. 이번 ‘공영방송독립선언문’의 발기인은 강길모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회장, 강동순 전 KBS 감사, 김민준 실크로드ceo 포럼 회장, 박명규 전 MBC아카데미 사장, 박진성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기획실장,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 이갑산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상임대표, 이문원 KBS시청자위원, 이상로 MBC 공정노조 위원장, 장한성 한국언론인회 회장, 진용옥 한국방통학회 회장, 최인식 MBC정상화국민행동 공동대표, 최창섭 서강대명예교수 등등이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를 통해 조직을 결성하고, 참여자를 더 확보한 뒤, 적극적인 입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공영방송 독립 선언’ 제안 취지문
지난 해 12월말 케이블 종합편성 방송이 허가되면서 미디어계는 빅뱅이 예상되고 있는데, 종편 출범에 대한 비판자들은, 향후 방송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고 또 방송의 저질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런데, 방송의 품질은 방송계의 구조에도 영향 받을 수 있지만, 각 방송사를 실제로 경영하는 사장 등 임원진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그래서 과거 역대 정권 하에서 KBS, MBC 등 공영방송은 사장 선임과 간부 인선, 프로그램 편향성 등을 두고 단 하루도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의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이러한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특정세력이 공영방송을 쥐고 흔드는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공영방송에 종사하는 다수의 방송인들도 이러한 정치적 장단에 지쳤을 것이다. 그런데, 다음 대선(大選)에서 집권한 특정세력은 또 다시 방송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할 것이고,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 될 것이다. 방송인들은 공영방송으로서의 소임(所任)에 충실하기 보다는 대권 세력에 줄서기를 반복할 가능성이 많다.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발전을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더 이상 이러한 혼란을 지켜만 보고 있어선 안 된다.
공영방송이 정치세력의 부침에 따라 흔들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결국 사장과 임원 등의 선임 문제이다. 지난 정권과 현 정부 모두 “방송사 인사(人事)에 개입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입 여부도 문제이지만, 방송인들은 물론 국민들까지 “정권이 개입했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국민들은 현 정부가 과거 정권 하에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해온 KBS와 MBC의 고질적 병폐를 근본적으로 치유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사 사장 인선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벌어지면서 방송계의 개혁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대통령과 정당이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을 임명하고, 이들이 KBS와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방송을 둘러싼 분쟁은 피할 길이 없다. 현 정부도 이제 4년차에 들어선 만큼, 더 늦기 전에 공영방송의 경영진 임명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혁해내야 한다.
선진국에는 국민대표가 직접 공영방송 경영진을 선임하는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서, 독일의 ZDF의 경우에는 76인의 국민대표가 공영방송 경영진을 선임한다. 76인의 대표는 국회와는 별개의 기구이다. 국회 역시 국민을 대표하는 기구이지만, 국회의원의 당선 기준은 단지 방송에 대한 것뿐 아니라, 국가 정책, 지역구 현안 등 다양하다. 또한 이들 국회의원은 공영방송으로부터 비판과 감시를 받아야할 존재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한다면 국회 의석수 기준으로 공영방송 경영진이 결정되어서는 안 되고, 오직 방송개혁만을 위한 국민대표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국민대표의 총 인원수를 독일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크게 구성해야 할 것이다. 국민대표기구를 대규모로 만들면 정치권이나 재계의 로비 혹은 압력의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들은 국민만을 바라보며 공영방송의 질을 높이는 데만 전념하면 된다. 공영방송 프로그램의 편파성, 폭력성, 선정성(煽情性)등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국민들 역시 국민대표 선출시 입후보하여 자신의 방송철학을 경영진 선임을 통해 관철시킬 수 있다. 그야말로 국민 참여 방송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공영방송의 파행과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우리들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 공영방송은 국민의 방송으로서,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특정 파당 혹은 세력의 이해와 이념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2. 공영방송은 오직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는 목표를 지향하고, 그것이 제시하는 가치와 틀 안에서, 관련 전문가 집단 및 관련 학계에서 널리 인정되는 원칙 및 윤리에 의해, 건전한 여론을 반영하며 운영해야 한다.
3. 공영방송의 사장 등 경영진은 국회가 아닌 별도의 국민대표기구에 의해 선출해야 한다.
4. 국회와 정부는 공영방송의 경영진 선출을 담당할 국민대표기구의 구성을 위해 필요한 입법을 조속히 서둘러 줄 것을 촉구한다.
5. 이상의 목표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공영방송독립국민운동’을 전개하고자 하며, 국민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성원과 참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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