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서울 은평을 재보선에 나설 민주당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온 신경민 MBC 선임기자가 9일 "은평을을 생각지 않기로 했다"며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신 선임기자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다가오는 정년 뒤 여러 가능성을 찾는 게 그간 앵커의 정신에 충실한, 저다운 행보로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MBC 등 박제된 언론현실과 저에 대한 정권 핍박으로 현실정치에서 고쳐보라는 권유가 있었다"며 "(그러나) 분란은 잦아들지 않고 최소 기본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민주당은 장상 최고위원을 공천했다.
신경민 앵커가 출마를 포기했지만, 이 과정에서 신경민 앵커는 사실 상 정치참여를 선언하여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고 말았다. 신경민 앵커는 민주당의 영입 제안을 수락하면서 장상, 윤덕홍 등 은평을 출마자들을 정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장상 등이 강력 반발 민주당이 정리를 하지 못하자 불출마를 선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신경민 앵커의 “분란은 잦아들지 않고 최소 기본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발언은 민주당이 자신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는 분석이다.
신경민의 정략적 멘트는 민주당에 눈도장 찍기 위한 수단?
신경민 앵커는 9시 뉴스데스크 시절부터 민주당과 친노세력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편파 발언을 일삼아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신경민 앵커는 2009년 2월 25일 “대법원은 몰아주기 배당한 서울 중앙 법원 조사에서 끝없이 친절했고요, 대교협이 의혹 받은 고려대 판정에서 망외(望外)의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특히 국회 문광위원장 등은 기습 상정에서 누군가 위해 몸을 던지는 친절을 보였읍니다", "총맞은 것처럼 친절했던 배경이 궁금합니다."라는 등의, 관계없는 사건들을 자의적으로 엮어 정치투쟁화시키는 등 정략적 발언을 남발해왔다. 민주당에서 신경민 앵커에 주목했던 것은 물론이다.
그러다보니 이 당시부터 신경민 앵커의 정계진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특히 2009년 4월 재보선 당시 전주에서 선거가 벌어지자 미디어오늘에서는 신경민 앵커에 정계진출의 뜻을 집요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신경민 앵커는 정계로 들어갈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나중에도 정계진출의 뜻은 없나.
"언론인 중에서도 정치현실에 직접 뛰어들어 소신을 펼치고 바꿔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탓하고 싶진 않다. 다만 정치영역에서 언론도 중요한 몫을 하고 있고, 꼭 정치권에 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현실정치를 잘 할 사람이 있고, 못할 사람이 있다. 미래의 일은 모르는 것이고, 사람은 변할 수도 있지만 내겐 현실정치보다는 언론인이라는 이 자리가 중요하다."
-미래에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처럼 들릴 소지도 있는데.
"향후 '퍼브릭 서비스'(공적 업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정치는 아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교육(teaching)에 종사하고 싶은데 학위는 없다. 하지만 선거에 나가고 싶지 않다. 마음에 없는 얘길 해야하기 때문이다. 후배 언론인 양성을 위해 언론재단 같은 곳에서 봉사하고 싶은 생각 정도는 있다."
-2011년이 정년이기 때문에 이후 MBC 임원이 안될 경우 정계진출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말이 나오는 것같다.
"MBC 생활 38년을 하는 동안 다음 자리를 위해 내 소신을 굽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MBC 임원자리도 여러차례 제의를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 소신을 굽혀야 하기 때문에 거절했다. 전임 최문순 사장이 그런 요구를 했다. 보도본부장을 맡아 이끌어달라는 제안이었지만 내 방향과 맞지 않을 것같아 수용하지 않았다. 그 전에도 각종 (요직으로 불리는) 출입처에 있거나 앵커를 하다가도 소신을 굽히지 않다가 여러차례 짤린(교체된) 적도 있었다."
이랬던 신경민 앵커가 1년여가 지난 2010년 7월에 자신의 말을 180도 뒤집고 사실 상 정계에 진출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것도 이미 오랫동안 출마를 준비해온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일체의 배려없이, 이들을 정리해줄 것을 전제로 삼았다는 것은 그가 정치개혁의 뜻은 전혀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신경민 앵커의 요구는 상향식 민주정당과는 배치되는 하향식 공천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내부정리 요구한 신경민, 상향식 민주정당 원칙에 어긋나는 일
민주당의 출마 준비자들이 이러한 신경민 앵커의 요구에 반발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장상 후보는 당 지도부가 신경민 전 MBC 앵커를 전략공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은평을 주민들이 무슨 바지저고리냐”면서 “유권자를 무시한 처사”라고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문제는 신경민 앵커의 다음 행보이다. 이미 신경민 앵커는 뉴스데스크 시절의 친노성향의 멘트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상실해버렸다. 설사 그 당시에는 정계진출의 뜻이 없다고 1년만에 생각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공공의 재산인 공중파 뉴스를 통해 정략적 발언을 남발하며 정치권의 눈도장을 받고, 자기 개인의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조차 없다.
이런 신경민 앵커가 MBC에서 다시 기자 생활을 한다거나 앵커를 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신경민 앵커에 대해 MBC노조 측에서는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고 있다. 애초에 노조위원장 출신 최문순씨가 MBC 사장을 그만두자마자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합류했을 때에도 노조 측은 형식적인 비판만 했을 뿐이다. 그뒤 최문순 의원과 MBC노조는 MBC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한몸처럼 활동하고 있다.
이번 신경민 앵커의 출마 해프닝은 정동영, 최문순 등으로 이어지는 MBC노조와 민주당과의 유착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해준 증거가 되었다. MBC 내에서 정치적 발언이나 행보를 보인 인사들은 자연스럽게 민주당에 스카웃될 수 있다는 공식을 입증해주었기 때문이다.
MBC공정노조 측의 한 간부는 “별다른 이념적 훈련도 되지 않은 MBC의 젊은 기자와 PD들이 열성적으로 노조활동을 하는 이유는 노조위원장, 사장을 거쳐 국회에 진출한 최문순 모델 탓”, “MBC에서 출세를 하기 위해서는 친노좌파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공식이 존재한다”고 내부 상황을 설명했다.
방문진의 한 이사는 “MBC 기자와 PD는 공정성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번 신경민 앵커의 민주당 입당 및 출마 해프닝 건은 분명히 내부적으로 문제삼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방문진 차원에서 논의를 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MBC공정노조 측의 한 인사도 “사실 상 민주당 입당을 선언한 것과 같은 신경민 앵커가 그대로 MBC에 남아있다는 건 매우 안 좋은 선례가 될 것”, “회사 차원에서 분명히 정리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민 앵커는 이번 은평을 출마 건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느긋하게 민주당을 압박하며 즐기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 건으로 신경민 앵커는 기자와 앵커의 신뢰성에 심각한 훼손을 입었으며, 이 모든 것은 차후 신경민 앵커 스스로 부담해야할 것이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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