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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협 파기, 김재철과 MBC노조의 '연임 쇼'

수준 이하의 ‘쇼’ 분쇄하려면 TV생중계 사장 선임 공청회 필수


MBC는 14일 낮 12시10분 경,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MBC노조는 이날 오전 회사 쪽에 공문을 보내 ‘교섭을 더 진행하자’고 요청했으나, MBC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보면 마치 MBC 김재철 사장이 노조 편향된 노사협약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결국 해지를 통보하며 노조에 선전포고를 한 것럼 보이는 상황이다. 노조 역시 이에 맞장구치며, 결사항전을 부르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MBC 노사 대결은 일찌감치 MBC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예상되었다. 예상된 시나리오가 그대로 현실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인터넷신문 빅뉴스에 지난 1월 10일자 ‘친노세력은 김재철 연임을 원한다’라는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예상한 바 있다.

“구영회 카드 실패 시, 친노세력의 차선책은 바로 김재철이다. 친노세력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김재철을 MB정권 수하인으로 찍어놓았다. 친노세력이 보수로 위장된 친노후보 사장 선임에 실패하면 차라리 흠집이 날 대로 난 김재철을 암묵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2월 사장 선임 때도 똑같은 방법을 썼다. 구영회에 대해 우호적 보도를 하면서 김재철은 MB 낙하산 인사로 공격하면서 시작부터 양강 구도로 몰고갔다. 반면 50여개 애국단체가 지원한 전 MBC 아카데미 박명규 사장에 대해서는 시종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정권과 연관성도 없고, 애국세력의 지원을 받는 박명규씨가 MBC 사장으로 취임하는 것은 친노세력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재철은 ‘무능’과 ‘낙하산’, 노조의 검증을 통과한 준비된 사장 후보

MBC노조가 김재철을 원한다는 것은 분석의 가치도 필요없을 정도로 상식적인 일이다. 현재 방문진은 아무리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무능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해도 엄연히 현 정부가 임명한 최시중 위원장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임명한 인물들로 구성되었다. 객관적인 성향은 우파 6명에 좌파 3명이다. 그 어떤 방식을 쓰든 표결에 들어가면 정상적인 상황에서 MBC노조가 최선책으로 원할 법한 친노 인사가 사장에 앉을 가능성은 없다. 그래서 아무리 분석해봐도 친 노조 성향이 확실해 보이는 구영회 전 MBC 미술센터 사장을 친노매체는 ‘보수’로 위장하여 내세웠고, 실제로 몇몇 아둔하거나 친노세력과 야합하고 싶어하는 우파성향의 방문진 이사를 속여넘기는 데까지도 성공했다. 그러나 50여개의 애국단체가 결성한 ‘MBC 정상화국민회의’에서 수차례에 걸쳐 구영회 불가 성명서를 내면서 이러한 친노세력의 속임수는 좌절되었다.

당신이 MBC노조 간부라 생각해보자. 친노인사의 입성이 불가능할 때, 그것도 현 정부 하의 방문진이 결정하는 MBC 사장 차선책으로 누가 임명되기를 바라겠는가.

첫째, 일단 다른 것 다 떠나서 무능한 인물이 최상이다. 고질적 병폐가 누적된 MBC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성향과 노선도 중요하지만 실력과 능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정권과 가깝고 심지어 우파의식이 투철해도 무능한 인물은 MBC 개혁을 완수할 수 없다. 김재철은 잦은 말실수, 시상식 때의 추태, 단 하나의 프로그램 개혁도 해내지 못한 형편없는 실적, 노조가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자, 90도로 머리를 숙이며 천막으로 쫒겨나는 비굴함 등, 실력과 능력에 대해서는 갖춘 게 전혀 없다는 노조의 검증을 확실하게 통과한 인물이다.

둘째, 정권의 낙하산 인사라는 빌미를 잡힌 인물이어야 한다. 현재까지 가장 원칙적이고 신속하게 KBS 개혁을 실현하고 있는 김인규 사장에 대해 KBS 친노세력이 공격하는 것은 오직 그가 후보 시절 대통령의 특보였다는 것이다. 반드시 해야할 개혁도 낙하산 인사라는 여론선동으로 막아내며 노조는 철밥통을 지켜나간다.

김재철은 MBC 내에서 현 대통령과의 친분관계가 널리 알려져, 이를 인정한다는 단체 메일까지 돌린 바 있다. 특히 사실 관계야 알 수 없지만,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 시절 ‘정부로부터 매맞고 조인트 까인 인물로’ 대중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어차치 ‘PD수첩’ 조작에서 드러났듯이, 자신들의 권력과 밥그릇을 위해서라면 없는 말도 지어내는 MBC노조의 특성 상, 김재철 하나 정부의 낙한산 인사로 낙인찍어버리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며, 이미 그렇게 해왔다. 김재철은 이러한 기준도 가뿐하게 노조의 심사를 통과했다.

