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재철 사장과 KBS 김인규 사장에 대해 친노세력의 대응을 분석해보면, 2월 MBC 사장 선임 시 친노세력의 움직임도 충분히 예견해볼 수 있다. 현재까지 상황으로 보면 친노세력은 철저히 김인규 사장만을 집중 공격하는 반면, 김재철 사장은 암묵적 공조로 연임을 도울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가치와 원칙을 포기한 김재철과 같은 인물이야말로 친노세력과 노조가 가장 다루기 쉽기 때문이다.
50여개 애국단체가 방문진에 사장 선임 TV 생중계 공청회를 요청했을 때, 김광동 이사 이외에 친노세력인 한상혁 이사도 함께 이를 거부했다. 즉 TV생중계 공청회에 대해 좌우가 손을 잡고 애국세력을 배척한 것이다. 친노세력이 TV생중계 공청회를 거부했다는 점은, 이들이 방송독립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잘 다룰 수 있는 기회주의적 인물을 MBC 사장으로 올리겠다는 정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TV생중계 공청회를 했다면, 국민 앞에서 MBC 개혁을 약속해야 하기 때문에 배신행보를 보이기 어렵고, 애초에 김재철 수준의 인물은 사장으로 임명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또한 친노세력 역시 TV생중계 공청회 시, 사장 후보들의 입으로 MBC가 난도질당할 우려를 충분히 예견했다. 방문진만 이를 모르고 “좌파에 이용당할 위험이 있다”는 여의도 정치판 수준의 어설픈 정략으로 임하며, 오히려 친노세력에 이용당했던 것이다.
2월 MBC 사장 선임 시 구영회에 대한 우호적 보도 쏟아낸 친노매체
물론 친노세력은 지난해 2월 사장 선임 시 김재철을 최우선적으로 민 것은 아니었다. 친노세력은 구영회 전 MBC 미술센터 사장을 지원했다. 친노성향의 기자들이 모인 기자협회보는 구영회에 대해 “구영회 사장은 MBC 공채 13기(1978년 입사)로 보도국장과 경영본부장, 삼척 MBC 사장 등을 지냈다. MBC 구성원들은 깐깐하지만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로 기억하고 있다. MBC 한 기자는 ‘보도국장 시절, 편집회의를 하면 한 시간 넘게 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고 말했다”며 이례적으로 우호적 보도를 했다.
또한 친북좌파 매체인 민중의소리 역시 “구 사장 역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1978년 MBC 보도국에 입사, 사회부장과 정치부장, 보도국장, 경영본부장, 삼척MBC사장 등을 거쳤다. 리더십이 강해 내부에서도 따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평가와 사장으로 선임되면 즉각적인 인사 등 전면적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미 친노세력이 하부를 장악한 MBC 내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친노좌파 성향의 인물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이렇게 친노세력의 지원을 받은 구영회 후보는 방문진 측에 “내가 사장으로 취임하면 노조파업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친노세력의 정략에 방문진조차 넘어갔다. 당시 사장후보 추천 시 구영회 후보가 7표, 김재철 후보가 5표, 박명규 후보가 4표가 나온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상혁, 정상모 등 친노좌파 성향 이사 2인이 기권한 것을 감안하면, 구영회 후보에 대해 여권 성향 이사 6인 모두가 표를 던지고, 고진 이사까지 표를 던졌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른바 구영회 카드를 놓고 벌어진 좌우 연대이다.