다시 당신이 MBC 노조원이라 생각해보라. 무능하고 낙하산 인사로 낙인찍힌 인물을 MBC 내에서 찾으려 할 때, 확실하게 검증된 김재철 이외의 다른 이가 누가 있겠는가. 아이큐 100만 넘어도 MBC노조가 김재철을 원한다는 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MBC노조에서 어떻게 김재철의 연임을 무사히 성사키느냐의 전략 문제이다. 필자는 이 점에 대해서도 빅뉴스에 다음과 같이 예상했다.

“그러나 친노세력이 김재철을 지원하는 방식은 다르다. 의도적으로 김재철과 충돌하면서 마치 김재철이 MBC 개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방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2월 사장 선임을 앞두고 노조에서는 김재철 사장과 노사협약 등으로 정면 충돌하는 모습 보일 것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 물론 반대로 2월 사장 선임 때까지 일체 사장에 반기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마치 김재철이 MBC를 철저히 장악한 것처럼 위장하는 방법이다. 어떤 방법을 쓰든 친노세력은 차선책으로 김재철을 지원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MBC 내의 개혁세력과 이 문제로 토론하면 필자는 시종일관 전자의 방식일 것이라 주장했따. 그러나 MBC 내부에서 최근 김재철 사장이 자신의 측근을 노조에 보내 “단체협약에서 국장 책임제를 본부장 책임제로 바꾸는 등의 조치를 해내지 못하면 나는 낙마한다”, “이것만 들어주면 나머지는 모두 노조의 뜻에 따르겠다”라는 야합형 제의를 했다는 설이 파다하게 돌았다. 즉 후자의 방식이다. 필자는 이 설이 돌았을 때도 “이런 방식의 저차원적인 야합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라는 의견을 냈다.

김재철과 노조의 ‘쇼’는 1년부터 익히 예상했던 시나리오,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

첫째, 아무리 철밥통 기득권을 위해 똘똘 뭉쳐있는 MBC노조라 하더라도 조합원 간의 온도 차가 있을 것이기에, 별다른 전략없이 낙하산 김재철 연임 불가를 외칠 순진무구한 조합원이 있기 마련이다. 노조원 전체가 이러한 저차원적인 야합에 합의하지 못했을 때, 게시판과 인터넷매체에 노조원들의 비판글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고, 자칫하면 이런 야합이 알려져, 김재철은 물론 노조까지도 치명타를 맞을 위험이 크다.

둘째, MBC 내의 개혁세력과 애국세력이 이러한 야합의 가능성을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었다. 설사 노조원 전체가 저차원적인 야합에 합의했다 하더라도, 그냥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MBC 내의 개혁세력과 애국세력이 근거있는 비판 서너 개만 내보내도, 김재철과 노조는 함께 죽는다. MBC노조 내의 아이큐 130정도 되는 조합원들이라면 이런 위험하면서도 수준낮은 전략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김재철 역시 적당한 명분과 취한 뒤, 노조와 싸우는 듯한 모양새를 갖추는 게 권력자들에 더 어필할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무능력의 상직적 인물이긴 하나, 오랜 정치부 기자 생활, 그것도 권력과 유착된 기자생활 탓에 정치적 술수 하나만큼은 그의 유일한 능력이다.

결국 노조는 대의원 총회 등등을 통해 야합안을 합의하지 못했고,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한 김재철은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노조는 기다렸다는 듯이 김재철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미 김재철이 노조에 머리숙이고 다닐 때부터 머리 속에서 충분히 예상했던 그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중요한 노사협의 과정, 극히 보도하기 꺼렸던 미디어오늘 등 친노매체의 행태

아직까지 이러한 야합이 논의되었다는 외부 증거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노사협의를 사장 선임을 앞두고 실시해왔고, 노사 간의 의견충돌이 있었음에도, 노조와 똑같은 친노세력인 미디어오늘 등에서 협의 진행상황의 보도를 극히 꺼렸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사 측은 그렇다 쳐도 노조에서 협의 진행 사항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면, 정상적인 협의는 아니라는 방증이다.

어쨌든 예상한 그대로 사장 선임을 앞두고 김재철은 노조에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사장의 모습으로, 노조는 김재철의 사장 연임을 결사 저지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남은 것은 방문진과 애국세력이 이러한 뻔히 눈에 보이는 ‘쇼’에 넘어가느냐의 여부이다. 애국세력이 사기당할 가능성은 없으나, 가장 확실하게 개혁적 사장을 가려낼 수 있으며, 외부적으로도 강력한 명분을 지닌 TV생중계 사장 공청회를 친노좌파 이사들과 함께 거부한 아이큐 100 이하의 방문진 이사들이라면 또 넘어갈 위험성이 크다.

필자는 이렇게 규정하겠다. 한번 속아넘어간 것은 머리의 문제이나, 두 번 이상 속아넘어간다면 이는 야합을 위한 고의성 짙은 정략이라고. 방문진 이사들은 똑똑히 기억해두기 바란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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