구영회는 좌파정권 하의 MBC에서 보도국장과 이사 겸 경영본부장, 삼척 MBC 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MBC 내에서는 노조 파업 시 눈물을 흘리며 격려금을 주곤 했다는 설도 파다했었다. 당시 구영회를 밀었던 친노 매체에서는 늘 구영회 앞에 ‘보수 후보’라는 립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실제로 방문진의 대표적 정통 우파 인사는 현재까지도 “구영회가 사장이 되었어야 했다”고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김재철 사장 취임 직후 MBC 미술센터 사장을 그만둔 구영회는 여전히 차기 MBC 사장 도전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김재철의 실체가 드러난 시점에서, 친노매체의 눈속임에 의해 방문진에서 구영회를 지지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질 위험성도 크다. 방문진 평가토론회를 통해 이를 사전에 저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MBC 내 친노세력, 다양한 방법으로 차선책 김재철 연임 지원할 것
구영회 카드 실패 시, 친노세력의 차선책은 바로 김재철이다. 친노세력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김재철을 MB정권 수하인으로 찍어놓았다. 친노세력이 보수로 위장된 친노후보 사장 선임에 실패하면 차라리 흠집이 날 대로 난 김재철을 암묵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2월 사장 선임 때도 똑같은 방법을 썼다. 구영회에 대해 우호적 보도를 하면서 김재철은 MB 낙하산 인사로 공격하면서 시작부터 양강 구도로 몰고갔다. 반면 50여개 애국단체가 지원한 전 MBC 아카데미 박명규 사장에 대해서는 시종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정권과 연관성도 없고, 애국세력의 지원을 받는 박명규씨가 MBC 사장으로 취임하는 것은 친노세력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노세력이 김재철을 지원하는 방식은 다르다. 의도적으로 김재철과 충돌하면서 마치 김재철이 MBC 개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방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2월 사장 선임을 앞두고 노조에서는 김재철 사장과 노사협약 등으로 정면 충돌하는 모습 보일 것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 물론 반대로 2월 사장 선임 때까지 일체 사장에 반기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마치 김재철이 MBC를 철저히 장악한 것처럼 위장하는 방법이다. 어떤 방법을 쓰든 친노세력은 차선책으로 김재철을 지원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반면 KBS 김인규 사장에 대해서는 친노세력은 철저한 강공책을 쓰고 있다. 양정철 전 비서관과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의 폭로로 시작된 친노세력의 공격은 KBS 신입기자들의 성명서까지 이어지면서 공세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김인규 사장의 임기는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까지이다.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친노세력 입장에서는 MBC와 달리 그때까지 수장을 교체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강공 일변도로 김인규 사장을 좌측으로 돌려내는 정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친노세력의 정략은 서서히 먹혀들고 있다. 김미화의 블랙리스트 선동에 대해 KBS는 오히려 스스로 사과하고 김미화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이 과정에서 오히려 정부와 여당 내에서 고소 취하 여론이 높았다. 김제동 하차의 선동으로 지난 10월 재보선에서 패배한 정부와 여당에서는 일단 KBS 내에서 시끄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을 개혁하여, 정치권으로부터 100% 독립시켜야
이러한 흐름을 보면, KBS는 점차 친노세력에 끌려갈 위험성이 크다. 또한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친노 후보나, 김재철과 같은 야합형 후보로 KBS 사장 교체를 시도할 가능성도 높다. 개혁을 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소란이 벌어지는 것조차 무서워하는 현 정부와 여당의 나약한 정신력으로 볼 때, KBS를 친노세력이 접수하는 흐름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MBC와 KBS의 사례로 볼 때, 세력 간의 공격력에서 친노세력이 월등히 우월하다. 2월 MBC 사장에 친노후보가 취임할 수도 있고, 이미 배신행보가 드러난 김재철 사장이 연임될 수도 있고, KBS가 서서히 친노세력에 장악당할 수도 있다. 이런 친노세력의 정략을 본질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사장 선임 방식을 개혁하는 길 뿐이다.
최소한 MBC와 KBS의 사장 선임에는 TV생중계 공청회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또한 더 나아가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닌 국민 선거로 국민방송의회를 구성하여 MBC와 KBS를 정치권으로부터 100% 독립시켜야 한다. 우파 정권에서조차 MBC와 KBS를 친노세력에 장악당하고 있는데, 만약 친노 정권이 들어서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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